도서정가제 후폭풍…'귀한 몸' 된 중고책 시장

예스24 vs 알라딘…중고책 시장 '폭풍 전야'
인터넷서점 1위 예스24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롯데시네마 건물 지하 1층에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스24의 오프라인 중고서점 1호다. 매장과 불과 150m 떨어진 곳에는 알라딘 중고서점(강남점)이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알라딘은 제2롯데월드 주변 지역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짜 중고책 시장을 두고 펼쳐지는 치열한 경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점 업계, 전자책 투자 성과 없자 틈새시장 개척 안간힘

중고책 시장을 둘러싼 국내 주요 인터넷 서점들의 쟁탈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벌어지고 있다. 중고책이 수익 창출을 위한 창구로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서점들이 본격적으로 중고책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 실시로 타격을 받은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국내 인터넷 서점 ‘빅 4’는 각자의 방식으로 중고책 시장 점령에 나서고 있다.
예스24 vs 알라딘…중고책 시장 '폭풍 전야'
선두에 선 곳은 인터넷 서점의 양대 강자로 꼽히는 예스24와 알라딘이다. 인터넷 서점 1위 업체인 예스24는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직후 중고책 매입 서비스인 ‘바이백’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예스24는 2014년 11월 말 중고책을 정가의 최대 50%에 매입하는 바이백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해 이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바이백 서비스는 매월 30.7% 이상 매출이 증가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바이백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예스24에서 하루 평균 2000여 권의 중고 도서가 팔릴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예스24가 올 상반기 중 ‘오프라인 중고 서점’을 예정대로 오픈하게 되면 중고책 판매 실적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알라딘, 2008년 업계 최초 중고책 거래 서비스

사실 인터넷 서점 가운데 중고책 사업의 불씨를 지핀 곳은 ‘알라딘’이라고 볼 수 있다. 알라딘은 2008년 업계 최초로 온라인에서 중고책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어 2011년 9월 서울 종로점 개장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중고 매장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알라딘의 중고 서점은 첫 매장을 연 후 4년 만에 20개가 넘었는데 현재는 전국에 2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호응에 힘입어 2013년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도 중고책 매장을 오픈했다. 로스앤젤레스점에서는 한국 책뿐만 아니라 외서도 매입하고 있다.

알라딘의 중고 서점은 기존의 책만 파는 매장의 틀을 벗어나 복합형 매장으로 진화 중이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천안점은 커피를 파는 자체 브랜드 매장을 함께 입점하게 해 첫 ‘복합형 매장’을 선보였다.

인터파크도서는 중고책을 팔려는 소비자를 위한 전용차를 마련해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인 ‘북버스(Book Bus)’를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북버스가 중고책 판매를 신청한 사람의 집이나 직장을 방문해 직접 책을 수거해 간다.

북버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바코드만 찍어도 매입 가능 여부와 매입 예상가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교보문고는 가격과 배송비 등을 비교 분석해 중고책을 최저가로 살 수 있는 ‘스마트 가격 비교’ 서비스를 2013년 3월부터 운영 중이다. 중고책을 파는 회원이 중고책 상태만 입력하면 판매 적정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주문 확인부터 배송 요청, 송장 입력까지 일시에 처리할 수 있고 모바일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서점이 이처럼 중고책 사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로 ‘전자책 사업의 예상외 부진’을 꼽는다.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전자책이 불황을 타진할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전자책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섰지만 아직까지도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의 시장 규모는 2008년 1189억원에서 2014년 3444억원으로 성장했다. 전자책 시장 규모가 매년 조금씩 커지고 있지만 전체 도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2~3%에 불과하다.

인터넷 서점들이 전자책 사업 초기에 엄청나게 투자한 것에 비해 수익이 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전자책 시장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며 “시장 확대에 생각만큼 속도가 붙지 않고 있어 오히려 다른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 중고 서점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자책 사업이 성장 동력을 가지고 있는 건 맞다. 국내에선 사업을 확장해 업계를 주도에 나가기보다 추세에 맞춰 대비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굿즈 등 변종 마케팅까지 등장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도서정가제’다. 인터넷 서점들은 도서정가제 시행 후 주춤했던 매출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예스24와 알라딘 등이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이른바 ‘굿즈(goods : 상품)’ 마케팅이다.
예스24 vs 알라딘…중고책 시장 '폭풍 전야'
예스24 vs 알라딘…중고책 시장 '폭풍 전야'
‘굿즈’는 책 디자인을 활용해 제작한 북램프·머그컵·책갈피·노트 등을 뜻한다. 인터넷 서점들은 온라인상으로 책을 일정 금액 이상 구입하면 쌓이는 마일리지(적립금)를 차감해 굿즈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알라딘은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도라에몽’으로 ‘이달의 굿즈’ 이벤트를 벌여 애니메이션 마니아 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편법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온·오프라인 서점이 책 가격의 10%까지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추가로 정가의 5% 이내에서 마일리지나 사은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굿즈 마케팅은 이런 규정의 빈틈을 노려 생겨났다는 것이다. 아무리 마일리지를 차감해 구입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도서 정가의 15%를 넘어서는 사은품을 주게 되면 도서정가제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출판사 문학동네가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를 인터넷 서점에서 예약 판매하며 양은냄비와 라면을 제공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산하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라면을 끓이며’의 사은품 제공 행사가 도서정가제 규정 범위를 넘어선 사은품을 제공해 도서정가제를 위반했다고 판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온라인 서점 측은 마일리지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도서정가제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알라딘 관계자는 “‘굿즈’는 마일리지를 차감해 구입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 사업으로 보고 있지 않는데다 내부에서 이를 전담하는 부서도 없다. 도서정가제 시행 전부터 계속해 오고 있던 이벤트일 뿐”이라고 밝혔다.

조현주 기자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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