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 중고 서점 1호점 공사 중…알라딘 매장과 150m 거리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 예스24와 알라딘의 중고책 시장 쟁탈전, 그 서막이 올랐다. 인터넷 서점 1위 예스24가 ‘오프라인 중고 서점 1호’ 오픈을 준비하며 영역 확장에 나섰다.

앞서 중고책 시장에 주력해 온 알라딘은 제2롯데월드 입점 또는 인근 매장 오픈으로 응수하는 모양새다.

중고책 시장을 놓고 때아닌 전운이 감돌고 있다. 도서 인구 감소와 도서정가제 시행 등으로 새 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그동안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아 온 중고책 시장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국내 도서 시장은 약 2조5000억원 규모로 2012년 이후 감소세인 반면 중고 서점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알라딘만 하더라도 2014년과 2015년 각각 14%, 13%의 매출 성장을 보였고 매장도 꾸준히 늘어나 현재 전국 21곳에서 운영 중이다.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중고책 시장의 판을 바꾸려는 쪽(예스24)과 지키려는 쪽(알라딘)의 불꽃 튀는 경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관심이다.
‘인터넷서점 1위’ 예스24, 오프라인 중고서점까지 군침
예스24 창립 기념일 맞춰 오픈 예정

한경비즈니스 단독 취재 결과 예스24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1번 출입구 인근 롯데시네마 건물 지하 1층에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29일 찾은 공사 현장 입구에는 ‘티지아이 프라이데이스(TGI FRIDAYS) 강남시티점 영업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패밀리레스토랑 TGI는 2011년 8월 기존 강남역점을 이곳으로 이전해 새롭게 선보였지만 결국 수익성 악화로 매장을 철수(2015년 8월 31일 영업 종료)했다.

현재 TGI가 있던 지하 1층 현장에는 4~5명의 인부들이 내부 인테리어 작업에 한창이다. 벽에 붙은 설계 도면은 마치 도서관을 연상하게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빈티지 콘셉트로 특화하고 있다”며 “공사는 현재 60% 정도 진행된 상태로 3월 15~20일쯤이면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스24 측은 “자세한 설계 내용 등에 대해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매장 규모는 660㎡(200평) 정도였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매장 오픈 예정일은 4월 1일이다. 4월 1일은 다름 아닌 1998년 설립된 예스24의 창립 기념일이다.

1호 오프라인 매장이 대중에 첫선을 보일 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예스24는 2014년 신논현역에 오프라인 매장 ‘크레마 라운지’를 선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전자책 단말기 전시에 주력한 매장이었던 만큼 강남점이 사실상 ‘오프라인 매장 1호’다.
‘인터넷서점 1위’ 예스24, 오프라인 중고서점까지 군침
중고책 ‘바이백’ 월 30% 성장에 고무

그러면 인터넷 서점 1위인 예스24는 왜 오프라인 중고 서점을 오픈하는 것일까. 예스24 측은 이와 관련해 기존 온라인 중고책 매입 서비스인 ‘바이백’의 확대 차원이라고 일축했다. 바이백은 고객이 예스24에서 구입한 책을 다시 예스24로 보내면 정가의 최고 50%를 적립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2014년 11월 VIP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 적용하던 것을 지난해 4월부터 전면 확대했다. 예스24에 따르면 현재 바이백을 통해 약 100만 권을 되팔았고 거래 건수도 12만 건에 이른다.

예스24는 최근 출판 업계로부터 공급률 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 공급률은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제공하는 정가 대비 비율을 뜻한다. 정가가 1만원인 책의 공급률이 70%면 출판사는 서점에 책을 7000원에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출판인회의는 지난 2월 2일 ‘출판 생태계 복원을 위한 상생 공급률 예스24 권고’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신생 및 어린이책 출판사들의 공급률을 5% 포인트 이상 인상하고 일반 단행본은 65%로 유지해 달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양측의 골이 깊어진 것은 2014년 11월 도서 정가의 15% 이내로 할인율을 제한하는 ‘도서정가제’가 시작되면서부터다. 개정법 시행 이후 도서 매출이 감소하면서 출판사들의 수익률이 떨어졌지만 예스24를 비롯한 서점들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사오는 가격(공급률)에 차이가 없어 매출 감소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수 있었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출판계의 상생을 강조하며 공급률을 조정했다. 하지만 예스24는 아직까지 공급률을 바꾸지 않고 있다.

출판인회의는 성명을 통해 “예스24는 어려운 경영 환경과 함께 공급률 조정을 요청하는 출판사에 대해 거래를 단호하게 정리하는 등 논의 자체를 봉쇄하고 그동안 발생한 영업이익 자체도 도서출판 거래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며 “예스24의 출판계 상생 의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중고 서점의 수익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예스24가 오프라인 중고 서점을 오픈하는 이유로 꼽힌다. 도서정가제에 따라 신간·구간 구분 없이 최대 15%로 할인율이 제한되면서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의 눈길이 발행 18개월 이내 신간 도서를 30% 할인가에 구입할 수 있는 중고 서점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예스24의 중고책 매입 서비스 ‘바이백’의 매출은 매월 3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백으로 재미를 본 예스24가 본격적으로 중고 시장 점령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예스24는 지난 2월 초부터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직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매장 운영 및 관리 매니저 채용 건이다. 근무 형태는 계약직(2년)이며 근무 지역은 신논현역(기존 크레마 라운지 지역)과 강남이었다. 이때부터 업계에서는 강남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서점 1위’ 예스24, 오프라인 중고서점까지 군침
“상도의 어긋나” 알라딘 발끈

“솔직히 이 바닥(서점 업계)도 상도덕이 있는데 좀 심했죠. 동네 슈퍼마켓도 이렇게 가까이 내놓지는 않습니다.”(알라딘의 한 직원)

예스24의 오프라인 중고책 1호점 오픈 소식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쪽은 알라딘이다. 중고 서점에 집중하며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 온 만큼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예스24 강남점이 들어서는 곳의 지척에 알라딘 중고 서점(강남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예스24 강남점 예정지와의 거리는 불과 150m 정도로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또한 두 매장은 모두 유동인구가 많은 영화관 건물 지하 1층에 자리 잡았다. 알라딘 강남점은 CGV 지하 1층에, 예스24 강남점은 롯데시네마 지하 1층에 매장을 내게 된다. 이에 대해 예스24 관계자는 “같은 업종이 한곳에 모이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도 있다”며 “알라딘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기 위해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알라딘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인 예스24의 공적격인 행보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특히 강남점은 알라딘으로선 의미가 큰 매장이다. 일산점보다 규모는 작지만 꾸준한 매출을 기록하는 핵심 매장인 것은 물론 강남에 있다는 점만으로도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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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신규 점포 출점으로 반격 채비

일련의 상황 속에서 알라딘이 과연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라딘의 대응 카드는 제2롯데월드가 될 전망이다. 롯데월드몰에 입점하거나 제2롯데월드 인근에 핵심 매장을 오픈해 예스24 강남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 쏠림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알라딘 관계자는 “우리도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이미 계약도 완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3월 1일 찾은 제2롯데월드와 지하 통로에서는 알라딘 매장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이 관계자는 “당초 지하 1층 한쪽에 입점할 예정이었는데 자리를 바꾸게 됐다고 들었다”며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알라딘 매장은 롯데월드몰의 임대료가 워낙 높은 만큼 제2롯데월드와 지하철 잠실역이 연결되는 지하 통로에 매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매장 오픈일도 아직 미정이다. 예스24 강남점의 오픈일이 확정되면 그에 맞춰 알라딘도 문을 열 것이란 관측이다. 알라딘 측은 신규 매장 오픈 등과 관련해 “아직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알라딘은 기존 강남점을 리모델링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스24 강남점 오픈에 대응해 내부 인테리어 등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알라딘 관계자는 “종로점처럼 오래된 매장은 변경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차원에서 내부 인테리어를 교체하고 있다”며 “강남점이 리모델링을 한다면 그 연장선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유식 알라딘 사장은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처조카다. 이를 두고 예스24는 양사의 관계가 돈독함을 강조했다.

예스24 한 관계자는 “김동녕 회장은 2003년 예스24 인수 당시 조유식 알라딘 사장의 조언을 많이 받았는데 그것이 최종 결정에 많은 도움이 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이퍼브(epub)라는 공동 출자 법인을 통해 전자책 단말기도 같이 개발·출시하는 등 매년 그런 식으로 협업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퍼브는 예스24·알라딘·반디앤드루니스 등 국내 주요 서점과 출판사, 언론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전자책 유통기업이다. 전자책 업계를 살리자는 취지로 힘을 합쳐 꾸준히 단말기를 출시하고 있다.

그런데 예스24의 애정 공세에도 알라딘의 반응은 냉랭하다. 알라딘의 한 관계자는 “싸울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예스24와 우리가 끈끈하고 그런 것도 없다”며 “경쟁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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