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권위 디자인 어워즈 잇달아 수상…금융 투자 업계에서 이례적
대신증권, 디자인에 경영 철학 담았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대신증권이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 어워즈를 잇달아 수상하며 ‘디자인 불모지’로 여겨지던 금융 투자 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2월 세계적 권위의 국제 디자인 공모전인 ‘IF(International Forum) 디자인 어워즈’에서 연례 보고서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2013년과 2015년 레드 닷(Red Dot) 어워즈에서 수상한 것에 이어 셋째다. 계속되는 수상에 대신금융그룹의 ‘디자인 경영’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어룡 회장의 ‘디자인 혁신’ 성과

독일의 IF와 레드 닷 디자인 어워즈는 미국의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즈로 인정받는 상이다. 사실 금융 투자 업계에서 ‘디자인 경영’의 개념은 다소 생소하다.

금융 투자 업계는 휴대전화나 자동차처럼 눈에 보이는 유형의 제품이 있는 제조업체와 달리 무형의 이미지와 복잡한 숫자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적용할 대상이 적은 만큼 상대적으로 디자인 경영에 대한 필요성도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대신증권의 ‘디자인 경영’이 상대적으로 더 주목 받고 있다.

대신금융그룹이 디자인 부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룹 회장인 이어룡 회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이 회장이 취임한 이후 대신금융그룹은 디자인 부문에 많은 혁신을 이뤘다. 2010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기업 이미지 통합 전략(CI : Corporate Identity)을 바꾼 것이 그 시작이다.

이를 통해 ‘전통이 있지만 다소 올드하다’는 평을 받았던 이미지를 ‘밝고 세련된’ 이미지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한 전용 서체와 고유의 사색(社色)을 개발해 대신금융그룹만의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대신증권, 디자인에 경영 철학 담았다
대신증권이 디자인 경영을 담은 라이브러리.

이 회장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는 종합적인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디자인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브랜드전략실을 신설했다. 소속돼 있는 디자이너만 9명에 이른다.

디자인 경영을 강조하지만 단순히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소 투박하고 단순하더라도 그룹의 경영 철학을 녹여낼 수 있는 차별화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선호한다.

특히 강조하는 부문은 2가지다. 첫째는 투명 경영이다. 이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전 지점의 지점장실과 본사 임원실을 투명 유리로 바꾸라고 지시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금융회사인 만큼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투명성을 강조해 고객과의 소통을 높여 가자’는 이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었다.

둘째는 바로 고객 중심 경영이다. 이 회장은 그룹의 모든 시스템을 고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자인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이 눈에 보이지 않는 복잡한 영역이지만 이를 쉽게 바꿔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혁신하라고 주문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 디자인으로

2013년 레드 닷에서 세계 처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부문에서 수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객들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했는데 이것이 디자인 부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의 디자인에 대한 애정은 본사 사옥의 소소한 풍경에서도 잘 나타난다. 여의도의 명물로 자리매김한 황소상은 원래 화단 위에 있었다. 이 황소를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이 회장의 지시로 길가에 내려놓으면서 여의도 거리를 지나는 고객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신증권, 디자인에 경영 철학 담았다
대신증권이 디자인 경영을 담은 복합 문화 공간 ‘트러스트 큐브’ 내부.


또한 사내 복합 문화 공간인 ‘트러스트 큐브’도 독특한 디자인 콘셉트로 하고 있다. 주요 디자인 테마인 ‘자연’에 기초해 한쪽 벽면에 과감하게 녹색식물을 깔아 ‘버티컬 가든(수직 정원)’을 만들었다.

또 선큰(Sunken)을 통해 대나무 밭을 만드는 등 자연 친화적인 독특한 디자인으로 여의도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대신금융그룹은 최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금융 상품 부문에도 디자인 개념을 적극 접목하고 있다.

대신증권에서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송혁 전무는 “금융에서 디자인은 단순히 화려함과 세련됨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다”면서 “디자인을 통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금융 지식이나 상품을 쉽고 친근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매개체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디자인은 또 금융회사가 표현하고 싶은 진정성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기도 한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도 대신금융그룹의 이 같은 노력이 주목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투자 업계가 그동안 디자인 부문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측면이 있다”며 “최근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면서 상당 부분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신금융그룹은 올해 말 명동으로의 이전을 앞두고 있다. 55년 전통의 증권사가 여의도를 떠나 명동으로 가는 만큼 세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26층 높이의 건물이 올해 12월 준공될 예정이다. 인근 주변에 명동성당이 있는 만큼 주변과의 조화를 위해 명동성당이 갖고 있는 전통과 도시적 맥락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디자인될 예정이다.

또한 금융 부문의 공공성을 강조하기 위해 저층부는 투명한 외피를 두르고 일반인에게 전면 개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55년 전통의 경영 철학을 디자인에 녹여내고 있는 대신금융그룹의 디자인 실험은 2016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