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 낮추려는 '흠집내기' 의혹도

'현대증권 매각' 둘러싸고 무성한 '뒷말'
‘증권업계 마지막 대어’로 손꼽히는 현대증권 매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매도자와 매수자간 신경전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본입찰 전부터 현대증권을 둘러싼 루머가 쏟아지며, 일각에서는 현대증권의 매각가를 낮추기 위한 ‘흠집내기’ 용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그룹이 매각하는 현대증권 지분은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5307만736주)와 기타 주주의 0.13%(30만9674주) 등 총 22.6%(5338만410주)다.

현재 인수전에는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외에 파인스트리트, LK투자파트너스, 글로벌원자산운용, 홍콩계 액티스 등 국내외 사모펀드(PEF) 4곳이 참여한 상태다. 이중 한국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 ‘매각 진정성, 실사자료 부실’ 등 논란

현대증권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크게 세 가지다. 현대그룹이 실제로 현대증권을 매각할 의사가 있느냐는 ‘진정성 논란’과 매각가를 둘러싼 ‘가격논란’, 그리고 실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실사자료 부실 제공’ 논란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0월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PE)와 현대증권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파킹딜’(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미고서 일정 기간 뒤 다시 지분을 되사는 계약) 논란이 불거지면서 매각작업이 무산된 바 있다. 매각 진정성 논란이 불거지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은 현대그룹의 자구차원으로 절박한 상황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 중인 우선매수청구권의 행사 조건을 완화한 것만 보더라도 진정성 논란이 불거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인수 참여자들은 우선매수청구권이 현대증권 매각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월 24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증권 지분에 대해 갖고 있는 우선매수청구권과 관련해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본입찰 직전 기준 가격을 제시하고, 만일 다른 후보자가 이 가격 이상의 가격으로 응찰하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증권의 몸값과 관련한 공방도 치열하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 측은 현대증권 매각가를 6500억원 이상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매각가 하한선을 특정한 적도 없고 6500억원이라는 숫자를 언급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해 현대증권이 오릭스와 매각을 추진할 당시 매각대금이 6600억원이었다.

◆ 대우증권 인수 때도 비슷한 논란…‘매각가 줄다리기’용?

양측의 입장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실사자료 부실’ 논란이다. 인수후보자들은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대증권 측에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잠재 부실 가능성이 있는 PF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부 인수참여자는 실사자료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입찰가격을 정할 수 없어 본입찰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인수 후보자들의 요청에 따라 실사 기간도 일주일을 연장하고 본입찰 마감도 하루 미뤘다”며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차는 있겠지만, 인수후보자 6곳이 요구하는 자료는 모두 다 제공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실사 마감일을 애초 3월 11일에서 18일로 늦췄으며, 본입찰 마감 또한 24일에서 25일로 변경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흠집내기를 통해 매각가를 낮추려는 의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대형 매물이 나올 때마다 비슷한 분위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12월 대우증권의 매각 본입찰 전에도 대우증권 주가 하락세를 빌미로 이와 비슷한 논란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자기자본 3조3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다. 2015년 영업이익 2970억원으로 전년대비 648.5% 증가하며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 11개사(신영증권 제외) 중 순익 규모 4위다. 현대그룹 중에서도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여기에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현대증권의 지분 22.6%를 인수하면 현대증권뿐만 아니라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3사의 경영권을 동시에 갖게 된다. 덩치가 큰 만큼 누가 현대증권을 품에 안느냐에 따라 증권업계 순위가 요동칠 수 있다.

무엇보다 종합투자금융사업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업계에서도 ‘탐나는 매물’로 여겨져 왔다. KB금융, 한국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물론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현대증권 매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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