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서비스 분야에 눈독, 한국은 조립 재판매에 머물러
드론 비즈니스, 단순 제작서 활용으로…상업화 시도 ‘봇물’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드론(Drone)은 정찰·감시·폭격 등 군사적 목적에 의해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방송 영상, 물류 배송, 농업, 구조 등 여러 민간 분야로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드론을 활용한 신산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며 서비스 상용화를 기대할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국내 드론 산업은 각종 규제로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알리바바, 1시간 내 드론 배송 준비 중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틸그룹은 최근 발표된 드론 사업 관련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드론 시장이 2010년 약 52억 달러에서 2022년 약 114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미가전협회 역시 2015년 전 세계에서 약 1억3000만 달러 규모의 상업용 드론이 판매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드론 완제품 시장은 중국의 DJI, 미국의 3D로보틱스, 프랑스의 패럿 등 세 곳이 주도하고 있고 이들 기업이 글로벌 드론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기업들이 드론 상용화 시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과 달리 이미 다수의 글로벌 기업은 드론 상업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DHL은 ‘파슬콥터’라는 드론을 만들어 2013년 12월 의약품이 담긴 소포 상자를 라인강 건너편까지 배달했고 2014년 9월에는 12km 떨어진 섬까지 배달하는 데 성공했다.

UPS도 물류센터 간 물류 전달에 드론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도미노피자는 드론을 통한 피자 배달 사업에 뛰어들었고 소니 역시 로봇 기술 기업 ZMP와 공동으로 산업용 드론 ‘에어로센스’를 개발해 이를 이용한 운송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특히 아마존은 2013년 12월 드론을 통한 물류 배송 ‘프라임에어’를 선보이며 드론 물류 배송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마존을 설립한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는 드론이 트럭보다 더욱 빠르고 저렴하게 배송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규제가 완료되는 대로 더 많은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프라임에어 배송 서비스를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프라임에어는 드론을 이용해 쇼핑 고객이 주문 후 30분 내에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다양한 지형과 기후에서 쓸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드론 모델을 개발 중이며 그중에는 도심 아파트에 배달이 가능한 것도 포함돼 있다.

중국 알리바바는 2015년 2월 드론 배송을 발표하고 340g 이하의 상품에 대해 주문 후 1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호주 교육 포털 ‘주갈’은 2014년 2월 드론을 활용한 배송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실현했다.

또 페이스북과 드론 등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 기업들도 드론을 이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은 드론을 통해 무선 인터넷망을 연결해 주는 ‘이동 기지국’을 개발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개발 중인 드론은 레이저를 사용해 원거리에서 좁은 지역에 정확히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산간 오지 등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해 진다.
드론 비즈니스, 단순 제작서 활용으로…상업화 시도 ‘봇물’
구글은 2014년 태양광을 이용해 2만m 상공을 비행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한 ‘타이탄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해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오지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 구글은 자사 검색 서비스와 연계한 배송 사업 ‘구글익스프레스’를 통해 식료품과 물품 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배송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긴급 재난 지역에 의약품 배달 사업을 계획 중이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세계 최초 정부 문서 배송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도시 안전 부문에서도 드론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카오틱문스튜디오’는 무인 경비 드론 ‘큐피드’를 2013년 3월 발표했다. 큐피드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우범지대나 위험지역을 탐색하고 카메라를 통해 현장을 중계할 수 있는 보안 드론이다.

2014년 1월 일본 항공본부가 일본 원자력 연구·개발 기구 JAEA와 공동으로 방사선 모니터링 드론을 시험 비행하기도 했다.

또 환경보호를 위해 드론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오랑우탄 서식지 연구와 불법 어획 감시, 알래스카 빙하, 고래 관찰 등에도 드론을 활용한다.

유럽연합(EU)은 ‘비전 2020’이라는 이름으로 민간 영역에서 드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 정책과 진흥 정책을 2014년 9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 중 프랑스는 2012년 민간 영역 드론 사업자가 86개에서 2014년 431개로 증가했다.

이후 프랑스의 델에어-테크는 석유 수송 파이프라인을 점검하고 감시하는 장거리 드론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또 덴마크 항공 시스템은 농업과 광물 탐사 전용 드론을 생산하며 유럽을 넘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야마하는 일본 농경지의 40% 가까운 영역에 드론을 활용한 농약 살포를 진행 중이다. 야마하는 1987년부터 무인 헬리콥터를 판매하며 20년 전부터 농업을 위한 드론을 제작하고 있다.

한국도 드론 개발과 활용에 뛰어들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02년 6월부터 2012년 3월까지 9년 9개월간 970억원을 들여 스마트 무인기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11년 미국에 이어 세계 둘째로 틸트로터(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무인기)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췄다. 기술은 개발했지만 시장이 없었고 기업들과 정부도 드론 산업과 생태계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 특히 국내 드론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데는 드론 전문 개발 인력 부족과 투자 미비, 방향성 상실 등을 들 수 있다.
드론 비즈니스, 단순 제작서 활용으로…상업화 시도 ‘봇물’
◆한국은 여전히 방향성 모색 단계

드론 전문가인 경성대 오승환 교수는 “각종 지자체와 정부 부처는 단기·중기·장기의 플랜을 세우고 범부처 간 융·복합 사고로 드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비행 허가 관련은 국토교통부, 미래 성장성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 형태 구축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 간 이해관계와 시각차로 국내 드론 산업이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드론 시장은 중국산 드론 부품 등을 조립해 재판매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부 자체 생산 기술을 가진 기업들도 해외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 드론을 활용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드론도 중국산 제품일 만큼 국내 드론 생산 기술은 글로벌 기업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드론의 상업적 사용은 이미 방송과 사진 등 영상 촬영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방송·신문사들은 드론을 통해 현장을 전달하고 있다. 방송 이외에도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드론 상업 시장은 배송 부문이다.

우체국·대한통운·현대로지스틱스 등이 물류 배송과 관련해 드론을 시험 중이다. 이들 기업은 원거리 물류 배송은 물론 물류 창고 간 배송에도 드론을 활용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또 한국전력공사는 철탑과 전봇대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의 설비 점검 등을 위해 드론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도시가스도 고층 빌딩 외곽이나 교량 등 관리가 어려운 곳의 가스 누설 여부, 도로 굴착 공사 중 가스 배관 손상 여부를 점검하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LG유플러스는 ‘광대역 실시간 영상 전송 서비스’를 개발해 롱텀에볼루션(LTE) 모듈을 탑재한 드론으로 풀HD 영상을 유튜브와 LTE 비디오 포털 등 다양한 영상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KT는 국내 기업 최초로 드론 레이싱팀 ‘GiGA5(기가파이브)’를 창단하고 지난 3월 10일부터 두바이에서 개최된 ‘세계 드론 레이싱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KT 마케팅부문 IMC본부장 이동수 전무는 “국내 최초 기업 드론 레이싱팀 ‘GiGA5’ 창단을 통해 신개념 레포츠의 저변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 비즈니스, 단순 제작서 활용으로…상업화 시도 ‘봇물’
또 (주)동부는 3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드론 제작·판매·수입·수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처리하고 드론 산업과 유통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동부의 드론 산업 진출은 그간 중소기업 위주로 짜인 국내 드론 시장에 활력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강원도에서는 드론을 활용해 소나무재선충병과 산불 발견 등 산림 보호에 나서고 있다. 산림과학원은 2017년까지 무인 항공기 시범 사업을 통해 야간 산불 방향 탐지와 잔불 조사, 산불 예방 등에 드론을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2020년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케빈 온 DJI 아시아·태평양 대외협력총괄은 “전 세계적으로 드론 산업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운전을 배우고 규제를 하고 산업을 키웠던 것과 같은 과정을 거칠 것이며 한국은 드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빠른 성장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또 드론 전문가인 경성대 오승환 교수는 “미국·일본·중국의 드론 콘퍼런스와 전시를 직접 찾아 다녀본 결과 미국은 드론을 활용한 서비스업·교육·보험·대형로펌·파이낸스 등 3차 서비스산업으로 전개돼 있고 일본은 드론의 다양한 활용 분야인 방범·구조·재난 등 2차산업에 진입해 있다”며 “국내도 드론 활용의 방향성을 찾고 이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시장조사 기관 INEA 컨설팅그룹은 2013년 기준으로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 미국이 61%, 아시아·태평양 국가 20%, 유럽 17%, 중동 및 아프리카가 2%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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