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한도 50% 완화안 은산 분리에 막혀…거래소 지주사 전환도 미뤄져

2012년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19대 국회가 오는 5월 29일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단독 집회 요구로 3월 11일부터 30일간 임시국회가 열렸다.

하지만 국회는 4월 13일 20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있어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가 본회의 날짜 등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해 주요 경제 법안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는 형편이다. 주요 쟁점 법안 처리는 갈수록 요원해 보인다. 본회의가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경제 법안은 어떤 게 있을까.

◆은행법 개정안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률 중 가장 시급한 개정안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미래를 걸고 꼭 통과시켜야 하는 법률이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하면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은행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 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은행법 개정안은 신동우 의원(새누리당, 서울 강동갑)과 김용태 의원(새누리당, 정무위 간사)이 2015년 7월과 10월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근거를 마련하고 비금융 사업자도 50% 미만 주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지난해 금융 개혁의 일환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오직 온라인에서만 은행업을 수행하는 은행을 말한다.

KT와 카카오가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30년 만에 새 은행의 탄생을 앞두고 있는 터라 금융 업계도 크게 술렁였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과 설립 예비인가까지 난 상황에서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여야가 서로 입장을 달리하는 부분은 ‘은산분리’다. 현행법은 동일인의 은행주식 보유 한도에 관해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10%(비금융주력자 4%) 이내로 규제하고 있다. 비금융주력자인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를 방지해 실물경제 위험으로부터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원칙이 바로 은산분리다.

신동우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처럼 거대 산업자본이 마구잡이로 은행 돈을 가져다 쓰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현재는 산업자본이 여력을 지닌 상황이어서 은산분리가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만들기 위해선 핀테크(금융+기술)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그 핵심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있다”며 “이미 해외 선진국들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금융에 접목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야당 측 정무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김 의원은 “은산분리 강화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모두 공약한 사안”이라며 “18대 국회에서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 소유 한도를 9%로 완화했던 것을 19대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4%로 환원해 강화했는데 (도로 완화하면) 이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은산 분리 폐기 주장에 불과” 반대

김 의원은 이어 “인터넷 전문 기업만 허용한다는 것은 인터넷 전문 기업을 법률적으로 정의하는 것 자체가 입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여당에서도 모든 산업자본에 지분 소유 한도 규제를 푸는 법안을 냈다.

이런 점에서도 여당의 주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도 배치되는 은산분리 폐기 주장이라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김 의원과 달리 학계를 비롯한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금융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 요구에 동참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배 구조 개선과 관련해 은산분리 규제는 좀 과도하다”며 “제조업의 은행업 진출을 막기 위한 것이긴 한데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과도한 진입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 규제와 관련해 진입과 퇴출을 자유롭게 하되 담합, 순환출자 등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되면 그때 사후 제재를 엄중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찬성하는 쪽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은행 지분의 규제는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면서 “은행 지분 4% 또한 큰 의미가 없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은행에만이라도 이를 확대하는 것은 현재 글로벌 핀테크 시장에서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아직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국내와 달리 해외 핀테크 시장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은산분리 규제가 없는 일본과 유럽 등 해외 선진국은 ICT를 가진 산업자본이 주도해 금융과 기술이 융합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은행 인가를 취득한 독일의 피도르은행(Fidor Bank)은 독일에서 가장 혁신적인 은행으로 꼽힌다. 피도르은행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상품 아이디어 및 고객 의견을 등록하면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식의 보상을 통해 고객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행법 체계 아래에서 진행 중이므로 예비 인가를 받은 업체들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출범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경영하려면 지배 구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어 “4월에도 임시국회가 열릴 수 있어 법안 통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 봐야 할 것”이라며 “현재 추가 인가를 얻기 위해 대기 중인 사업자들이 있으므로 늦어도 올해 안에는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용태(왼쪽) 소위원장 등이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용태(왼쪽) 소위원장 등이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본시장법 개정안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 선진화를 위해 추진된 법안도 현재 국회 정무위에 잠들어 있다.

이진복 의원(새누리당, 부산 동래)이 2015년 9월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예하의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파생상품시장 등의 각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할해 독립시킬 방침이다.

이를 통해 거래소는 장내시장 독점에 따른 비효율성을 없애고 상장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한편 다양한 상품을 새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모험 자본시장인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과 차별성을 가지면서 성장·발전할 수 있는 기반도 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창희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상무)는 “오늘날 금융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거래소 사업만으로는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며 “금융회사 및 금융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사업 다각화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외형을 확장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 체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지주사 전환 실효성 논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거래소 지주회사법에 따라 본사를 부산에 둬야 한다는 조항으로 한차례 진통을 겪었다. 걸림돌로 작용했던 해당 조항은 여야 간 조정을 통해 우회적인 표현으로 바꾸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역 정서상 정치적 이슈로 불거질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추후 재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거래소의) 지주회사화 방안은 이미 2004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설립 당시 논의됐던 안으로 벌써 10년이나 늦어진 것”이라며 “개정안 처리가 늦어져 자본시장의 발전과 거래소 경쟁력 면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거래소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더라도 자회사들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인원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각 시장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가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처럼 지배 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는 것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발상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영환 건국대 교수는 “CME는 2002년 IPO를 통해 기술 회사로 거듭나면서 24시간 365일 거래가 가능한 ‘글로벡스(Globex)’ 서비스를 선보였다”며 “그 결과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오늘날 전 세계 선물 시장을 평정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자체보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국가 독점 구조에서 벗어나 민영화를 통한 경쟁 체제로 나아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래소는 금융시장, 특히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며 “앞으로 변화해야 할 큰 방향을 생각하면 지주사 체제로 재편하는 것은 미미한 변화일 뿐 별 이득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빈 교수는 “거래소도 언젠가는 민영화를 해야 하고 대체 거래소도 생겨나야 한다”며 “이런 민간 거래소들이 경쟁하는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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