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캠 1위' 고프로의 성공 비결…고객 설문 등 기본 방식은 한계

고프로는 2015년 기준 액션캠 세계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액션캠 분야 1위 업체다. 고프로는 객관적으로 보면 내로라하는 전통적인 카메라 제조사들이 수십 년 동안 지배해 온 비디오카메라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요소라곤 전혀 없었다.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기술이 부족하고 브랜드 인지도도 없고 마케팅 비용도 부족했던 작은 회사가 어떻게 액션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을까. 바로 창업자인 닉 우드만 회장의 마켓 센싱 능력 덕분이었다.

시각디자인과 문예창작을 전공한 창업자 우드만 회장은 기술 분야의 문외한이었지만 서핑을 사랑하는 소위 ‘마니아’였다. 2002년 호주에 서핑 여행을 간 우드만 회장은 자신이 서핑 하는 모습을 근접 촬영할 수 있는 아마추어 수준의 촬영 장비가 전무하다는 것을 깨닫고 스트랩에 연결해 몸에 장착할 수 있는 카메라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차렸다.

그가 2006년 시장에 내놓은 몸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카메라 ‘디지털 히어로(Digital Hero)’는 동영상 촬영 가능 시간이 10초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핑·패러글라이딩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소수 커뮤니티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게 됐다.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고프로를 사용해 촬영한 영상들을 유튜브 등에 올리고 이 영상들이 다시 페이스북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고프로의 액션캠 판매량은 수년에 걸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마켓 센싱은 시장과 고객에 대한 다양하고 복잡한 정보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문제 해결 관점과 미래 비즈니스 관점으로 분석·활용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마켓 센싱이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들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들에 의한 제품 및 서비스의 검증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뤄지고 있고 이러한 검증 결과 탁월한 제품으로 판단된 제품 및 서비스로의 소비자 쏠림 현상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제품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증가하면서 제품의 평가에 대한 정보력 면에서 소비자들이 기업에 비해 우위를 지니게 되는 정보의 역비대칭성이 확대되고 있다. 웹과 소셜 미디어, 그리고 각종 SNS를 통해 콘텐츠의 생성·유통·평가에 직접 참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제품 흥행의 열쇠는 이제 소비자들의 손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설문 조사로는 ‘감동’ 줄 수 없어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과 품질에 대한 정보는 국경을 넘어서까지 흐르고 있다. 일단 좋다고 소문난 제품은 구매 대행 등을 통해 외국에서 출시된 지 얼마 되기도 전에 국내 보유자가 발생하고 유통 업체 또는 서비스 업체들이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굴복해 제품 수입을 결정하는 등 소비자가 주도하는 산업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측면에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오늘날 기업들의 경쟁 양상도 복잡해지고 있다. 산업 간 컨버전스와 가치 사슬의 모듈화로 유통 업체가 제품을 만들고 제조업체가 유통을 하며 서비스 업체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례는 이제 전혀 낯설지 않게 됐다.

소비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핵심 역량을 보유한 업체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에 손쉽게 뛰어들어 기존의 업체들에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춘추전국시대가 바야흐로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춘추전국시대의 성공 방정식이 소비자의 기대를 뛰어넘어 감동을 줄 수 있는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 소비자들 간의 연결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사업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이전과 달리 소비자의 주관적인 ‘감동’ 부분을 건드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제품에 대한 성과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통제 가능 자원의 활용을 통한 제한적인 차별화만으로는 특정 산업 내에서의 경쟁적 우위를 보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소비자의 니즈를 먼저 읽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이 산업 내 경쟁 구도보다 기업 성공에 훨씬 더 중요해지면서 시장과 소비자의 흐름을 읽는 것, 즉 마켓 센싱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문제는 많은 기업들에서 활용하고 있는 기존의 고객 설문 조사,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심층 면접 등 소비자 조사 방식은 고객들이 인지하고 있고 언어로 표현이 가능한 표출 니즈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의 불만 사항이나 개선점을 파악해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고객들이 느끼는 감정 안에 내재돼 있는, 혹은 고객들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잠재 니즈를 끌어내 이를 제품 및 서비스에 적용함으로써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근본적 한계가 존재한다.

◆물어보는 대신 관찰하라

또한 현재의 기업 시장조사는 특정 제품 론칭과 관련한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장기적으로 시장과 고객의 니즈가 어떠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 연장선상은 어디가 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한 고객들의 잠재적인 니즈, 향후 소비자 니즈의 변화 방향을 예측하기 위한 장기적 시각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기존의 설문 조사, FGI 등을 통해 고객들이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정량적·정성적 데이터 역시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넘어 감동을 줄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는 이러한 데이터에 해석 능력이 결합돼야 한다.

기존 소비자 조사는 질문의 형태, 대상의 선정 등의 따라 결과의 신뢰도 및 활용도가 일부 차이가 날 수 있는 소지가 있지만 비용·인력·시간 등 일정 부분의 자원을 투입할 때 대부분의 기업이 비교적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정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내면에 잠재돼 있는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잠재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활용하고 있을까. 최근 기업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소비자들에게 물어보는 대신 소비자들의 행동을 관찰(observe)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관찰법은 소비자들이 처한 특정한 상황 및 환경이나 자연스러운 일상 중에 관찰자(observer)가 소비자들의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잠재 니즈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자라(ZARA)는 빅 데이터를 활용해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중국 상하이 대형 쇼핑센터 타임스퀘어의 자라 매장.
자라(ZARA)는 빅 데이터를 활용해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중국 상하이 대형 쇼핑센터 타임스퀘어의 자라 매장.
◆관찰자의 해석 능력이 관건

소비자들이 관찰자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의 여부, 관찰 장소, 관찰 방식에 따라 거리에서 소비자들을 관찰하는 타운 와칭(Town Watching), 비디오 촬영을 통해 관찰하는 비디오 에스노그래피(Video Ethnography), 매장에서 고객을 관찰하는 POP(Point of Purchase), 소비자들을 따라다니면서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섀도 트래킹(Shadow Tracking) 등 다양한 방법론들이 소개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니즈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 중 하나인 패션 산업에서 독보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자라(ZARA)는 고객의 잠재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관찰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각 매장에 근무하는 점장(Store Manager)들은 어떠한 상품이 잘 팔리는지 확인, 실제 매출 데이터를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구매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며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 관찰을 통해 얻게 되는 정보와 실제 매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본사에 보낸다.

본사에서는 정보를 취합, 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잠재 니즈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의류 디자인은 물론 매장 내 제품 배치, 진열 등 매장 디스플레이 정책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관찰을 통한 조사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관찰자의 해석 능력이다. 소비자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해석하는 데 관찰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찰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는 통계적으로 검증한다거나 수치화 및 지표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찰자의 역량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미국 기업들 사이에 크게 유행됐던 스포터(Spotter : 새로운 경향과 유행을 재빨리 포착해 기업 경영에 기여하는 트렌드 분석가)를 이용한 트렌드 수집 작업은 많은 자원을 투자해 관찰을 통한 조사를 진행하고도 대부분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실제 제품 개발로 이어진 것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기존 소비자 조사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질문하고 소비자들이 이에 대해 답변하는 직접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비교적 데이터에 대한 해석이 용이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말하지 않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니즈를 관찰을 통해 확보하려면 관찰을 통해 얻어지는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높아진다. 데이터의 습득뿐만 아니라 이를 적절하게 해석할 수 있는 해석자의 역량을 키워야만 소비자 내면에 숨겨져 있는 잠재적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축적된 데이터에서 인사이트 찾아내야

여러 기업들이 수집하는 다양한 데이터 및 소비자 조사는 대부분이 단기적인 관점으로 진행된다. 지금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만 사항은 무엇인지, 소비자들은 현재 어떠한 제품 및 서비스를 원하는지, 현재 어떠한 제품이 많이 팔리는지 등 대부분은 ‘현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특정 제품 및 서비스에 국한돼 있는 것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적인 데이터가 누적되다 보면 반복적·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일정 기간의 트렌드·추이 등의 장기적 정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의 축적은 판매 기능을 갖춘 온라인 플랫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은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서 이뤄지는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다른 제품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오래전부터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러한 추천 시스템을 통해 연간 약 30%의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각 소비자별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은 물론 독자적으로 제작하는 드라마의 스토리 구성 등에 이러한 소비자 행동 패턴을 반영하기도 한다.

최종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B2C 기업은 자사의 마켓 센싱 능력을 점검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물론 기술의 발전, 시장의 변화, 경쟁 상황의 변화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점검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시장에 발맞춰 가는, 경쟁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주도하고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잠재 니즈를 끌어내 이를 제품 및 서비스에 적용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소비자들의 잠재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경로와 방법론을 통해 데이터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한 기업의 활동이 단기적이거나 일회성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데이터 및 정보의 수집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나 정보를 어떻게 해석해 소비자의 내면을 이해하고 이를 자사의 제품 및 서비스에 반영하느냐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특정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해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 이를 자사의 제품 및 서비스에 적용할 것인지의 여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의사 결정은 바로 사람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은 단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시행착오 과정에서 얻어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지속적인 수행을 통해 마켓 센싱 역량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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