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웜으로 만든 ‘파스타’, 메뚜기 들어간 ‘고로케’ 인기

용인의 ‘미친밀웜’ 곤충 사육 농장에서 아이들이 밀웜을 만지고 있다.
용인의 ‘미친밀웜’ 곤충 사육 농장에서 아이들이 밀웜을 만지고 있다.
이제 곤충은 산업으로 발전해 어엿한 전문 음식점이 생겨났고 에너지바·쿠키·파스타·마카롱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소나 닭처럼 식용 곤충을 사육하는 농가가 생기기도 했고 CJ제일제당 등 대기업도 곤충 식품 개발에 들어갔다.

또 최근 지구온난화와 환경 파괴 등으로 식량난과 물 부족에 더해 이미 유엔은 곤충을 미래 식량 자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곤충, 어디까지 먹어봤니?

지난 4월 12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약수동에 있는 곤충 레스토랑 ‘빠삐용의 키친’은 아이의 손을 잡고 온 학부모들의 ‘쿠키’ 주문에 정신이 없었다. 워낙 인기가 많아 각 팀당 5개로 한정해 판매하지만 이미 오전부터 물량이 거의 소진됐다.

이 식당에서 만든 쿠키는 밀웜(Mealworm : 고소애)이 20% 함유돼 있지만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거리낌 없이 쿠키를 맛있게 먹었다.

이날 이 음식점에서 쿠키를 구입한 김남주(38) 씨는 “곤충이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맛도 일반 쿠키와 다르지 않아 아이들이 좋아한다”며 “영양학적으로도 곤충 쿠키가 일반 쿠키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종종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빠삐용의 키친은 2015년 7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곤충 레스토랑으로, 현재 ‘원테이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점심과 저녁 각 2팀씩 받고 있지만 이미 5월 초까지 자리를 예약하기가 어려울 만큼 인기가 많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이 20대와 50대로 호기심과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음식점을 찾는다.

식용 곤충에 대한 관심이 매출로 이어지면서 빠삐용의 키친의 4월 중 주식회사로 전환된다. 빠삐용의 키친 장원석 연구원은 “50대는 곤충을 먹었던 옛 추억을, 20대는 커플 위주로 호기심을 가진 이들이 많다”면서 “최근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곤충은 영양학적으로 일반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뛰어날 뿐만 아니라 생산에 따르는 환경 파괴 요소가 적어 미래 식량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식용 곤충은 58~80%가 단백질로 이뤄져 소나 돼지보다 단백질을 2배 이상 함유하고 있다.

또 기존 육류 단백질원에 없는 식이섬유와 필수아미노산, 비필수아미노산도 다량 함유해 현존 단백질원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100g당 쇠고기와 동일한 중량으로 건조한 벼메뚜기의 영양소를 비교한 결과 벼메뚜기의 저탄소 단백질 함량이 약 3배 높았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곤충을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곤충을 주식 또는 보조식으로 섭취하는 인구는 20억 명 정도로 추정된다. 다만 이들이 곤충을 먹는 방식은 선진국처럼 분말이나 가공된 상태가 아닌 채집된 ‘날것’이다.

특히 곤충은 가축을 사육하는 것보다 생육 기간이 짧아 환경오염에 따른 문제점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육 기간이 최소 2개월에서 길게는 8개월로 가축의 사육 기간 개체 수 대비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생산량도 소나 돼지의 수십 배가 넘는다.

또 환경면에서도 쇠고기 1kg을 얻기 위해 1만5400리터의 물이 사용되는 반면 동일한 무게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사육되는 식용 곤충은 물이 아예 소모되지 않거나 최대 3700리터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식품의 생산부터 조리까지 사용된 물의 양을 계측하는 ‘물발자국’ 등급제에서 곤충은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등급인 ‘B’ 등급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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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곤충 시장, 다양성 높이고 대량화해야

이처럼 곤충 식품이 점차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국내 대부분의 곤충 사육은 식용이 아닌 반려동물용으로 키워지고 판매된다. 식용 시장보다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시장이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밀웜과 귀뚜라미 등을 사육하는 ‘미친밀웜’의 김영배(28) 대표는 “현재 밀웜은 월 700만 마리 정도 생산해 판매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반려동물용으로 소모되고 있고 식용 납품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현재 국내 식용 곤충 음식점이 단 2곳뿐이기 때문에 식용 곤충 시장이 크게 형성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용 곤충 음식점 중 한 곳인 ‘이더블버그’에 밀웜 등을 납품하고 있다.

김 대표는 5년 전부터 밀웜 등을 전문적으로 사육하기 시작해 지금은 전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규모를 갖췄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 2010년 곤충 사육 농가는 265곳, 2012년 384곳에 불과했기 때문에 정부의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2015년 말 곤충 농가는 724곳으로 늘었다. 특히 곤충 생산과 유통만 주업으로 하는 곳은 전체의 30%에 불과했고 이들 중 연 매출액 1억원이 넘는 농가는 약 9%뿐이다. 절반이 넘는 60%의 농가는 연 1000만원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제2차 곤충 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곤충 산업 육성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5년 후 현재 곤충 시장을 1.7배, 5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곤충종자보급센터를 설치해 종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신품종 곤충을 생산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15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세계 곤충 시장 규모가 2007년 11조원에서 2020년 38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곤충 농가에 대한 경쟁력과 함께 2020년까지 곤충 사육 농가를 1200곳으로 지금보다 1.65배 확대할 계획이다.

강순례 농림축산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 사무관은 “현재 곤충 자원을 활용한 최대 시장은 지역 행사용 소재로, 그 규모가 70%를 차지해 시장의 자생적 생태계 조성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정부는 곤충 산업에 대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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