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매출 증가 효과…반응 좋으면 정식 제품으로 출시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 식품 업계에선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외식업부터 주류 업계에 이르기까지 식품 업계가 전 방위에 걸쳐 한정판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한정판 장난감을 주는가 하면 식품 자체에 ‘한정판’ 타이틀을 붙여 출시하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과거의 소비자들이 ‘지금 아니면 갖지 못한다’는 생각에 한정판을 구매한 데 비해 최근 소비자들은 ‘지금 아니면 먹지 못하는’ 한정판 식품에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한정판 증정품에 이어 ‘한정판 식품’도 등장

“3일 동안 맥도날드 지점을 무려 3군데나 돌면서 겨우 모았습니다.”

지난 4월 1일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구매하면 일본 만화 캐릭터인 ‘몬치치’ 피규어 8종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이 시작됐다. 해당 상품은 맥도날드 각 매장에서 한정된 수량만 판매됐다. 인기 있는 피규어들이 조기 품절되면서 8종의 피규어를 모두 갖기 위해 발품을 파는 소비자들이 생기기도 했다.

맥도날드가 햄버거 세트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한정판 피규어를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5월에는 해피밀 세트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출시 사흘 만에 전국 매장에서 슈퍼마리오 피규어가 조기 매진되면서 ‘해피밀 대란’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롯데리아도 한정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리아는 지난 1월 만화영화 ‘원피스’의 주인공인 ‘루피’ 피규어를 한정 판매했다. 이에 많은 ‘원피스’ 팬들이 피규어를 구매하기 위해 롯데리아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10월 토끼 모양 캐릭터인 ‘몰랑이’ 피규어를 출시한 이후 짱구·아톰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본 뜬 한정판 피규어를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다. 짱구 피규어는 출시 3일 만에 생산된 20만 개 물량이 모두 매진됐다.

식품 업계의 기존 ‘한정판 마케팅’이 자사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피규어·스티커 등 한정판 아이템을 증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식품 자체가 한정판으로 출시되거나 기간을 한정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던킨도너츠는 지난 2월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해 ‘미키마우스 후로스티드’, ‘미니마우스 레드리본’ 등 한정판 메뉴를 선보였다. 던킨도너츠는 작년 5월에도 캐릭터 ‘스머프’와 협업, 한정 판매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판매됐던 ‘블루큐브’ 음료 시리즈는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100만 잔이 판매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모델들이 삿포로맥주의 겨울 한정판 제품인 '겨울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모델들이 삿포로맥주의 겨울 한정판 제품인 '겨울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주류 업계에서도 한정판 마케팅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11월 ‘삿포로’의 겨울 한정판인 ‘삿포로 겨울이야기’가 출시됐다. 기존의 ‘삿포로 프리미엄’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빈 몰트를 더해 향기가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삿포로 맥주의 공식 수입원인 엠즈베버리지(주) 마케팅팀 관계자는 “출시 3개월 만에 준비했던 1만 케이스가 모두 매진됐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조기에 매진되면서 제품을 구매하지 못한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2015년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크리스마스 스페셜 에디션(왼쪽)과 크라운맥주 한정판.
2015년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크리스마스 스페셜 에디션(왼쪽)과 크라운맥주 한정판.
국내 주류 업체인 하이트진로 역시 작년부터 ‘한정판’ 제품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1980년대 판매되던 ‘크라운 맥주 한정판’을 출시해 완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하이트 크리스마스 스페셜 에디션’을 잇달아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스페셜 에디션은 출시 한 달 만에 71만 상자 매진을 기록하며 한정판 마케팅의 덕을 톡톡히 누렸다.

식품 업계가 이처럼 한정판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한정판’이라는 희소가치가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던킨도너츠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협업해 출시한 ‘프로도 핫초코’는 일반 핫초콜릿 제품 대비 150%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 밖에 ‘한정 판매 이벤트’를 진행하면 평균적으로 20~30%의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정판 마케팅’, 신제품 출시 기회로 활용

최근에는 ‘한정판 마케팅’을 매출 증대를 위한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는 대신 신제품 출시의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버거킹은 2015년 9월 ‘머쉬룸 스테이크버거’와 ‘머쉬룸 와퍼’를 기간 한정으로 출시했다가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자 2개월 만에 정식 메뉴로 재출시했다.

삼양식품은 2014년 12월 기존에 있던 불닭볶음면 제품에 치즈를 첨가한 ‘스노윙치즈불닭볶음면’을 한정 판매한 바 있다. 준비했던 88만 개 수량이 2개월 만에 조기 매진됨에 따라 지난 3월 ‘치즈불닭볶음면’을 정식 제품으로 출시했다.

삼양식품 마케팅팀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전 한정판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핌으로써 신제품을 출시할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식품 업계에서는 ‘한정판 메뉴’를 앞세운 다양한 시도를 이어 가고 있다. 버거킹은 매년 5~6종류의 기간 한정 메뉴를 선보이며 고객들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한 시도를 이어 가고 있다.

맥도날드 역시 매운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1955 파이어’, ‘스파이스 슈림프 버거’ 등의 신메뉴를 한정 출시하고 있다. 맥도날드 홍보팀 관계자는 “기업의 한정판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과감한 시도들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정 판매되는 제품이 늘어나면서 식상함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기간 한정, 수량 한정, 계절 한정, 기념 한정 등 ‘한정판 마케팅’의 종류가 워낙 다양할 뿐만 아니라 기간 한정 이벤트는 수개월간 진행되는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존에 있던 제품과 내용물이 동일한데 상품의 포장만 바꿔 ‘한정판’으로 내놓는 것도 있다. 직장인 이모(26) 씨는 “요즘은 어딜 가나 한정 판매라는 말이 붙어 있어 뭐가 특별한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식품 업계에선 자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같은 한정판 아이템이라도 제품에 따라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며 “무조건 ‘한정판’을 내세우기보다 소비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비즈니스=주재익 인턴기자 jjikis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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