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의지로 움직이는 자율감 등 필수…리더가 먼저 고차원 동기 가져야}

[권상술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직원들에게 동기를 유발하는 방법 하면 흔히 신상필벌(信賞必罰) 또는 ‘당근과 채찍’이 떠오를 것이다. 바람직한 행동을 하면 상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주는 것이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따른다.

인간 동기 유발의 세계적 권위자인 에드워드 데시 로체스터대 교수는 재미있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해 하는 일에다 돈과 같은 보상을 제공하면 그 일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런던정경대의 베른트 일렌부시 박사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전반적인 성과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교육심리학자인 알피 콘은 ‘보상을 통한 처벌(Punished by Rewards)’이라는 책에서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 금전이나 칭찬 등의 보상을 남용하면 자녀들을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이나 가정에서 동기 유발로 당근과 채찍이 가장 자주 쓰이고 있다. 그것이 가장 쉽고 효과가 빠르다고 여겨져 습관화됐고 그 외의 방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차원 동기 유발에 ‘당근’과 ‘채찍’은 무용지물
◆당근과 채찍은 저차원 동기에만 효과

수전 파울러 켄블랜차드컴퍼니 수석 컨설턴트는 ‘왜 사람들을 동기 유발하는 것이 효과가 없을까? 효과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Why Motivating People Doesn’t Work…and What Does)’라는 책에서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에는 높은 행복감에서 나오는 ‘고차원 동기’와 행복감이 낮은 상태에서 나오는 ‘저차원 동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일을 ‘진정으로 원해서’ 하는 상태는 질이 높은 고차원 동기, 어떤 일을 ‘해야만 해서’ 하는 상태는 질이 낮은 저차원 동기라는 것이다. 어떤 일을 진정으로 원해 할 때와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할 때는 열정과 몰입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저차원 동기가 유발된 사람들은 어떤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중 한 가지 심리 상태에 있다. 첫째, 그 일에 대해 아무런 가치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하기 싫지만 누군가 시키니까 생각 없이 자동적으로 한다(무흥미 상태의 동기).

둘째, 그 일을 하면 금전 등의 유형적 보상이나 칭찬이나 인정 같은 무형적 보상을 얻기 때문에 한다(보상 동기). 셋째, 처벌이나 잔소리를 피하거나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피하려는 압박감에서 그 일을 한다(회피 동기). 일방적 지시나 명령은 무흥미 상태의 동기를 유발한다. 당근은 보상 동기를, 채찍은 회피 동기를 자극할 때 사용된다.

반면 고차원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은 다음의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된다.

첫째, 그 일이 자신이 중시하는 무언가를 실현하는 데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다(가치에 연계된 동기). 둘째, 그 일을 하면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또는 이루고 싶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다(목적의식에 통합된 동기). 셋째, 그 일을 하면 매우 재미있거나 무한히 즐겁고 기쁘기 때문에 한다(즐거움에서 나온 동기).

저차원 동기로 일하는 사람과 고차원 동기로 움직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질이 다르다. 고차원 동기는 인간으로서 성장과 발전 및 번영을 이루고 좀 더 완전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열망에서 나온다.

그래서 행복감이 높은 상태에서 행동하게 한다. 반면 저차원 동기는 자신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충족시키려는 데서 나온다. 그 때문에 일할 때 별로 행복하지 못한 마음으로 임한다.

◆고차원 동기 가지면 업무 몰입도 10배 상승

동기가 유발되려면 특정한 행동이 촉발되고 지속돼야 한다. 고차원 동기와 저차원 동기는 행동의 촉발과 지속에 차이를 보인다. 고차원 동기는 촉발에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지속되는 정도가 길다. 하지만 저차원 동기는 촉발은 빠르지만 지속력이 약하다.

이러한 질적 특성은 기업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고차원 동기가 유발된 사람은 저차원 동기가 유발된 사람들보다 업무 몰입도가 10배, 업무 만족도는 3배 높다. 생산성은 31% 더 높고 세일즈 분야에서는 성과가 37% 더 높다. 또한 창의성은 3배가 높다고 한다. 따라서 높은 성과를 지속시키고자 한다면 직원들의 고차원 동기를 유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저차원 동기를 유발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까. 업무의 특성에 따라 저차원 동기를 자극하는 것이 더 적절할 때도 있다.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거나 의미감을 느끼지 못하는 일은 저차원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규칙이나 알고리즘이 알려져 있어 그것만 따르면 되는 정형화된 일, 기계적으로 단순 반복돼 가치나 의미를 거의 느낄 수 없는 일, 머리를 많이 쓰는 고민이나 창의성 발휘가 거의 요구되지 않는 일 등에는 당근과 채찍이 효력을 발한다.

한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규칙이나 해법이 존재하지 않아 여러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일, 창조적 작업이나 예술적 활동 또는 사람들과 관계 구축 및 소통이 많이 요구되는 일, 업무 그 자체로부터 큰 보람이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일 등에는 고차원 동기 유발이 더 적합하다.

재미나 도전감 또는 의미감을 느낄 수 있고 지적인 고민이나 창의성이 요구되는 업무일수록 고차원 동기가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단순 반복적이거나 정형화된 일을 할 때는 고차원 동기를 끌어내기가 어렵다는 말일까. 그렇지 않다. 그 일이 자신의 가치관과 연결되거나 자신의 살아가는 이유의 실현 또는 중요한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보거나 그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면 고차원 동기가 유발될 수 있다.

◆고차원 동기 = 자율감 × 유대감 × 역량감

인간에게는 자기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것이 충족될 때 사람들은 ‘자율감’을 느낀다. 또한 타인을 보살피고 타인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으며 자기 이외의 다른 대상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이 욕구가 충족되면 ‘유대감’을 경험한다.

또한 인간은 자기 힘으로 세상에 대처하며 배우고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이 욕구가 충족될 때 ‘역량감’을 맛본다. 이러한 세 가지 느낌은 언제 생겨나고 훼손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자율감은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인식하고 자신의 행위가 자기 의지에서 나왔다고 생각할 때 생긴다. 자율감은 자기 행동에 대해 선택권을 가지고 있을 때, 선택에 필요한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 지나친 간섭이나 통제를 받지 않는다고 느낄 때 경험할 수 있다.

반대로 일방적인 명령이나 지시를 받을 때, 누군가가 계속해 닦달하거나 잔소리를 할 때, 결정권이나 선택권을 침해당할 때는 자율감이 훼손된다.

유대감은 타인에게 관심(보살핌)을 기울이거나 타인의 관심(보살핌)을 받을 때, 자신보다 더 크고 중요한 무언가에 기여한다고 느낄 때 충족된다. 다른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친밀감을 느낄 때, 다른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인정해 줄 때, 자기가 하는 일이 자신을 초월해 타인이나 공동체에 기여한다고 알 수 있을 때 유대감을 갖게 된다.

반면 누군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느낄 때, 자신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행동을 하거나 성과를 내도록 압박을 받을 때, 상대방의 관심이나 배려에 진정성이 없다고 느낄 때 유대감은 손상된다.

역량감은 매일매일 닥치는 도전과 기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느끼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술이 점차 향상되고 자신이 성장하고 배우고 발전하고 있다고 느낄 때 경험한다.

역량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약간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 업무의 수행에 필요한 적절한 교육 훈련을 제공 받을 때, 업무 수행 결과에 대한 정보를 얻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충족된다.

하지만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제할 능력이 없다고 느낄 때,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습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때, 업무 수행 결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거나 지속적인 비판을 받을 때 역량감이 떨어진다.

자율감과 유대감 및 역량감은 곱의 함수로 고차원 동기를 만들어 낸다. 세 가지 느낌 중 하나라도 낮아지면 전체가 낮아지고 하나가 높아지면 다른 것도 연쇄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차원 동기를 이끌어 내려면 세 가지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고차원 동기 유발에 ‘당근’과 ‘채찍’은 무용지물
(일러스트 김호식)

◆“이 일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거야”

자율감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는 ‘이 일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거야!’라고 외쳐 보라.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에너지가 생겨날 것이다.

유대감이 손상됐다면 ‘이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야!’라고 다짐해 보라. 하기 싫은 일이라도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밝아질 것이다.

역량감이 훼손됐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 일은 나를 성장시켜 줄 거야!’라는 믿음을 가져 보라.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그것을 통해 뭔가 배우고 발전한다는 확신이 있으면 그 일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직원들에게도 위와 같은 연습을 하도록 권해 보라. 또한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보다 직접적으로 직원들의 자율감을 높여 주려면 재량권과 권한을 충분히 부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유기농 슈퍼마켓인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에서는 직원들에게 재고 관리와 제품 홍보 방법, 가격 결정, 입고 제품 선정 등 매장 운영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한다. 또한 직원의 매장 운영에 대한 자율권뿐만 아니라 채용과 해고, 보너스 책정 등 인사권까지도 위임하고 있다.

◆직원의 동기를 꺾는 말 주의해야

유대감을 느끼게 하려면 구성원들 간에 감정적 교류를 장려해 친밀감을 높이고 각자의 업무가 다른 직원들과 부서·회사, 더 나아가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일깨워 줘야 한다.

신발·의류·가방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Zappos)는 졸라스(Zollars)라는 가상 화폐를 1년에 600달러씩 지급한다. 이 돈은 본인을 위해서는 쓸 수 없고 회사의 핵심 가치 실현에 모범을 보인 다른 직원들에게 자포스에서 선물을 구입하는 데 쓰게 해 준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관심을 갖고 또한 표현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역량감을 맛보게 하려면 직원들이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미국의 이삿짐 운송 업체인 젠틀자이언트(Gentle Giant)에서는 직원들이 이삿짐을 나를 때 활용하는 50여 가지 기술을 하나씩 습득할 때마다 사원증에 스탬프를 찍어 준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 숙련도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자부심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고차원 동기를 만들어 내는 세 가지 느낌을 경험하려면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상태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또는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곰곰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싶거나 하기 싫을 때 그 이유에 대해 계속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자기 성찰을 해 보라.

자신이 고차원 동기가 유발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고차원 동기를 유발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고차원 동기를 유발하려면 리더 자신부터 그러한 방법을 익혀야 한다.

스스로 자율감과 유대감 그리고 역량감을 높이는 연습을 해 보라. 그리고 자기 성찰과 목적의식 명확화 및 가치관 정립을 실행해 보라. 그런 다음 직원들에게도 그 방법을 적용하도록 유도하라.

끝으로, 직원들을 대할 때 다음 사항을 반드시 체크해 보라. 내가 하는 말이 상대의 자율감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하는 말이 상대를 배려해 주지 못하거나 상대방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기회를 뺏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하는 말이 상대가 무능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가. 이런 질문을 해 보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의 동기를 꺾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