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시간 SNS에 빠진 직원들로 골치… ‘스스로 일하는 조직’만들어야}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1. 한 음식점 사장이 고민에 빠졌다. ‘왜 내가 음식점에 있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매출 차이가 클까?’, ‘내가 보기에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고객 응대도 잘하는 것 같은데….’ 어느 날 한 단골손님이 “사장님이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직원들의 서비스가 달라요”라고 귀띔한다.

# 2. 모 기업의 신입 사원 면접 시험장. 한 면접 위원이 대기자들 사이를 지나면서 몰래 휴지 한 조각을 떨어뜨리고 간 뒤 대기자들의 반응을 살핀다. 떨어진 휴지를 치우는 지원자가 있으면 면접 평가서에 표시해 둔다.

무엇 때문에 매출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면접 위원은 무엇을 알아보기 위해 면접 대기자들 앞에 휴지를 떨어뜨려 놓을까. 두 사례의 공통적인 키워드는 아마도 ‘직원들의 회사와 조직을 향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직원들에게 물어라 “당신은 회사의 ‘주인’입니까”
(사진) 지원자의 숨겨진 역량을 끄집어내는 롯데백화점 실무 면접 담당자들. /한국경제신문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이 아닌 한 많은 기업들이 정해진 룰 없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 놓여 있다.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이더라도 긴장의 끈을 놓고 현실에 안주하거나 위협 요인을 소홀히 여기면 순식간에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대형 마트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했던 K마트가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K마트는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꾸준히 공략한 월마트에 1991년 1위 자리를 빼앗긴 후 결국 2002년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이처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기업들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질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1910년대 포브스 100대 기업 중 1980년대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40여 개에 지나지 않았고 이 중 17개만이 100대 기업 리스트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 위기 극복·변화 대응의 주체는 직원

5년, 10년 후를 내다보기 힘든 경영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 속에서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변화의 조짐을 미리 간파하고 위기 요인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주체는 직원이어야 한다.

상사의 명령과 지시가 없어도 스스로 움직이는 조직은 기업들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 중 하나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고민하고 주도적으로 업무에 임할 때 고객에게 보다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고 예기치 않은 위기에서도 결속력을 발휘해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도 정작 고객이나 경쟁사가 아니라 직원들 때문에 실패를 경험하거나 위기를 맞기도 한다. 장수 기업의 대명사로 불렸던 영국의 베어링스은행은 유능한 젊은 직원의 불법 거래로 파산에 이르렀다.

얼마 전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 사고도 작업자가 무심코 떨어뜨린 작업 도구가 원인이었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KTX의 탈선 사고도 선로 전환기의 볼트 하나를 꽉 조이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직원들이 기업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자율적으로 움직인다면 이런 실패나 사고 발생의 확률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오히려 주인의식을 갖고 문제 해결에 천착한다면 기업의 성공을 가져올 수도 있다. 평소 문제 해결이나 신제품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골몰하는 사람들은 꿈속이나 우연한 기회에 해법의 실마리를 얻기도 한다는 얘기가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업무 시간에 인터넷 서핑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빠져 있는 직원들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다. 고육지책으로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의 인터넷 접속 시간을 제한하거나 특정 사이트 접속을 아예 막아 놓기도 한다. 재택근무나 유연 근무 시간제를 도입한 기업들도 제도를 악용하는 직원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물어라 “당신은 회사의 ‘주인’입니까”
직원들의 복지 및 업무 능률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를 핑계로 사적인 일을 보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근무시간 모니터링, 집중 근무시간 제도 등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기업들의 이런 노력이 구성원들의 몰입도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더해진다면 효과는 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 전쟁에 패한 프러시아군, 상명하복 체제 대수술

구성원들의 몰입도를 높여 스스로 일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첫째 단추는 목표 설정 과정에 있다. 목표가 없는 삶은 지도 없이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배와 같다고 한다.

기업 경영에서도 목표 설정은 효과적인 자원 활용을 통한 성과 창출에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목표 자체의 중요성에 비해 누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이 누구의 머릿속에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명령과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보다 더 효과적인 조직이라면 관리의 주체인 리더가 목표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이런 조직에서의 성패는 리더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일을 분담하고 정확하게 지시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창의와 자율에 의해 스스로 일하는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면 목표가 리더의 머릿속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구성원들이 지향점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리더의 최우선 역할은 목표 설정에 구성원들을 참여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역사적인 사건 속에서 자율과 창의적인 조직 운영의 힌트를 찾아 볼 수 있다. 200여 년 전 프러시아는 프랑스군에 참패한 뒤 굴욕적인 ‘탈지트 강화조약’을 체결하고 큰 위기를 맞게 된다.

프러시아는 패전의 원인을 ‘지시와 보고’ 체계에 익숙한 지휘관들의 경직된 사고와 피동적인 지휘, 지휘관들의 전문성 부족, 병사들의 애국심 결여 등 크게 3가지로 분석하고 군 개혁을 위한 대대적인 변화에 착수한다.

개혁의 핵심은 군사령부와 전투부대 간 지휘 관리 방식을 ‘지시 하달에 따른 명령 수행’에서 자주적 수행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즉, 일선 지휘관이 상부 명령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적 판단에 의해 신속하게 의사 결정하고 실행이 가능하도록 하게 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프러시아는 1813년 프랑스와의 라이프치히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6년 전 나폴레옹에게 빼앗겼던 국토의 대부분을 수복하게 된다.

지시와 통제에 익숙한 구성원들은 리더의 입만 바라볼 때가 많다. 반면 구성원들에게 스스로 고민하게 하고 업무 처리의 권한을 준다면 적극적으로 일하고 창의적으로 일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자율과 권한 위임이 무조건적인 무장해제로 비쳐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책임 부여와 모니터링 기능도 간과돼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미국 코스트코가 직원들의 시급 인상을 발표했다. 그 어느 때보다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 속에서 경쟁사보다 먼저 그리고 다소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전격 단행했다. 그 효과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한 고객은 “아무래도 이번 임금 인상이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매장 여기저기서 직원들의 웃는 미소와 적극적인 고객 대응을 볼 수 있었다. 자부심도 한층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의 열정과 주도성을 이끌어 내는 데 보상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누구나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원하고 그런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구성원들은 회사가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한 발 뒤로 물러서기 마련이다.

보상이 구성원들에게 지시를 잘 따른 대가로 인식되거나 나눠 먹기식으로 이뤄지면 오히려 자율과 창의를 저해할 수 있다. 그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차별적인 성과를 창출한 것에 대해 공정한 보상이 이뤄져야 구성원의 동기부여에 더 효과적이다.

물론 금전적 보상 못지않게 비금전적인 보상도 중요하다. 주도적으로 일하며 탁월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대내외적으로 성과를 인정해 주는 시스템 구축도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포인트다.
직원들에게 물어라 “당신은 회사의 ‘주인’입니까”
(사진) 고졸 출신으로 페덱스의 최고운영책임자 자리에 오른 마이클 더커 대표.

고졸 출신으로 글로벌 운송 기업 페덱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까지 오른 마이클 더커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에 유리 천장은 없다. 어떤 배경을 갖고 있든 열심히 하면 전폭적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스스로 일하도록 만드는 데는 공정한 대우도 중요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 불필요한 회의와 잡무 줄여라

조직심리학 박사인 로버스 서튼 스탠퍼드대 교수는 ‘부하들이 일을 못하게 만드는 사람’이 나쁜 리더라면 ‘부하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 주는 사람’이 훌륭한 리더라고 말했다. 서튼 교수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회의나 잡무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주장했다.

과감하게 없애거나 정보기술(IT) 시스템의 도움으로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부서에서 핵심적인 업무들을 발굴해 구성원들이 이런 일에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 있고 그런 일들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것이 자율과 창의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조직 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일에 몰입하고 스스로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런 열정이 식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bscho@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