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소득 81.1%를 생활비·자녀 교육비로 써
가장 큰 불안은 노후·건강·자녀 순"
국내 굴지의 대기업 부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김모(45) 씨의 하소연이다.
흔히 ‘40대’ 하면 자신이 몸담아 온 회사에서는 차·부장급 반열에 오르며 경제적으로도 안정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2016년 지금의 40대가 느끼는 불안감은 20대 청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은퇴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일 ‘기업 구조조정’ 소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장 내일이라도 퇴출 대상에 오르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 또한 사정은 매한가지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차라리 가게 문을 닫는 게 낫겠다’며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바쁘다. 아직 일할 날이 창창한 데도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늘 불안에 떨며 지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허리가 흔들리고 있다. 한경비즈니스가 전국의 4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한민국 40대의 ‘경제 위기감’이 상당했다. 우선 40대의 소득수준과 자신의 소득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40대의 자괴감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의 40대들은 얼마의 소득을 벌고 있고 또 이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을까. 이번 설문에서 40대의 월 소득수준을 살펴본 결과 200만원 이하라고 응답한 이가 26.4%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0만~400만원(22.3%), 200만~300만원(21.5%), 400만~500만원(15.7%), 500만원 이상(14.1%)순으로 집계됐다.
40대의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이하부터 500만원 이상까지 비교적 고르게 분포된 이유는 남녀 소득의 격차가 큰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남성은 월평균 소득을 300만~400만원으로 지목한 이의 비율이 26.6%로 가장 높았다. 이어 200만~300만원(22.4%), 400만~500만원(20.4%), 500만원 이상(18.6%)순이었고 200만원 이하는 12%로 가장 낮았다.
반면 여성은 40.8%가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이하인 것으로 집계돼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200만~300만원(20.6%), 300만~400만원(18%), 400만~500만원(11%), 500만원 이상(9.6%)순이었다.
40대 남녀 소득 격차는 상당하지만 자신의 월 소득에 대한 만족도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40대 남녀 모두 자신의 월 소득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40%대로 집계돼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40대 남성은 자신의 월 소득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불만족이 35%, 매우 불만족이 8.2%로 집계돼 월 소득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총 43.2%에 달했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불만족이 30.6%, 매우 불만족이 12.2%로 여성 응답자 가운데 42.8%가 자신의 월 소득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또 40대 전체 응답자 가운데 총 43%가 자신의 월 소득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고 보통 수준이라는 응답은 40%, 만족한다는 답변은 17%에 불과했다.
이처럼 월급봉투를 볼 때마다 한숨을 쉬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들어오는 수익은 고정적인데 나가는 지출은 갈수록 늘고만 있으니 월급날이 그다지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생활비, 자녀 교육비와 밀린 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40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기 계발이나 문화생활을 누릴 틈도 없이 생활을 꾸려 나가기에도 살림이 빠듯하다. 월 지출 항목 조사 결과를 보면 생활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월 지출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항목’을 조사한 결과 생활비를 지목한 이가 55.4%나 됐다. 이어 자녀 교육비 25.7%, 대출 상환 12.7%, 자기 계발비 3.2%, 의료비 1.4%순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40대 가운데 재테크는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현재 재테크를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전체 응답자 가운데 52.2%가 ‘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 이를 대변해 준다.
반면 ‘현재 재테크를 하고 있다’고 답한 47.8%의 응답자들이 꼽은 주요 재테크 유형은 저축(56.1%)·주식(26.2%)·부동산(10.3%)·보험(6.7%)·펀드(0.8%)순으로 나타났다.
40대의 절반 이상이 재테크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없어서다. 재테크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들 가운데 무려 74.3%가 자금 부족을 이유로 꼽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망설이는 이들은 12.3%에 그쳤고 아직 재테크 생각이 없거나(7.3%) 경기 불안(6.1%)을 이유로 꼽는 이들도 있었다.
당장 갚아야 할 빚에 불어나는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힘든 상황 속에서 ‘돈을 굴릴 수 있는 재테크’에 손을 뻗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40대가 겪고 있는 경제적 고민의 한 축에는 앞으로 더 팍팍해질 중년 이후의 삶, 바로 노후 문제가 있다. ‘남은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복수 응답)’라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44.5%가 노후 준비의 경제적 문제를 꼽았다.
또 경제적인 빈곤 문제(10.3%), 일자리에 대한 불안함(5.8%), 은퇴 이후 소득 확보 방안(4.3%), 생활비 조달 부족(1.9%) 등을 합치면 전체의 66.8%가 ‘앞으로 쓸 돈을 아직 모아 두지 않았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가 지닌 주요 고민의 저변에는 노후, 경제적 빈곤, 일자리 불안, 은퇴 이후의 소득 등의 키워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건강(30%)과 자녀의 교육·취직·결혼(12.6%)을 꼽는 이들도 많았다. 노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3.9%), 미래의 불확실성(3.4%), 외로움·고독(1.7%) 등의 답변도 있었다.
12년 차 직장인인 박모(40) 씨는 “40대에 접어드니 내가 앞으로 얼마나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동년배 동료 가운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장 생활을 그만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며 “최근에야 은퇴 후 적어도 30년 이상 먹고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평범한 40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불현듯 다가올 은퇴’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 조사 결과에서 대한민국 40대가 희망하는 은퇴 연령은 60~64세가 3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65~69세가 22.8%였고 70세 이상도 18.1%나 됐다. 또 55~59세는 14.9%, 50~54세는 7.3%, 40대는 2.1%로 집계됐다.
60대는 물론이고 70대에도 일하고자 하는 의욕은 충만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실제로 은퇴하게 될 시기는 기대보다 훨씬 ‘젊은’ 연령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서울시 50+세대 인생 이모작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의 평균적 1차 은퇴 연령은 남성 53세, 여성 48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희망 연령과 실제 은퇴 연령 사이의 격차가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시의 사례이긴 하지만 1차 은퇴 연령 평균이 50.5세라는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서울시 조사 결과에서는 은퇴 시기가 앞당겨진 만큼 재취업에 대한 의욕도 상당했다. 퇴직 후 남성은 85.3%가, 여성은 37.7%가 재취업을 시도했다. 제2의 일자리로 재취업한 남성은 13년, 여성은 16년 더 일하고자 하는 의향을 보였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대비는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40대 가운데 미리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자신의 은퇴 준비에 대한 평가’ 항목에 대해 40대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은퇴 준비에 대해서 ‘만족한다’와 ‘매우 만족한다’는 답변은 각각 7.4%와 0.5%에 불과한 데 반해 ‘별로다’와 ‘매우 별로다’라는 응답은 35.2%, 20.2%에 달했다. 나머지 36.7%는 보통 수준으로 평가했다.
왜 은퇴 준비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한 40대의 답변은 다시 ‘돈이 없다’는 이유로 도돌이표처럼 되돌아 간다. ‘지금 당장 생활이 팍팍한데 어떻게 10년, 20년, 30년 뒤를 준비할 수 있겠느냐’는 40대들의 절규다. 이들의 불안을 씻어줄 단비는 언제 내릴까.
한경비즈니스 조현주 기자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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