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200개 업체 각축…대형 금융사 가세로 전문 업체 성장 주춤}
[COVER STORY] 홍콩·일본으로 옮겨붙은 로보어드바이저 붐
[한경비즈니스 이홍표 기자]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자산 관리)는 자산 관리 선진국인 미국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2000년대 중반 선보인 미국에서는 현재 200개 이상의 로보어드바이저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위 15개사의 운용 자산은 2015년 말 기준 510억 달러로, 2009년 말(40억 달러) 이후 연평균 52.9%의 속도로 성장했다.

컨설팅 기업인 AT커니에 따르면 미국 자산 관리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 자산(AUM) 규모는 2015년 0.5% 수준에서 2020년 5.6%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베터먼트·웰스프런트와 같은 전문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이다. 다른 하나는 뱅가드·블랙록과 같은 기존 글로벌 운용사로 나눠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성장성을 알아본 글로벌 금융사들이 이 부분을 강화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어니스트달러를 인수하며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피델리티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피델리티 고’를 오픈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자체 개발을 통해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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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먼트·웰스프런트가 선구

선구자는 베터먼트와 웰스프런트 등 전문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각각 차별화된 자산 관리를 선보이고 있다. 우선 최소 투자 금액을 살펴보면 ‘제한 없음’에서 10만 달러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연간 수수료 역시 ‘무료’에서 0.9%까지 다양하지만 상위 업체 기준으로 주로 0.2~0.3% 수준에서 분포하고 있다.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역시 국내와 마찬가지로 투자의 중심을 상장지수펀드(ETF)에 놓고 있다. 물론 몇몇 기업은 개별 주식 편입도 가능하게 하고 있고 로보어드바이저를 기본으로 고객이 직접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는 부가 옵션을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이처럼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로보어드바이저는 2015년부터 아시아권에도 속속 도입되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홍콩과 일본이 한국과 함께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다.

2015년 4월 홍콩의 ‘8시큐리티’는 저렴한 수수료와 모바일을 통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8나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는 올해 5월 일본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하며 일본 로보어드바이저의 도화선이 됐다.

물론 일본 금융사들도 차분히 로보어드바이저를 준비 중이다. 금융그룹인 미즈호와 미쓰비시는 각각 ‘스마트 폴리오’와 ‘포트 스타’라는 이름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은행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증권은 온라인 증권사를 중심으로 서비스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넥스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인 ‘앤서’ 서비스를 올해 초 시작했고 라쿠텐증권은 올해 하반기에 로보어드바이저를 오픈할 예정이다.

물론 로보어드바이저 업계의 성장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대형 금융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에 속속 진입하면서 고객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 로보어드바이저 기업들이 자산 성장세가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소 160억 달러 운용해야 손익분기점

실제로 2012년 이후 연간 200~300%의 성장세를 보이던 베터먼트와 웰스프런트 등 전문 서비스 기업의 자산 성장률은 대형 금융회사가 본격적으로 진입한 2015년 들어 각각 68.7%, 89.1%로 둔화됐다. 시장 자체는 커지지만 ‘규모의 경제’가 부족한 전문 서비스 기업이 살아남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권우영 우리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로보어드바이저 회사 운용엔 연간 3000만~4000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160억 달러 규모의 운용 자산이 필요하지만 전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의 대부분이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5년 말 기준 전문 로보어드바이 1위 업체인 베터먼트의 운용 자산은 32억 달러, 2위인 웰스프런트는 26억 달러로 0.25% 수수료율 적용 시 수수료 수입은 각각 807만 달러, 605만 달러에 불과하다.

권 수석연구원은 “대형 금융사들이 속속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기존의 전문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들은 마케팅 비용이 더 늘면서 운용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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