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이주’ 꿈 실현하는 스페이스 엑스...태양광 업체 솔라시티도 순항 중}
일론 머스크의 ‘넥스트 테슬라’ 어디?
(사진) 2014년 5월 스페이스 엑스의 드래건2 우주선을 소개하는 엘론 머스크 CEO. /AP연합뉴스



[정리=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스티브 잡스가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꿨다면, 엘론 머스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꾼다.”


미국의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테슬라모터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4월 초 전 세계를 ‘테슬라 쇼크’에 몰아넣으며 그는 ‘미래 설계자’로서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미래 산업의 지형도를 짐작하기 위해서라도 머스크 CEO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그가 전기차 외에도 ‘미래 산업’으로 점찍은 분야들이 있다. 항공우주산업과 태양광·에너지 산업이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창업하던 비슷한 시기에 로켓 제조업체 스페이스 엑스와 태양광 설치업체 쏠라시티를 창업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의 공언대로 테슬라가 애플 시가총액을 넘어설지, 쏠라시티가 미국 최대 유틸리티 업체가 될 것인지, 스페이스 엑스가 인류의 화성 이주를 위한 토대를 제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페이팔 매각 후 3개 업체 차례로 창업

일론 머스크는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의 미국 벤처사업가다. 그의 인생은 한마디로 ‘무한도전의 역사’다. 남아공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17살이 되던 해 홀로 캐나다로 건너갔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과 경영학, 물리학을 공부했다.

졸업후 스탠포드대 석박사 과정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창업을 위해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탠포드를 나왔다. 1995년 인터넷 비즈니스 디렉토리 기업인 집투(Zip2)를 창업하며 사업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페이팔을 공동 창업했고,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하며 2억5000만 달러(약 2884억원)를 벌어들였다.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 일론 머스크는 주거용 저택과 약간의 현금을 제외한 거의 전부(1억8000만 달러)를 다시 창업에 쏟아 부었다. 2000년대 초중반, 비슷한 시기에 설립한 세 개의 업체 중 그에게 가장 중요한 기업은 스페이스 엑스다.

2002년 6월 그가 가장 먼저 설립한 기업이자 페이팔 매각 대금 중 가장 많은 투자자금을 쏟아 부은 기업이기도 하다. 그의 인생 염원인 ‘인류의 화성 이주’를 실현시켜 줄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항공우주산업은 항공기, 우주비행체, 관련 부속 기기류, 소재류를 생산하는 포괄적인 산업이다. 산업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2023년까지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그 동안 항공우주산업은 미국의 NASA를 중심으로 보잉, 록히드 마틴 등 군수산업 복합체의 거대기업과 러시아 중심으로 영위되었다.

스페이스 엑스는 이와 같은 거대기업 중심의 우주 산업에 야심차게 뛰어들었다. 보잉, 록히드마틴 등 거대 로켓 제조업체의 비효율적인 비용구조로는 진정한 우주에 접근하기 어렵다 판단하고 부품의 80~90%를 자체 제작하고 로켓을 재사용하여 로켓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다른 항공 우주기업들이 로켓을 우주로 날리는 데 만족한 반면, 스페이스 엑스는 소형 탑재물을 운송하기에 적합한 로켓 제작을 염두에 둔 것이다.

◆ 로켓 재사용해 발사 비용 10분의 1로

2008년 9월 팰컨 1호의 첫 발사 성공을 이루기까지 6년간 오직 연구개발만 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연구개발비만 늘어나니 2008년엔 파산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전환점이 된 것은 2010년 9월 팰콘 9호의 발사 성공이다.

이후 스페이스 엑스는 매달 1회 꼴로 로켓을 발사하며 캐나다, 유럽, 아시아 고객의 위성 24건 발사를 성공했다. 또 국제우주 정거장에 화물선 드라곤의 도킹에 성공하여 NASA의 배달 임무를 맡고 있다. 결국 2008년 파산위기 이후 스페이스 엑스의 누적 흑자는 120억 달러(13조원)을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2월 팰콘 9호는 11개의 통신위성을 싣고 성공적으로 발사됐고, 통신 위성은 목표로 한 전이궤도에 무사히 안착시켰다. 중요한 점은 이때 발사체 1단 귀환 시험에도 성공했다는 점이다. 추진로켓이라 불리는 발사체 1단은 전체 로켓 제작비용의 70~80%를 차지한다. 이런 발사체 1단이 성공적으로 귀환하고 재사용할 경우 현재 팰콘 9호의 1회 발사비용의 10분의 1 수준인 500~700만 달러(57억~80억원)로 낮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머스크 CEO의 최종 목표는 인류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기 위한 화성 식민지이다. 스페이스 엑스가 로켓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단기적으로 위성발사와 우주 정거장 화물 배송을 통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만 있지는 않다.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기 위해 좀 더 자주 로켓을 발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000만원대의 수퍼 전기차로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테슬라 모터스는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 2003년 7월 설립한 기업이다. 일론 머스크는 설립 직후 증자 참여를 통해 이사회 의장이자 최대 주주로 테슬라에 합류했다.

2008년 테슬라 로드스터를 출시하며 전기차의 태동을 알렸다. 2012년 출시한 모델S는 2015년 말까지 누적 판매대수 107만대를 기록하며 전기차 시장 대중화를 이끌었다. 지난 4월 말 출시한 모델3는 사전예약 3일 만에 30만대가 예약되는 기염을 토했다. 작년 포브스 선정 ‘세계 최고 혁신기업’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기차와 항공우주산업에 이어 일론 머스크가 ‘찜한’ 미래 산업은 태양광이다. 그는 인류를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생각이다. 쏠라시티는 일론 머스크의 아이디어를 사촌 형제인 린든 라이브와 피터 라이브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2006년 7월 설립됐다.

주거용·상업용 태양광 설치에서 전기차 충전시설,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이르기까지 종합 유틸리티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이사회 의장 및 최대주주로서 창업 초부터 쏠라시티의 사업이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신재생 에너지가 글로벌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다. 2015년 OECD 회원국들의 연간 총 생산 전력량에서 신재생에너지(지열, 풍력, 태양광 등)가 차지하는 비중은 7.6%였다.

하지만 2015년 12월 파리에서 교토 의정서를 대체할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온실 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태양광 발전은 전세계 전력 발전 기술 중 가장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 신규 신재생 에너지 설치 용량 중 태양광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 확대되고 있다. 2014 년에는 전체 순증가분의 약 42%를 차지했다.

◆ 솔라시티-테슬라,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 구상

미국 최대의 루프탑 솔라 업체로 자리매김한 솔라시티는 주거용 설치시장뿐만 아니라 상업용 설치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월마트, 이베이, 휴렛패커드 등 굴지의 대기업들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3년 만에 매출액이 3배가 넘게 증가하여 작년에는 4억 달러를 기록했다. 주력 업종인 태양광 설치시장의 고성장세와 더불어 전기차 충전, ESS 제품도 내년 테슬라 기가팩토리 준공시점부터는 매출증가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솔라시티와 테슬라는 서로 연결되어 머스크가 구상한 새로운 에너지 산업 생태계 수립을 위한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솔라시티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테슬라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소비하는 전기차를 제조 및 판매한다. 그리고 솔라시티는 테슬라가 제조하는 에너지 저장장치인 파워월, 파워팩을 고객들에게 판매한다.

파워월, 파워팩은 솔라시티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이용하는 가정 및 기업에서 낮에 발전한 전기를 저장하여 사용하거나 잉여전기를 재판매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솔라시티는 고객인 가정 및 기업으로부터 잉여전기를 구입해 테슬라의 무료 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에 이용하게 된다. 테슬라 고객들이 슈퍼차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배경에는 이러한 요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