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주포럼 한경비즈니스 특별 기획 : 한중 스타트업 전문가 대담]
{세대 공백 채우며 과감한 도전…시제품 생산, 선전이 더 유리}
[한중 스타트업 전문가 대담] “스타트업 뛰어든 중국 젊은이들, 한국 60~70대의 젊은 시절 닮았죠”
(사진) 선전이노베이션랩 설립자 데이비드 리(왼쪽)와 빅뱅엔젤스 황병선 대표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김기남 기자

[한경비즈니스 제주=김태헌 기자] 정부의 ‘창조경제’ 드라이브와 함께 ‘제2의 벤처 열풍’이 불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벤처 생태계가 조성됐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구심점으로 O2O(Online to Offline) ‘스타트업’들이 벤처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벤처 붐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경비즈니스는 지난 5월 25일 제주포럼에 참석한 데이비드 리 선전오픈이노베이션랩 설립자와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를 초대해 한국과 중국의 벤처 생태계를 진단하는 대담을 열었다.
[한중 스타트업 전문가 대담] “스타트업 뛰어든 중국 젊은이들, 한국 60~70대의 젊은 시절 닮았죠”
(사진) 빅뱅엔젤스 황병선 대표

-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이하 황 대표)=우선 선전오픈이노베이션랩이 어떤 곳인지 궁급합니다.

- 데이비드 리 선전오픈이노베이션랩 설립자(이하 리 설립자)=저는 대만 출신입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죠. 미국 인터넷 업계에서 10년을 보낸 뒤 2003년 상하이로 이주해 중국 최초의 해커스페이스 신단웨이를 공동 설립했습니다.

이후 2015년 6월 또 다른 해커스페이스인 선전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했고요.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구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황 대표=중국의 해커스페이스 현황은 어떻습니까.

- 리 설립자=중국의 해커스페이스는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대략 20~25개 정도의 메이커·해커스페이스가 존재해요.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도 해커스페이스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죠.

- 황 대표=한국 역시 유사한 벤처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인큐베이팅과 투자 자문사가 구분돼 운영됩니다.

- 리 설립자=중국도 인큐베이팅과 투자 대부분이 개별적으로 이뤄집니다. 우리 역시 투자보다 인큐베이팅에 집중하고 있고 스타트업이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 간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죠. 투자가 핵심은 아니에요. 이들이 보다 더 빠르고 쉽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 황 대표=선전오픈이노베이션랩을 통해 성장한 기업들은 어떤 곳입니까.

- 리 설립자=우리는 전통적 방식의 산업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기업들에 도움을 주고 있어요. 이미 시장에서는 스포츠 용품, 건강식품, 스마트 기구, 학습 보조 기구 등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죠. 한국에도 이들 제품 중 일부가 판매됩니다.
[한중 스타트업 전문가 대담] “스타트업 뛰어든 중국 젊은이들, 한국 60~70대의 젊은 시절 닮았죠”
(사진) 센젠이노베이션랩 설립자 데이비 리

- 황 대표=스타트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초기 비용입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제품 생산에 많은 돈이 들어 망설이죠.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이 때문에 엔젤 투자사나 정부가 아이디어에 자금을 연결해 주거나 창업 컨설팅을 돕기도 합니다. 이런 역할이 초기에는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여주죠.

- 리 설립자=기존의 디지털 서비스 회사는 시제품 생산비가 없습니다.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스타트업 중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들은 제품 생산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입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예요.

이런 이들을 돕는 역할을 선전오픈이노베이션랩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고요. 선전에는 많은 기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기업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죠. 선전에서는 한국보다 더 빠르고 싼값에 시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 황 대표=맞습니다. 이미 한국 스타트업 중 여러 곳이 선전에서 시제품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한국보다 중국에서 시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빠르기 때문이죠. 한국도 이런 생태계가 만들어 지면 좋겠지만 이것보다 선전을 활용하는 방안이 더 유리할 것 같아요.

- 리 설립자=우리는 약 2000개 이상의 기업과 이미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습니다. 시계를 만들고 싶다면 시계 디자인 업체와 시곗줄·시계추 등을 만드는 여러 기업에 제품을 주문하고 이를 받아 조립하는 방식으로 쉽게 결과물을 만들 수 있죠. 비용도 무척 저렴하고요.

- 황 대표=스타트업은 어느 국가에서나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과 달리 지금 스타트업 열풍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젊은층의 창업 열기가 뜨거워요.

한국에서도 젊은이들과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더 많이 도전해야 합니다. 더 많은 성공 모델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면 한국 젊은이들도 더 과감하게 도전할 겁니다.

- 리 설립자=중국 젊은층의 스타트업 열풍은 중국의 특이한 현상입니다. 중국의 20~30대는 과감하게 개혁하고 개발하는 세대죠. 이 세대가 지금 한국의 60~70대의 젊었을 때 모습과 비슷해요. 중국은 문화 대혁명 시대를 거치면서 어렵게 지냈습니다.

세대의 공백기가 생겼죠. 그런 공백을 최근 젊은 세대들이 채우고 있는 거예요. 실패도 하지만 과감하게 도전하면 더 좋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봅니다.

[선전오픈이노베이션랩은]
2015년 중국 선전에 설립된 메이커 스페이스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1인 발명가 또는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와 공구를 공유하는 공동 공방 역할을 하는 곳으로, 해커스페이스·이노베이션랩으로도 불린다.

미국의 테크숍이 대표적인 사례다. 선전오픈이노베이션랩은 소규모 하드웨어 스타트업들과 선전에 구축된 세계 최고의 제조업 시스템을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전을 '미래 디지털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로 변모시킨다는 목표다.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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