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 언제까지]
{30대 그룹 중 20곳 해외 매출 뒷걸음}
{세계경제 둔화·경쟁력 하락 겹쳐…산업연구원 “하반기 감소세 완화 전망”}
‘식어가는 수출 엔진’…18개월 연속 감소
(사진) 부산항 신선대부두.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성장 구조상 내수 진작만으로는 저성장의 늪을 탈출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맞물려 수출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추세적으로 반등의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국의 수출 실적은 ‘1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간 수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기간 뒷걸음질이다.

◆작년 1월 이후 ‘마이너스 행진’
‘식어가는 수출 엔진’…18개월 연속 감소
지난 5월 한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줄어든 398억 달러로 집계돼 사상 최장인 17개월 연속 감소 행진을 이어 갔다. 세계 경기 부진과 저유가 국면 지속 등의 영향 때문이었다.

수출이 올 상반기 내내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정부의 올해 수출 전망치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과 유가 하락 효과의 완화 등에 힘입어 올해 수출이 5382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2.1% 늘고 수입은 4482억 달러로 2.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한국의 수출 부진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6월 6일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3월 수출액은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31개 OECD 회원국 중 22위에 그쳤다. 지난해 1월 4위에서 18계단이나 떨어졌다. 같은 시기 수출액 감소 폭이 0.9%에서 8.0%로 커지면서다.

한국은 지난해 1월 수출액이 감소세로 전환된 이후 4월 6위, 8월 19위, 10월 23위로 순위가 계속 떨어졌다. 올 1월에는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9%나 줄면서 28위까지 주저앉았다. 3월에는 감소 폭이 줄면서 순위가 반등했지만 여전히 20위권이다.

수출 부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깎아내릴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5월 올해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순수출(총수출-총수입)의 기여도를 마이너스 0.2% 포인트로 예상했다. 순수출은 지난해에도 성장률을 1.1% 포인트 갉아먹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와 내년까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 저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구체적 전망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월 24일 발표한 ‘2016년 상반기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이 2.6%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내년 GDP 성장률 또한 2.7%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으로 수출 부진을 꼽았다. 수출 경쟁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잠재성장률도 추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글로벌 투자로 세계 수요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등 후발국이 추격해 오는 데 따른 수출 경쟁력 저하로 올해 수출 증가율이 1.0%대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는 세계경제 회복으로 수출이 2.7% 증가하며 부진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수출 부진이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물론 대외 경쟁력 약화에도 기인하고 있다”며 “수출 회복세가 제한적인 가운데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4대 그룹 중 현대차만 해외 매출 방어
‘식어가는 수출 엔진’…18개월 연속 감소
수출 부진은 해외 매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 30대 그룹의 지난해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었다. 30대 그룹 중 20곳의 해외 매출이 뒷걸음질했다.

CEO스코어가 6월 22일 30대 그룹 산하 1022개 계열사의 최근 2년간 국내·해외 매출(개별 기준)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매출은 1231조3000억원으로 전년 1314조1000억원보다 6.3%(82조8000억원) 감소했다.

이 중 해외 매출 감소 폭이 국내 매출보다 컸다. 해외 매출은 2014년 633조6000억원에서 2015년 586조4000억원으로 7.4%(47조20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매출은 680조5000억원에서 644조8000억원으로 5.2%(35조6000억원) 감소했다.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11조6000억원 더 줄어든 것이다.

그룹별로 보면 해외 매출이 없는 부영과 전년 대비 비교가 어려운 하림을 제외한 28개 그룹 중 20곳(71.4%)의 해외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해외 매출과 국내 매출이 동반 하락한 곳도 13곳(46.4%)에 달했다.

해외 매출은 해외 법인 매출, 국내 생산 제품의 수출 매출 가운데 각 기업이 자체 기준에 따라 해외 부문 매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한 수치를 집계한 것이다. 해외 매출 감소는 에너지·전기·중공업 관련 수출 주력 기업들이 유가 하락과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고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해외 매출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에쓰오일로 17조6000억원에서 10조4000억원으로 40.8% 감소했다. 효성이 마이너스 36.9%로 둘째였고 롯데(-25.4%), GS(-22.5%)·LS(-16.8%)·KCC(-16%)·현대중공업(-13.6%)·영풍(-10%)·금호아시아나(-9.6%)·대림(-9.3%) 등의 순이었다.

재계 빅4 중에서도 현대차만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 판매 호조로 해외 매출이 2.3% 늘었고 삼성(-8.9%)·SK(-6.4%)·LG(-2%)는 감소했다.

한편 지난해 해외 매출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구조조정 중인 대우조선해양이었다. 15조7000억원의 매출 중 13조9000억원이 해외 매출로 비율이 88.3%였다. 한진(76.3%)과 현대중공업(74.5%)이 2~3위였고 영풍(65.3%)·삼성(63.4%)·LG(60.3%)·에쓰오일(57.4%)·포스코(52.9%)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반도체·조선은 하반기도 ‘흐림’

이런 가운데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의 수출이 올해 하반기에 소폭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산업연구원(KIET)은 6월 22일 발표한 ‘2016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한 수출액이 하반기 마이너스 1.3%를 기록해 연간 마이너스 6.1%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간 수출액은 4944억 달러, 수입액은 4015억 달러(연간 -8.0%)를 기록할 전망이다.

산업별로는 디스플레이와 일반 기계, 철강의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자동차·섬유·정유·가전 등은 감소 폭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반도체와 조선의 수출 부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다만 수출보다 수입 감소 폭이 더 커지면서 올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903억 달러보다 증가한 929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은 “신흥 시장의 수요 부진과 중국의 경쟁력 상승에 따라 수출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년도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감소세가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월 23일 발표한 ‘2016년 하반기 국내외 주요 경제 이슈’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 상승세 전환과 세계 수출 물량 침체 완화 등 대외 여건의 긍정적 신호로 하반기에는 수출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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