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반전 돌파구는]
{효율성 제고 등 경쟁력 확충을…인도·아세안 등 신시장 개척해야}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한국의 수출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 무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

한국은 전체 수출의 4분의 1 정도(2014년 26%)가 중국으로 향한다. 2014년을 기준으로 중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44개 국가 중 열두째다.

한국보다 중국 수출 비율이 높은 나라는 몽골·홍콩 등 사실상 중국에 포함된 국가나 콩고·예멘·호주 등이다. 이들 국가는 주로 원자재를 수출한다. 제조업 중심 수출국 중에서는 한국의 대중 수출 비율이 가장 높다. 중국 경제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이 한국의 발목을 잡는 이유다.

◆지나친 중국 의존…경착륙 시 직격탄
중국 감속 성장은 위기이자 기회, 추격 뿌리칠 시간 번 셈
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다 보니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소식이 들릴 때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다.

최근 국제 신용 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현실화될 때 한국이 받는 충격이 칠레와 대만에 이어 셋째로 큰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20년까지 누적으로 9.6% 포인트 떨어질 때 한국은 신용 등급 하락과 함께 성장률이 6.8% 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한국이 교역뿐만 아니라 금융거래 측면에서도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변동성이 커질 때 기업 경기나 주가의 변화가 가장 심한 나라들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평균 10%에 이르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경제의 초호황기를 이끌어 왔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에도 9% 성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7%대, 지난해에는 6%대로 성장세가 낮아지면서 지속적인 감속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세계와 국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변수 중 하나로 중국의 성장세 둔화가 거론되는 이유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에 따른 수입 수요 축소로 부진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6월 21일 발표한 ‘중국의 감속 성장이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에서 “중국의 감속 성장으로 제조업과 교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 고성장기가 당분간 다시 도래하기 어려워졌다”며 “이는 중국의 경쟁력 확대 속도가 떨어지면서 우리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여지가 생겼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업은 효율성 제고와 기술 개발 등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중국과의 경쟁에 다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빼곤 모든 지역서 수출 부진

다른 지역 수출 시장 전망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대미국 수출은 미국의 완만한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이 부진을 지속하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일본 수출 역시 일본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동 및 중남미 등 경기가 위축된 자원 수출국에 대한 수출도 마찬가지다. 수출 실적이 완만한 개선 추세를 유지하는 지역은 유럽연합(EU) 국가들뿐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무역 환경은 상반기에 비해 개선될 전망이지만 신흥국과의 경쟁 심화, 새로운 통상 이슈 등 부정적 요인도 산재해 있다”며 “소재·부품 고부가가치화와 소비재·서비스산업의 육성,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활용도 제고, 기업 체질 개선 등을 통해 수출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 회복 방안을 신흥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흥 시장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며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중동 국가로의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세계 경기가 부진하고 주요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국내 수출의 돌파구는 인도·아프리카·중남미 등 새로운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시장은 대체적으로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데다 인구가 많고 빈부 격차가 심해 국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크다는 분석이다.

◆신흥 개도국, 특화 제품 전략 필요
중국 감속 성장은 위기이자 기회, 추격 뿌리칠 시간 번 셈
인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50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억만장자 수는 56명으로 미국(378명)·중국(193명·영국(120명)·독일(66명) 다음으로 많다.

아프리카 지역은 최근 경제 개발 붐으로 높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남미도 풍부한 자원 개발을 기반으로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지역이다.

신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장기적 관점에서 상호 신뢰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신흥 개도국은 대부분이 고유한 사회문화와 전통, 정치적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독특한 관습과 언어, 규제 등 보이지 않는 사업 장벽이 많아 시장 접근이 힘들다. 소득수준이 낮아 당장 대규모 거래를 수행하거나 큰 수익을 얻기도 어렵다.

따라서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과 거대 시장의 잠재성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인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국가 간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조언이다. 중국과 일본은 막대한 외화 자금을 바탕으로 신흥 개도국에 대한 사전 투자와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기업의 현지 적응을 돕는 제반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현지 사업 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지원 시스템이다. 금융·인력·해외 정보 등 여러 해외 진출 지원 활동을 한곳에서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지원 체계를 강구해야 한다. 기업의 정주 여건을 마련해 현지 생활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들은 신흥 개도국의 경제·사회문화적 특수성을 파악하고 현지에 특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신흥 개도국은 대체로 소득수준이 낮아 고가 제품보다 중저가 상품이 시장 개척에 유용하다. 위생 환경이 대부분 열악해 환경 개선 상품의 수요가 많다. 장기적으로는 소득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여성 미용 관련 상품 등의 인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유병규 원장은 “정부는 그동안 거대 신흥국을 대상으로 대규모 기업 사절단과 함께 각종 협력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현지에서 국내 기업의 신뢰 기반을 굳건히 하려면 정부 공식 방문 사절단 참여 기업에 대한 인증제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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