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사이드]
{2분기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분양 적었던 힐스테이트·더샵 약진}
{푸르지오·자이·위브, 상반기 물량 앞섰지만 선호도 순위 하락}
‘푸르지오·자이’ 말고 ‘힐스테이트·더샵’ 살래요
[한경비즈니스= 김병화 기자] 아파트 브랜드 시장의 지각변동이 거세다.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와 포스코건설의 ‘더샵’이 상승세, 대우건설의 ‘푸르지오’와 GS건설의 ‘자이’, 두산건설의 ‘위브’ 등이 하락세다.

◆‘넘버원’ 넘보는 힐스테이트

브랜드 가치 평가 회사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아파트 브랜드 평가 순위 1위는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이었다.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16년 동안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래미안은 이번 분기에도 브랜드가치지수(BSTI : Brand Stock Top Index) 1000점 만점 중 853.5점을 받으며 왕좌를 지켰다.

BSTI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부문별 브랜드 1000여 개를 대상으로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모델이다. 브랜드스탁 증권거래소의 모의 주식거래를 통해 형성된 브랜드주가지수(70%)와 소비자조사지수(30%)를 결합해 점수를 산정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힐스테이트’의 추격이다.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는 BSTI 832.4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순위보다 상승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힐스테이트의 브랜드 순위는 5위(BSTI 790.8점)였다. 1년 만에 지수가 40점 이상 상승했다.

월별 브랜드 순위 추이도 비슷하다. 힐스테이트는 2016년 1월 4위(817.1점), 2월 3위(823.2점), 3월 2위(834.0점), 4월 2위(837.1점), 5월 2위(826.3점), 6월 2위(833.8점)를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재건축·재개발, 지역 주택 사업 등 주택 사업에 집중한 것이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올해 초 공격적인 정비 사업 수주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밟은 브레이크의 여파를 상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건설의 올해 정비 사업 수주 목표는 1조5000억원이다.

포스코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더샵’도 분위기가 좋다. 전년 동기 대비 6계단 상승(12위→6위)하며 6위(BSTI 776.9점)를 기록, ‘톱5’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5위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와의 점수 차는 3.6점에 불과하다. 더샵의 선호도 상승에는 지난해 분양된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흥행이 한몫했다.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3.3㎡당 평균 2700만원 수준의 고분양가에도 불구하고 17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역대 최고가인 3.3㎡당 7000만원에 이르는 펜트하우스는 청약률 68.5 대 1을 기록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푸르지오·자이·위브’ 브랜드 선호도 하락

전년 동기 조사에서 2위(BSTI 821.3점)였던 ‘푸르지오’는 이번 조사에서 4위(BSTI 800.5점)를 기록했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2위),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3위)’에 밀려난 것이다. 5위 아이파크, 6위 더샵과 점수 차는 20여 점이다.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점수(20점) 만큼 또 떨어지면 ‘톱5’ 자리마저 위태롭다.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의 임기가 7월 14일 만료되는 가운데 후임을 정하지 못하며 경영 공백까지 우려된다는 점도 푸르지오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악재다.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는 7위다. 전년 동기 대비 순위는 3계단(4위→7위), 점수는 21.8점(793.1→ 771.3) 떨어졌다. 10위권 내 아파트 브랜드 중 유일하게 지난 1월부터 매달 점수가 하락했다. 자이의 월별 BSTI는 1월 780.9점, 2월 776.5점, 3월 776.4점, 4월 772.4점, 5월 771.5점, 6월 769.9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 하락을 염려해 할인 분양을 하지 않았던 GS건설이 지난해부터 일부 현장에서 할인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8위(BSTI 710.1점)였던 두산건설의 ‘위브’는 결국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BSTI 672.7점을 받고 12위를 기록했다.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호반베르디움(11위)’보다 낮은 순위다.

두산건설은 2009년 사업비가 2조원에 달하는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의 분양 실패 이후 장기간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두산건설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잇따라 자산을 매각 중이다.

지난해 렉스콘 사업부(1300억원)와 분당 토지(1065억원), 두산큐벡스(1079억원) 등을 매각한 데 이어 지난 5월 배열회수보일러 사업부(3000억원)를, 6월 화공플랜트 사업부(1172억원)를 정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가 주택 공급량과 관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분양 등 주택 공급을 많이 해 브랜드 노출을 많이 할수록 인지도와 선호도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순위가 하락한 A건설사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공급을 줄이다 보니 브랜드 순위가 하락한 것 같다”며 “공급을 늘리면 (브랜드 선호도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 공급량과 브랜드 선호도는 큰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브랜드 순위가 상승한 힐스테이트와 더샵이 올 상반기 5000가구와 3700여 가구를 각각 분양했고 오히려 순위가 하락한 푸르지오는 8800여 가구, 자이는 1만1500여 가구를 공급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당장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현대건설 시공)가 분양을 앞두고 있고 대치동 쌍용 1·2차, 반포주공1단지, 한신4지구 등 다수의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수주전이 펼쳐질 예정”이라며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