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조사 결과]
{2013년 시작한 ‘리서치 강화’ 결실…중소형사 KB·메리츠도 역대 최고 성적}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2016 상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조사에서 하나금융투자가 ‘베스트 증권사’로 선정됐다. 하나금융투자는 ‘베스트 증권사’와 함께 ‘베스트 리서치센터’에서도 1위를 차지해 2관왕이 됐다.

베스트 법인영업은 신한금융투자가 차지했다. 베스트 증권사는 리서치센터와 법인영업 점수를 합산해 선정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조사에서 창사 이후 첫 베스트 증권사가 됐다. 하나금융투자는 2015년 상반기 조사에서 리서치센터 부문에서 사상 첫 1위를 차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당시 조사에서는 신한금융투자에 밀려 베스트 증권사의 타이틀은 차지하지 못했다.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하는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조사는 리서치센터와 법인영업의 실제 수요자인 연기금·자산운용사·공제회·은행·보험 및 투자 자문사의 펀드매니저들이 직접 참여하는 조사다.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는 1999년부터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시행되고 있다. 조사 때마다 참여 펀드매니저의 수를 늘리는 등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특히 이번 조사는 지난 조사가 세운 기록(756명)을 뛰어넘는 826명의 펀드매니저가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 조사가 됐다. 이는 국내 금융 투자 업계에서 이 조사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투자, 베스트 증권사 첫 1위 ‘도약’
◆꾸준히 순위 올린 하나금융투자

베스트 증권사에 오른 하나금융투자는 총점 28.12점을 기록했다. 지난 조사(23.39점)에 비해 점수가 오른 것이 이번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리서치센터 점수는 15.60점, 법인영업 점수는 12.52점이었다.

특히 리서치센터는 지난 조사(13.26점)에 비해 2점 가까이를 끌어올리며 베스트 증권사에 하나금융투자가 선정되게 하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베스트 증권사에서 큰 존재감이 없었다. 2012년 하반기 조사까지만 해도 하나금융투자의 리서치센터 순위는 14위에 그쳤다. 물론 2013년 상반기도 12위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변화는 2013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하나금융투자가 ‘리서치 강화’의 깃발을 든 것이다. 이에 따라 인적 구성에 대대적 변화가 생겼다.

조선·중공업 및 자동차 부문의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인 조용준 센터장을 필두로 이정기(스몰캡)·김홍식(통신)·신동준(채권 및 자산 배분, 현재 미래에셋증권 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으로 이직) 등 업계에서 존재감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하나대투증권에 대거 합류했다.

이후 하나금융투자는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6개월마다 이뤄지는 조사에서 꾸준히 3계단, 4계단씩 올라서며 2015년 상반기 마침내 베스트 리서치센터 부문에서 1위에 오른 것이다.

여기에는 새로 합류한 애널리스트뿐만 아니라 기존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들의 노력도 있었다. 유통 부문의 장기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박종대 애널리스트, 은행업의 터줏대감인 한정태 애널리스트, 전략 부문의 김상만 애널리스트, 거시경제 부문의 소재용 애널리스트들이 그들이다.

물론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하나금융투자에는 ‘약점’이 있었다. 중견은 탄탄하지만 신진 애널리스트들의 성장이 더뎠던 것이다. 15년 넘게 진행돼 온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조사의 결과를 돌아보면 항상 신진과 중견 애널리스트의 조화가 있어야 해당 리서치센터가 롱런한다. 이는 비단 리서치센터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조사에서 이런 ‘약점’을 깨끗이 극복했다. 바로 2013년 이후 꾸준히 단련돼 온 신진 애널리스트들의 ‘포텐셜’이 드디어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번에 생애 첫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른 이화영(섬유·의복)·이경수(계량 분석)·윤재성(석유화학) 애널리스트다. 이들은 모두 업력 6~7년의 젊은 애널리스트들이다. 생애 최초 애널리스트를 3명이나 배출한 것은 하나금융투자가 유일하다.

그 결과 하나금융투자는 모두 8개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하며 ‘베스트 리서치센터’를 차지한 것은 물론 전 증권사 리서치센터 중 가장 많은 숫자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보유한 리서치센터로 기록됐다.

비록 2위에 그치긴 했지만 법인영업도 선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투자 법인영업은 지난 조사에서 11.04에 그쳤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 조사에 비해 향상된 12.52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법인영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신한금융투자(14.09점)에 비해서는 못 미치는 결과를 냈다.
하나금융투자, 베스트 증권사 첫 1위 ‘도약’
◆‘자존심’ 지킨 신한금융투자

베스트 증권사 2위는 신한금융투자가 차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법인영업 부문에서는 1위에 올랐지만 리서치 부문에서 12.14점(2위)을 받은 것이 베스트 증권사 2위의 배경이다. 신한금융투자는 2013년 하반기 이후 무려 5회 연속 베스트 증권사로 선정된 ‘명가’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리서치 점수가 지난 조사에 비해 약 3점 가까이 하락(2015년 하반기 14.78점→2016년 상반기 12.14점)한 것이 베스트 증권사 선정에서도 한 계단 밀려난 원인이 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번 조사에서 비록 2위에 그쳤지만 ‘리서치 명가’로서의 자존심은 지켰다.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가장 많은 부문(8개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한 것이다. 특히 2개 부문에서 생애 최초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기술적 분석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최동환 애널리스트, 신용 분석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김상훈 애널리스트가 그들이다. 이 중 최동환 애널리스트는 2015년 상반기 조사에서 파생 상품 부문 1위를 차지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신한금융투자는 이번 조사를 끝으로 ‘신한금융투자의 주력’ 중 한 명이었던 김현 애널리스트가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이직하게 됐다. 7월 4일자로 메리츠종금증권에서 근무하게 된 김현 애널리스트는 조선·중공업 및 기계 부문의 최강자 중 한 사람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 조사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2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2관왕을 차지했다.

베스트 증권사 3위와 4위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조사와 같은 순위이고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조사에 비해 한 계단 올라섰다. 또 5위는 미래에셋대우가 차지했다.

이번 ‘베스트 증권사’ 순위에서 특히 눈에 띄는 증권사는 바로 KB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다. KB투자증권은 6위, 메리츠종금증권은 8위를 기록했다.

양사 모두 중형 증권사 리서치센터로, 이번 조사에서 쟁쟁한 대형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점도 있다. KB투자증권은 ‘우직함’이 돋보인다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신선함’이 눈에 띈다.
하나금융투자, 베스트 증권사 첫 1위 ‘도약’
◆메리츠·KB도 ‘선전’

KB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른바 ‘스타플레이어’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베스트 증권사 순위에서 높은 성적을 거둬 왔다. 비결은 여러 가지다.

먼저 KB투자증권의 강점은 법인영업과의 탄탄한 팀워크에 있다. 사실 베스트 증권사는 하나금융투자나 신한금융투자의 예에서 보듯이 어느 한쪽만 잘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서치센터와 법인영업 양 조직의 힘이 합쳐져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KB투자증권은 전통적으로 법인영업이 우수한 증권사다. 여기에 KB금융지주라는 탄탄한 뒷배경이 큰 역할을 하며 규모에 비해 훨씬 ‘강한 증권사’로 평가된 것이다.

KB투자증권의 또 다른 강점은 ‘묵묵함’이다. 대부분의 리서치센터가 어떻게 하면 더 ‘돋보일까’에 주력한다면 KB투자증권은 어떻게 하면 펀드매니저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까 골몰한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리포트의 질’을 높이는 데 가장 집중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KB투자증권의 보고서가 한 번 발간되기 위해서는 무려 다섯 단계의 결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리포트가 계속해 ‘정제’되는 것이다.

KB투자증권이 발간하는 자산 배분 전략 보고서 ‘포르투나(FORTUNA)’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산 관리의 참고서로 각광받고 받고 있을 정도다. 매월 1일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6월 말까지 무려 1만6000권이나 발간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요즘 금융 투자업에서 가장 ‘핫’한 증권사다. 새로운 영업 방식을 통해 증권업 중 가장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메리츠종금증권이 이제 리서치센터에도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결국 증권사의 두뇌인 리서치센터가 잘해 줘야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신호탄은 올 초 영입한 이경수 리서치센터장이 쏘아 올렸다. 이 센터장은 국내 금융 투자 업계에서 손꼽히는 투자 전략가 중 한 사람이다. 이 센터장은 부임 후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를 혁신하는 데 주력했다. 콘셉트는 ‘젊고 강한 리서치’다.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는 2015년 말 기준 총 29명에서 7월 5일 기준 36명으로 확대 재편됐다. 또 애널리스트 평균연령은 39.6세에서 34.1세로 대폭 낮아졌다.

회사 차원의 투자도 진행됐다. 1인 리서치 어시스턴트(RA) 제도다. 이는 대형사들만 가능했던 제도다. 이 센터장은 “이 제도를 통해 애널리스트는 분석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고 RA는 시니어 애널리스트로 승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베스트 증권사 첫 1위 ‘도약’
◆14개 부문서 새 베스트 애널리스트 탄생

부문별로 보면 전체 35개 부문 중 14개 부문에서 새로 1위가 탄생했다. 지난 조사에서는 7개 부문에서 새로 1위가 탄생하는 데 그쳤다. 즉 이번 조사는 하나금융투자가 사상 첫 베스트 증권사에 오른 결과에서 나타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문별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역시 지난 조사에 비해 훨씬 ‘변화’의 크기가 크다.

특히 이번 조사를 통해 첫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영광을 안은 애널리스트는 무려 8개 부문이나 된다.

이성호 KB투자증권(글로벌 자산 배분), 김병연 NH투자증권(시황),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음식료), 최동환 신한금융투자(기술적 분석), 김상훈 신한금융투자(신용 분석), 윤재성 하나금융투자(석유화학), 이화영 하나금융투자(섬유·의복), 이경수 하나금융투자(계량 분석) 애널리스트가 그들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수년간 큰 변화가 없던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이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서치센터뿐만 아니라 증권 업계 전반에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굵직한 것만 봐도 미래에셋그룹의 KDB대우증권 인수,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 등 업계 자체의 지도를 확 바꿔 놓을 만한 ‘빅 이슈’들이 2016년 상반기에 있었다.

결국 증권 업계 내에서도 가장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고 할 수 있는 리서치센터가 이를 앞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결국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업계 전반의 ‘지형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따져보면 앞으로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 역시 큰 폭의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변화 속에서도 2관왕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애널리스트들이 있다. 김현 애널리스트는 조선·중공업 부문과 기계 부문을 석권했다. 또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유통과 생활소비재 부문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두 애널리스트 모두 지난 조사에 이어 또다시 2관왕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강자들이다.

또 수년간의 장기 집권을 이어 가고 있는 애널리스트들도 눈에 띈다. 김동원(디스플레이) 애널리스트는 2008년 상반기 조사 이후 무려 17회째 연속 1위를 이어 가고 있다. 최정욱(은행)·이경자(건설) 애널리스트도 각각 15회·11회 장기 집권이다. 윤창용(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9회 연속 1위다.

반가운 얼굴도 있다. 인터넷 부문의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다. 인터넷 부문의 중견 애널리스트인 김 애널리스트는 2014년 상반기 조사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차지한 후 오랜 만에 1위에 복귀했다.

김 애널리스트와 함께 박종연 NH투자증권(채권), 박원재 미래에셋대우(통신 장비·단말기), 장효선 삼성증권(보험), 김지산 키움증권(가전·전기전자), 오태동 NH투자증권(투자 전략) 애널리스트 역시 1위를 재탈환한 애널리트들이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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