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설비·솔루션 개발이 목적”…농민 단체선 ‘대기업 진출 반대’ 거부감}
LG CNS ‘새만금 스마트팜’ 순항하나
(사진) 2014년 동부그룹이 세운 동부팜한농이 농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수출용 토마토 재배 사업을 접었다. 동부팜한농 관계자가 유리온실에서 재배한 토마토를 분쇄기로 폐기 처분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최근 LG CNS가 2022년까지 전북 군산시 새만금 산업단지에 76.2ha(23만 평) 규모의 토마토·파프리카 등 시설 원예 연구 실증 단지 ‘스마트 바이오파크’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LG CNS는 재배 실증 단지에 필요한 설비와 솔루션 공급, 운영 서비스만을 맡고 작물 재배는 해외 전문 재배사와 농업인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농업인 단체는 대기업의 농업 진출 자체가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LG CNS “설비·솔루션 개발이 목적”


LG CNS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직접 재배와 생산을 하지 않고 시설 단지만 조성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농산물 재배는 해외 전문 재배사와 농업인들이 전담하고 생산되는 농산물 역시 계약재배로 전량 해외로만 판매되기 때문에 농업인들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농업인들은 2014년 재배 사업에서 철수한 동부팜한농도 같은 약속을 하고 지키지 않았다며 우려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부팜한농은 2013년 경기도 화성 화옹간척지에 10.5㏊ 규모의 유리 온실을 갖추고 토마토를 생산했었다.

당시 동부팜한농은 생산되는 토마토 전량을 일본 등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들은 동부 불매 운동 등을 지속했고 결국 동부팜한농은 사업을 중단하고 올해 4월 LG화학에 매각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이종혁 정책부장은 “동부팜한농 역시 전량 해외 수출을 공언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이후 농업인들이 생산한 토마토가 수출에 지장을 입었고 일부 물량은 국내로 들어와 시장을 어지럽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근본적으로 문제”라면서 “LG CNS가 사업을 철수하지 않으면 다른 농업인 단체와 함께 강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블루오션 ‘농업’

하지만 이 같은 우려 때문에 대기업의 농업 진출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국내 농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산물 수입이 전면 개방돼 더 이상의 보호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 때문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최근 10여 년간 국가가 주도해 농업 연구·개발(R&D)을 했지만 농식품과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기술은 농업 선진국에 50년 이상 뒤처져 있다”며 “이제는 민간의 자본과 뛰어난 기술력의 투입만이 이 격차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전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도 “대기업의 농업 진출은 신중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렇다고 대기업의 진출을 무조건 막아서고 반대만 해서는 국내 농업이 더욱 고립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농업 진출 논란은 LG CNS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사조와 하림 등이 축산업에 진출했고 SK텔레콤· 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스마트팜(모바일 원격제어 시스템)’을 이용해 농업 분야에 발을 내디뎠다.

또한 카카오 역시 오는 8월 농산물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카카오파머 제주’를 정식 출시하며 농산물 직거래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대기업들이 농업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업 진출을 추진하는 이유는 사업적 측면 때문이다. 아직 농업이 다른 산업과 달리 포화 상태에 이르지 않아 경쟁 우위를 빠르게 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태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농업 분야로 진출하는 것은 (농업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일 것”이라면서 “이미 제조업 등은 포화 상태인데 반해 식품 산업은 성장세를 나타내는 것이 대기업의 농업 참여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LG CNS와 이동통신사 등의 농업 진출은 자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다. LG CNS는 이번 재배 단지를 조성해 글로벌 시장에서 시설 단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고 이통사 역시 통신을 활용해 사물인터넷(IoT) 사업 확장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이번 LG CNS의 재배 단지 조성이 동부팜한농과는 시작과 목적부터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반대는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농업인은 “당시 동부팜한농의 토마토 재배 시설 사업은 농업인들과 사전 협의가 전혀 없어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농업인 일부가 동부팜한농 한 사례만 보고 무조건 대기업 진출을 반대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LG CNS 관계자 역시 “동부팜한농은 농업을 주업으로 하던 회사였고 우리는 IT 기업”이라며 “우리가 재배 단지를 가지려는 것은 시설 관련 사업의 교두보 마련 때문”이라고 밝혔다.

k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