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개선a향은]
{3~5년 자금 묶어 둘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스타 상품’ 탄생도 필요}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국민 재산을 불려준다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두고 ‘부자들의 절세 통장’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제 갓 출범 4개월째를 맞은 ISA에 실패라는 낙인을 찍기에는 이르다.

ISA가 ‘국민통장’으로서 제 몫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 당장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것보다 이를 보완함으로써 더 많은 국민들이 ISA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써야 할 때라는 얘기다.


◆ISA ‘문턱 낮추기’ 급선무

“ISA의 가입 자격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소득에 상관없이 주부·은퇴자·학생·실업자 등도 가입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5월 ‘ISA 시즌2’를 처음으로 언급하며 가장 강조한 부분이었다. 국민 재산 늘리기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ISA의 가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ISA는 근로소득자·사업소득자·농어민으로 가입 자격이 제한돼 있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WM서비스본부장은 “가계의 자산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주부들이라든지 노후 자산 마련이 더욱 필요한 은퇴자들이 ISA의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입 자격을 완화하는 것과 함께 강조되는 것은 가입 절차의 간소화다. 현재 ISA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가입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고 가입 절차도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농어민 가입자는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이나 지방해양수산청에서 자신이 ‘농어민’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많다.

그중에서도 일임형 ISA는 모바일로 가입할 수 있는 금융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신탁형 ISA는 모바일 가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지순구 전국은행연합회 자금시장부장은 “일임형 ISA뿐만 아니라 신탁형 ISA도 온라인 가입을 열어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인터넷 은행을 포함해 금융권에서도 온라인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분위기에서 ISA만 ‘옛날 판매 방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ISA 계좌의 중도 인출 허용 또한 ‘ISA 시즌2’에서 필수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현재의 ISA 계좌는 의무 가입 기간 이내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중도에 해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 그렇다 보니 정작 서민층들에게는 3~5년간의 의무 가입 기간이 족쇄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송 본부장은 “아무리 여유 자금으로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긴 기간 동안 자금을 묶어 둘 만큼 여유가 있는 서민층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ISA 가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목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유롭게 투자금을 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투자협회와 은행연합회 등에서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금융 당국에 개선책을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송 본부장은 “ISA를 개선하기 위한 금융 당국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회에서 ‘ISA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모두 ISA의 개편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올 9월에는 ISA 시즌2와 관련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능 국민통장’ 되려면 가입 자격 낮추고 중도 인출 허용해야
◆“수익률 검증되면 흥행은 한순간”

하지만 아무리 ISA의 제도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ISA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 사이의 ‘입소문’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ISA 도입 초창기 금융사들의 떠들썩한 마케팅 홍보전에도 불구하고 금융사 직원이나 금융사 직원의 지인이 아니면 ISA라는 이름조차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송 본부장은 “ISA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 상품이 마찬가지겠지만 ‘실제로 투자해 보니 좋더라’는 소문이 나면 별다른 홍보 없이도 투자자들이 찾아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ISA의 상품성을 검증할 때까지는 적어도 6개월~1년 정도가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각 금융사들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상품성 높은’ ISA를 선보여야 한다. ISA는 순소득이 높아야 절세 혜택도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 잣대는 결국 ‘수익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들의 일임형 ISA를 시작으로 매달 수익률이 공시되기 시작한 지 이제 막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는 ‘ISA 스타 상품’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 번 ISA 계좌에 가입한 고객들에 대한 ‘사후 관리’도 부각되고 있다. 첫 시작이 1만원이든 100만원이든 ISA에 가입한 고객들이 점점 더 다양한 상품을 경험하고 투자 금액을 늘려 갈 수 있도록 금융사들의 ‘확실한 애프터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ISA 성공의 열쇠는 각 금융사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지 부장은 “현재는 ISA의 상품 개발이나 전산 관리 등의 비용을 금융사들이 다 떠안고 있는 구조”라며 “금융사들 또한 ISA를 통해 충분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야 더 좋은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일임형 ISA 외에 신탁형 ISA 상품도 금융사들이 투자자들에게 홍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가입자들의 90% 이상이 신탁형 ISA에 가입해 있는 상황에서 금융사들 또한 적극적으로 관련 투자 상품을 홍보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의 수익성을 제고한다면 더 좋은 ISA 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ISA에 관심을 갖게 되고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리는 ‘선순환’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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