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룰 만큼 헷갈리는 ‘김영란법’ 100문 100답 = 기업·금융사 (55~64)]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금품 수수와 부정 청탁을 금지하는 일명 ‘김영란법’이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원안대로 9월 28일 시행된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 있다.

형사처분 과정에서 혼란도 예상된다. 한경비즈니스는 2% 부족한 김영란법의 알쏭달쏭한 100가지 사안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와 법률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 분야별 궁금증을 질의응답 형태로 재구성했다.
[김영란법 100문100답] ‘120만원 건강검진권’을 VIP 고객인 공무원에게 제공하면 ‘처벌’
55. 국내 대형 증권사의 프라이빗 뱅커(PB)로 일하는 A 씨는 정기적으로 고객들에게 5만원 이상의 영화 관람이나 명절 선물 등을 제공하고 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 음식물은 3만원 이하, 선물은 5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A 씨로부터 선물을 제공받는 고객들 중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자가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금융회사의 업무와 무관한’ 직군이라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직무 관련성에 대한 해석이 굉장히 폭넓기 때문에 고객들 중 금융위원회나 국세청 소속 공무원이 있다면 김영란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다.

56. 국내 금융회사들은 VIP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의 차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대형 은행의 지점장인 A 씨는 고위 공무원인 고객 B 씨에게 120만원 상당의 ‘건강검진 서비스 이용권’을 제공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에게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선물을 제공한다면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다.

57. 국내 대형 은행 영업 직원인 A 씨는 자신의 고객인 B 씨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공무원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100만원을 초과하는 호텔 숙박권을 선물했다.

법상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자인지 몰랐을 경우에는 적용이 배제될 것이나, 그러한 사실의 입증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 경우 선물을 제공받은 고위 공무원은 대부분이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58. 공기업 영업본부 직원 A 씨는 영업본부장 B 씨로부터 회사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자는 전화를 받고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는 계약 업체 직원 C 씨가 B 씨와 함께 있었고 세 사람이 식사를 마친 후 C 씨가 60만원을 계산했다. 이때 A 씨는 C 씨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B 씨가 식사를 계산했다고 알고 있었다.

영업본부 직원 A 씨는 계약 업체 직원 C 씨로부터 식사를 접대 받는 사실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없으므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계약 업체 직원 C 씨와 영업본부장 B 씨는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 공직자 등이 제3자를 초대해 함께 접대를 받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의 접대에 들어간 비용 또한 공직자의 접대비용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C 씨로부터 4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B 씨와 이를 제공한 C 씨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59. 교육 관련 업체를 운영 중인 A 씨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150만원 상당의 회계 교육 강의를 진행 중이다. 이때 외부 자문인 공무원 B 씨가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입법 목적에 따른 해석에 충실하다면 직접적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것 외에 간접적인 교육을 제공하거나 대상자의 내부 승진을 위한 실적 지원 등도 모두 법 적용의 대상이 돼야 한다.

다만 이때 검찰이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입증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따라서 간접 지원은 구체적인 금액으로 환산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김영란법에서는 규율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0. 건설 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지방자치단체장 B 씨와 초등학교 동창이다. 현재 A 씨는 B 씨가 추진 중인 도서관 건립 공사의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A 씨는 B 씨의 배우자인 C 씨가 주최하는 ‘후원인의 밤 행사’에 참여해 50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지자체 사업에 입찰 중인 건설 업체 대표 A 씨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장 B 씨와 배우자 C 씨는 ‘B 씨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첫째, 만약 B 씨가 이를 몰랐다면 신고 의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제재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둘째, B 씨가 이를 알고 신고했다면 제재 대상이 아니다.

셋째, B 씨가 자신의 배우자인 C 씨가 A 씨로부터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이는 신고 의무 위반에 따른 제재 규정이 적용돼 형사처분 대상이 된다.

다만, 이때 A 씨가 B 씨의 배우자가 아니라 ‘동생’이 운영하는 사회복지 시설에 500만원을 후원했다면 이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민혁 법무법인 태승 변호사는 “김영란 법은 친족 등에 관해서는 규제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61.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A 씨는 친구인 경찰청 정보과 소속 경감 B 씨에게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에게 부탁해 자신의 회사가 외국인 산업 연수생에 대한 관리 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청탁하며 50만원을 지급했다.

판례에 따라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다. 경찰청 정보과 근무 경찰관인 B 씨에게는 외국인 산업 연수생에 대한 관리업체 선정 업무는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62. 의료 기기 관련 업체를 운영 중인 A 씨는 경쟁 업체에서 의료 기기 관련 신기술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당 특허 출원 사건에 대해 특허 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 사무관 C 씨의 친구인 변리사 B 씨에게 관련 특허 정보를 얻어 줄 것을 부탁했다. C 씨는 B 씨의 부탁을 받고 거절의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다.

A 씨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B 씨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무관 C 씨가 부정 청탁을 거절했지만 김영란법에 따르면 부정 청탁 내용의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부정 청탁 행위 그 자체가 제재 대상이기 때문이다.

63. A건설회사 직원들은 OO구청의 B건축과장과 평소 업무와 관련해 자주 만나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A건설회사 직원 10명은 각각 1만원씩을 갹출해 B과장의 생일 선물로 10만원 상당의 양주를 선물했다.

김영란법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여러 명이 같은 목적으로 금전을 추렴했다면 ‘동일인’이 선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영란법에 따른 선물가액 5만원을 넘어선 선물은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다.

64. 자동차 회사의 영업 직원인 A 씨는 회사 차원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고위 공무원인 B 씨에게 ‘공무원 할인’을 적용해 자동차를 판매했다.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공무원·교직원 할인 등과 같이 특정 직업군에 한정해 할인받는 것은 ‘사회 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이다.

고승우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기업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획일적·일률적으로 선물했다면 그 자체로도 혜택을 받는 고위 공직자 등과의 직무 관련성이 부정될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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