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지도 25=종로 피맛골]
상업시설 강화로 승부수 던진 대림산업 ‘D타워’
운영 노하우로 재기를 꿈꾸는 GS건설 ‘그랑서울’
대림산업 vs GS건설 ‘종로 혈투’
(사진)종로 피맛골 상권의 메카로 떠오른 D타워(왼쪽)와 그랑서울 전경. /김기남·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광화문에서 종로로 이어지는 ‘종로 피맛골’ 상권의 중심에서 대림산업과 GS건설이 진검 승부를 펼친다. 대림산업은 ‘D타워’를, GS건설은 ‘그랑서울’을 선보였다.

D타워와 그랑서울은 회사를 대표하는 오피스 빌딩이다. 양사 모두 오피스 동 일부를 사옥으로 사용하는 동시에 상업시설(리테일)을 통해 이 일대의 상권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D타워는 지상 5층까지 상업시설을 배치하는 등 파격적으로 상업시설의 비율을 높이며 배수진을 쳤다. 그랑서울은 일반적인 오피스 빌딩의 모습을 지키면서도 ‘식객촌’을 중심으로 지하 상업시설 특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양사의 자존심을 건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D타워와 그랑서울의 장단점을 살펴봤다.

◆ D타워, 상업시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리고 비율도 높여
대림산업 vs GS건설 ‘종로 혈투’
(사진) D타워 내부 전경. /김기남 기자

현시점에서 다소 우위를 점한 쪽은 D타워다. 서울시 종로구 청진동 249에 들어선 D타워(2014년 10월 준공)는 지하 8층~지상 24층, 총면적 10만5461.61㎡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다. 지상 1층부터 5층까지는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고 6층부터 2개의 오피스 동으로 구분된다. ‘U’자형 쌍둥이 빌딩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상 5층까지 조성된 상업시설 ‘리플레이스(replace)’다. 일반적으로 D타워와 같은 오피스 빌딩에서 상업시설은 빌딩 내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이 때문에 상업시설의 비율은 10% 안팎이고 대부분이 지하에 배치했다. 그랑서울도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D타워는 상업시설의 비율을 20% 정도로 높이고 지상으로 끌어올렸다. 빌딩 내 수요에 그치지 않고 외부 고객 수요 확보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D타워 이전까지의 오피스 빌딩을 1세대, D타워부터 2세대라고 평가한다.

지난 8월 2일, D타워를 찾았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3번 출입구를 나서자 정육면체 큐브 모양을 자랑하는 D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전면부에 커피숍 ‘스타벅스(1~2층)’와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1~2층)’가 입점해 있었다.

특히 유니클로는 광화문에 최초로 오픈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당초 대형 의류 브랜드의 입점을 고려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매장 내부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

상업시설 내부 설계도 파격적이다. 입구부터 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어 있는 에스컬레이터 구간이 특징이다. 1층부터 5층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입점해 있는 매장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매장 앞에 시원시원하게 오픈된 테라스 공간도 눈길을 끈다. 마치 언덕 위에 걸터앉은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창가 쪽에서 광화문 일대의 외부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점포 수는 많지 않다. 1층에는 외부 점포를 포함해 25개 점포가 문을 열었지만 내부 2층부터는 점포 수가 층별로 4~5개에 불과하다.

특히 2층은 전면부 1~2층을 함께 사용하는 스타벅스와 유니클로를 제외하면 2개 점포뿐이고 3층부터 5층까지는 점포가 5개씩 들어서 있다. 그만큼 보행 동선이 편안하고 점포 접근성이 뛰어나다.

일각에서는 공간을 너무 넓게 활용하면서 점포 수를 줄인 것이 오히려 수익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낮은 수익성은 추후 빌딩 매각 시 저평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당초 대림산업은 D타워 준공을 전후로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금리 인하에 따른 자금 조달 여건 개선과 오피스 빌딩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직접 운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D타워가 수익성보다 빌딩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사격 덕분이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D타워는 이해욱 부회장이 워낙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프로젝트로, 테넌트(점포) 선정부터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을 썼다”며 “돈이 된다고 무조건 입점시키지 말고 샌드위치 하나라도 정말 먹어 보고 맛있는 곳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귀띔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5월 임대 관리 회사인 청진이삼프로젝트(1122억원)와 청진이삼자산관리(6700만원)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D타워를 시작으로 오피스 빌딩 임대 관리 사업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운영 관리 부문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드러났다. D타워에는 점포의 위치 등을 소개해 주는 안내 데스크나 안내 책자 등이 없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보안 관리 직원들의 철저한 경비는 오히려 고객들에게 거부감을 주기도 했다.

대림산업이 상업시설을 임대하고 운영하는 것은 D타워가 처음이다. 대림산업 내부에는 D타워 운영 관리 등을 전담하는 부서나 팀도 없다. 현재 대림산업은 D타워의 점포 입점 등 임대 부분에만 집중하고 고객의 편의성 등 운영 부분에는 다소 취약한 상태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잘 꾸며 놓고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점포 규모가 크고 점포 수가 적다는 것은 공실이 발생하면 그만큼 주변 점포에 미치는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오피스 동의 공실 문제도 D타워가 풀어야 할 숙제다. 대림산업에 따르면 현재 D타워 전체 2개 오피스 동 중 앞 동의 7개 층(약 26%)이 공실로 남아 있다. 오피스 빌딩의 상업시설은 기본적으로 입주 기업의 수요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실 해결이 시급하다.

◆ 그랑서울, 손 바뀜 시작…‘젊고 가볍게’
대림산업 vs GS건설 ‘종로 혈투’
(사진) 그랑서울 지하 1층 전경. /이승재 기자

그랑서울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D타워 등장 이후 상권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다. 그랑서울은 D타워와 같은 ‘U’자형 쌍둥이 오피스 빌딩이다. 지하 7층~지상 24층(총면적 17만5536㎡) 규모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상업시설, 4층부터 오피스 동 2개 동으로 나뉜다. 오피스 동에는 GS건설 외에도 동양생명과 하나은행 등이 입주해 있다.

그랑서울은 2013년 12월 준공됐다. D타워보다 1년 정도 앞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당시 그랑서울은 만화 ‘식객’에 소개된 유명 식당들의 분점을 1층 전면부에 포진시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로 ‘식객촌’이다.

식객촌의 컨설팅은 방송 프로그램 ‘러브하우스’로 유명한 양진석 건축가가 맡았다. 지하 1층~지상 2층 상업시설도 ‘청진상점가’라는 이름으로, 옛 피맛골 분위기를 살리며 인기몰이에 한몫했다. 광화문 상권이 그랑서울을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D타워가 들어선 이후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그랑서울로 향했던 수요가 D타워로 방향을 틀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점심시간에 직접 찾은 그랑서울에는 1층 식객촌을 제외하면 손님이 없어 한산한 점포가 많았다.

그랑서울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최모(29) 씨는 “주말에는 (그랑서울에) 더욱 손님이 없다”며 “신선한 느낌이 많이 사라진 만큼 그랑서울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7개 점포(지하 1층 3개, 지상 1층 3개, 지상 2층 1개)는 불이 꺼져 있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장사가 잘되지 않아 문을 닫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문을 닫은 점포도 있다”며 “그랑서울 상권이 죽었다기보다 콘셉트 등을 잘못 잡은 매장들 사이에서 손 바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오픈 후 3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일부 발생하는 점포 교체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공실 대부분이 장기간 방치되지 않고 곧바로 다른 점포가 들어선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GS건설에 따르면 그랑서울의 상업시설 점포 수는 총 49개인데 현재 7개 점포가 공실이다. 그중 5개 점포는 이미 새 주인을 찾아 입점 준비에 한창이다. 지하 1층 커피숍 자리에는 햄버그스테이크 전문점으로 홍대·이태원 등에서 인기를 끈 ‘구슬함박’이 들어오고 중식당 ‘시추안하우스’가 있었던 곳에는 캐주얼 중식당 ‘티원’이 입점할 예정이다.

입점을 앞둔 점포들은 기존 점포보다 젊고 가벼워진 모양새다. 가족 단위나 젊은 수요층을 공략하면서 주말 매출 증가로 이어지게 하려는 의도다.

상업시설 운영 면에서는 그랑서울이 D타워보다 앞선다. GS건설은 2014년 일본 부동산 개발 업체 모리빌딩과 지분을 절반씩 출자해 ‘G&M에스테이트’라는 합작 법인을 만들었다.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해외 전문 업체와 합심해 상업시설 운영·관리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G&M에스테이트는 현재 ‘그랑서울’과 서울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등을 관리 중이다. 홍보 마케팅부터 트렌드 조사, 시설 관리, 입·퇴점 관리, 매출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총괄한다.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그랑서울 곳곳에 구비된 안내 지도와 책자는 물론 점포 교체 과정에서 최신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해 업종을 재구성한 것도 G&M에스테이트의 작품이다.

이 밖에 오피스 동의 공실률이 낮아 안정적인 직장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그랑서울의 강점이다. 6월 말 기준으로 그랑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은 2.3%, D타워는 26% 정도다.

김태중 G&M에스테이트 실장은 “그랑서울은 오피스 임차인 수요에 집중한 전형적인 오피스 빌딩이고 D타워는 외부 수요를 공략하는 신개념의 오피스 빌딩으로, 기본 설계의 방향이 다른 두 빌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면서 “그랑서울과 D타워 모두가 잘돼 종로 피맛골 상권이 살아나는 것이 중요한데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 시행에 따른 직격탄(법인카드 사용량 감소 등)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vs GS건설 ‘종로 혈투’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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