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티몬 첫 시도에 딜러사 ‘발끈’…현대차도 해외선 온라인으로 신차 팔아
자동차 온라인 판매, 한국에선 안 된다?
(사진)티몬이 최근 온라인에서 판매한 재규어 XE. /티몬 제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왜 자동차는 온라인에서 살 수 없을까.’ e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이하 티몬)가 최근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에 던진 질문이다. 단순한 질문으로 비쳐졌지만 파장은 크게 일었다.

최근 티몬은 정상 판매 가격이 5510만원인 ‘재규어 XE’ 2.0 디젤 포트폴리오 트림과 5400만원인 R-스포츠 모델 20대를 각각 700만원 할인된 4810만원, 4700만원에 판매했다. 온라인을 통해 고급 자동차를 시중가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에 소비자들은 환호했고 자동차 유통 혁신이라는 찬사가 나왔다. 판매에 나선 지 3시간 만에 매진되는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티몬의 온라인 판매는 ‘유령차’ 논란을 불러왔다. 온라인 판매에 대해 소비자들은 쉽게 다가갔지만 티몬과 중개 업체, 공급 업체, 수입 판매 한국법인의 생각은 서로 달랐다.

신차가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판매됐다는 사실에 한국법인인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차량을 공급하기로 한 적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기존 오프라인 딜러사들 역시 “온라인 판매는 브랜드 가치 손상과 기존 자동차 판매 시장에 균열이 일어난다”며 반발했다.

여기에 더해 이들은 티몬을 통해 판매된 차량에 대해 판매 중지 조치까지 취하는 강경한 방침을 내놓았다.

결국 티몬이 여타 이유를 불문하고 판매한 차량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유령차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온라인 자동차 판매는 허술한 거래 계약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으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제도상으론 가능…업계 반발이 걸림돌

당초 “온라인 신차 판매의 물꼬를 텄다”며 조명을 받은 이 사태는 국내 온라인 매매 활성화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온라인 신차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현재 국내시장 여건만 놓고 보면 온라인으로 신차를 파는 데 문제는 없다. 온라인 상거래 기반이 탄탄하고 온라인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 또한 지난 5월 법 개정을 통해 수입차뿐만 아니라 국산차 역시 TV홈쇼핑 판매가 허락돼 사실상 온·오프라인 유통망의 한계가 사라진 상태다.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몬의 자동차 판매 사태 이전까지 사례가 없었던 이유는 자동차가 비싼 만큼 무턱대고 살 수 없는 상품이라는 특성에 있다.

과거엔 차량을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구매를 꺼렸다. 성능이 불완전하고 차종마다 편차도 커 스스로 만지고 타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성능이 전반적으로 일정 수준까지 올라간 데다 인터넷 후기 등 참고할 수 있는 정보도 많다. 여러 매장에서 차를 확인하고 시승해 볼 기회도 늘었다. 온라인으로 믿고 사도 될 만한 여건이 된 셈이다.

◆‘제조자-소비자’ 로 유통 구조 단순화

온라인 구매의 장점은 단연 매력적인 가격이다. 특히 수입차는 기존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유통 구조의 혁신이 예상된다.

기존의 유통 방식이 제조사→수입 판매 한국법인→공급 업체(딜러사)→중개 업체(딜러)→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였다면 온라인 판매를 통하면 제조사→소비자 구조나 가운데 수입 판매 한국법인이 끼이는 정도로 구조가 단순화된다.

이는 다시 말해 차량 판매에 붙는 각종 세금이나 인건비 그리고 마진들이 줄어들게 된다는 얘기다. 소비자로선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예전보다 거품이 빠진 가격에 차를 살 수 있게 된다.

물론 문제는 있다. 바로 고용의 문제다. 특히 수입차 딜러사에 근무하는 영업 사원들은 기본급이 없는 개인 사업자 개념이 보편화돼 있다. 이 때문에 제조사나 한국법인 측이 직접 온라인을 통해 판매에 나서면 상당 수의 딜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는 국산차 딜러도 마찬가지다. 국산차는 직영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크게 문제가 없지만 대리점에서 일하는 영업 사원들은 수입차 딜러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대리점에서 일하는 영업 사원들은 기본급이 없는 개인 사업자 개념이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영업노조는 홈쇼핑 국산차 판매법 개정 당시 ‘영업 노동자 죽이기’라며 판매지회 연대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매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국산차 업체들은 노조와의 관계를 고려해 온라인 유통망을 단번에 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아직 오프라인 영업망이 고루 갖춰져 있지 않은 수입차 업계와 달리 현대·기아차는 전국 770여 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책임져야 할 범위가 넓은 현실적 문제도 있다.

사실 자동차 판매망이 온라인으로 옮겨 가는 흐름은 거스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올해 3월 자동차 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테슬라의 모델3는 세계를 대상으로 온라인 주문을 받아 1주일 만에 주문량 30만 대를 돌파했다. 테슬라의 온라인 주문 방식은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혁신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차도 해외에선 이미 ‘디지털 쇼룸’ 형태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 판매 방식을 통해 현지 고객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온라인 판매점은 한 달 평균 방문객이 1만4000명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 지역과 중동 등 전 세계로 온라인 판매 방식을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자동차 판매 중개 사이트 이처왕(易車網)을 비롯해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등이 신차를 판매하고 있다. 가장 선도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이처왕은 차종별로 중국 내 거래 가격과 인터넷 최저가 등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이처왕의 최대 주주인 전자 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에서는 아우디·BMW 등 고가 외제차는 물론 현대·기아차도 살 수 있다. 지난해 8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알리바바는 선불금을 내면 차 값을 할인해 주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13년부터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테슬라 등도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자동차를 팔고 있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