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인맥⑬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당기순이익 8년 연속 1위 금융사 등극
한동우 회장, ‘따뜻한 리더십’으로 ‘당당한 1등’ 만들다
(사진) 한동우(앞줄 가운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직원들과 남산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당당한 1등.’ 신한금융그룹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주요 수식어다. 신한금융그룹은 저성장·저금리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어려운 외부 환경 속에서도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당기순이익 1위 기업 자리를 8년 연속 지켜 나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4548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상반기 순이익 1조원대를 기록하는 동시에 선두 금융그룹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그룹은 이제 국내 리딩 뱅크를 넘어 ‘세계적 금융그룹(World Class Finance Group)’을 노리고 있다. 신한이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사로 입지를 굳힌 비결은 무엇일까.

신한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11년 3월 취임했다. 그는 취임 이후 5년간 국내 리딩 금융그룹의 위상을 더욱 단단하게 쌓아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한 회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신한금융그룹은 ‘리딩 뱅크’라는 수식에 걸맞지 않은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2010년 9월 이른바 ‘신한 사태(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촉발된 은행장과 지주 사장 사이의 내분 사태)’라는 내홍을 겪으면서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금융’ 내걸며 조직 봉합

어수선한 시기 그룹의 수장이 된 한 회장은 조직의 안정과 그룹의 내실을 다지는 작업에 가장 공을 들였다. 신한의 모든 임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를 위해 한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그룹의 미션을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으로 정했다.

‘따뜻한 금융’은 “금융의 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신한금융그룹의 미션을 반영한 대표 슬로건으로, 상품·서비스·자금 운용 등 금융의 본업에서 고객과 그룹 그리고 사회의 가치가 함께 커 가는 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회장이 내세운 ‘따뜻한 금융’은 수익 창출보다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가치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일각에서는 ‘리스크가 상존하는 금융시장에서 이 같은 슬로건이 과연 정착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신한금융그룹은 2011년 이후 오히려 다른 금융그룹과 현격한 ‘실력’ 차이를 보여주며 의구심을 잠재웠다. 신한금융그룹이 2008년부터 8년 연속으로 금융사 최고의 실적을 거두며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 해도 그렇다.

신한금융그룹은 올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도 1조45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국내 1위 금융그룹이라는 명성을 이어 갔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금융 위기가 몰아친 2009년을 제외하면 2006년 이후 줄곧 상반기 순익 1조원을 달성한 것이기에 의미가 컸다.

한 회장은 건전한 경영 승계 문화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신한금융그룹의 지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취임 직후 이사회 산하에 ‘지배 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고 그룹 지배 구조, 경영 승계 계획 승인, 회장 후보 추천 및 육성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곧이어 2011년 9월 그룹경영회의를 출범시켰다. 그룹의 주요 사항을 회장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매월 두 차례 개최되는 그룹경영회의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지주사 임원이 그룹의 크고 작은 이슈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신한 사태 당시 이를 지켜보는 고객과 금융 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았고 그룹 평판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의 사기도 덩달아 곤두박질쳤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한 회장의 선택은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것이었다. 한 회장은 출신과 배경을 배제하고 오직 능력과 성과만으로 그룹의 경영진을 발탁하도록 했다.

그 결과 자회사 CEO에 은행 임원 출신이 선임되던 기존의 관행과 달리 신한금융투자·신한캐피탈 등 내부 출신 임원이 CEO로 선임되기 시작했다. 자회사 직원들도 CEO로 커 갈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신한금융그룹이 빠르게 조직 안정화에 돌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 한 회장의 인사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은행 설립 멤버로 활약하며 인연 시작돼

한 회장은 ‘신한 사태’라는 초유의 경영 갈등 속에서 화합의 리더십으로 신한금융그룹을 국내 최고 금융사 자리에 끌어올렸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그가 은행 창립 멤버로 활약했던 ‘정통 신한맨’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 회장은 1948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71년 서울신탁은행에 입행하며 금융인으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77년 신용보증기금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1982년 신한은행 설립사무국에 개설준비위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신한은행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기획조사부장·인사부장·중소기업본부장(상무) 등 은행 내 주요 보직을 거친 뒤 1999년 부행장에 올랐다. 2002년부터 신한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 사장과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신한생명을 업계 강자로 성장시켰고 2005년 신한생명을 지주 자회사로 편입하는 성과를 냈다.

또 2011년 3월 그가 신한금융지주 회장직에 오른 뒤 신한금융그룹은 국내 금융회사 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매년 지키고 있다. 이러한 실적 행진은 한 회장이 2014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직접적 계기가 됐다.

한 회장이 취임한 이후 신한금융그룹은 다른 금융사에서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제도를 선보였다.

신한금융그룹이 2012년 국내 금융업권 최초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 업무를 함께 제공하는 ‘CIB(Corporate Investment Banking) 사업부문’과 고자산 고객에게 은행과 금융 투자의 상품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WM(Wealth Management) 사업부문’을 출범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한 회장의 제안으로 도입된 CIB·WM 사업부문은 그룹의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CIB와 WM 사업 모델은 은행과 증권 등 각 업권에서 별도로 제공되던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제공하는 종합 금융 서비스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고객들은 은행과 증권사 점포를 각각 방문할 필요 없이 한곳에서 각각의 장점을 결합한 최적의 솔루션을 얻을 수 있게 됐다.

CIB·WM 사업부문이 도입된 이후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신한금융그룹은 2015년부터 서비스 대상을 기존의 대기업과 고자산 고객에서 보다 더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CIB 부문에서는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과 IB 업무를 지원하는 창조금융플라자를 전국 14개 지점에 설치했다.

WM 부문에서는 고자산 고객뿐만 아니라 리테일 영업점을 거래하는 고객도 은행과 증권의 복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17개의 PWM라운지를 개설했다.

한 회장의 글로벌 영업 전략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한 회장은 취임 이후 국내 시장에만 의지해서는 지속적 성장을 이어 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한 회장이 내놓은 구상은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가동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신한은행 베트남 현지법인은 현지 고객 비율이 83.7%에 이를 정도로 ‘현지화 정착’에 성공했다. 또 비은행인 신한카드의 동반 진출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연간 약 5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해 국내 금융업의 대표적 해외 진출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신한금융그룹은 일본·중국·카자흐스탄·캄보디아·베트남 등에 지점이 아닌 현지법인 형태로 해외 진출에 나섰고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필리핀과 미얀마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룹은 앞으로 신한은행이 이미 진출한 지역을 중심으로 비은행 사업 라인의 동반 진출을 추진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자회사 간 시너지 창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홍콩에서는 이미 은행·CIB·금융투자·자산운용이 동반 진출해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진출한 베트남에는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보험이 추가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에도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가 은행과 동반 진출한 상태다.
한동우 회장, ‘따뜻한 리더십’으로 ‘당당한 1등’ 만들다
◆‘세계적 금융그룹’ 청사진

한 회장은 지난 9월 1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신한금융지주회사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세계적 금융그룹’이라는 신한의 새로운 비전을 거듭 강조했다.

한 회장은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세계적 금융그룹의 비전은 지금을 멀게 느껴질 수 있다”며 “2만5000여 명의 임직원 모두가 혼신의 노력을 다하면 신한의 비전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한 회장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신한이 계속 앞서가기 위해 경영의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면서 ▷디지털화에 역량 집중 ▷글로벌 진출과 현지화 동시 달성 ▷기존 관행을 뛰어넘는 선제적이고 역동적인 리스크 관리(Proactive Risk Management) 문화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는 ‘원 신한(One Shinhan)’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의 완전 정착 등 다섯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한 회장은 이날 “(신한금융그룹은) 여러 위기를 극복하면서 선진화된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켰고 고객 그리고 사회와 함께 성장한다는 새로운 지향점을 그룹 미션으로 정립했다”며 2010년 신한 사태로 뒤숭숭했던 조직을 추스르고 5년 동안 신한을 ‘리딩 금융그룹’으로 이끌어 왔던 부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신한금융그룹은 이제 ‘포스트 한동우’ 체제 구축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한동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이제 누가 그의 뒤를 이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신한금융지주 내부 규정상 내년 1월 말까지 차기 회장 후보를 정해 둬야 하기 때문이다.

만 70세가 넘으면 회장직을 할 수 없다는 내부 규정 상 1948년생인 한 회장은 내년 3월에도 만 70세까지인 1년8개월 동안 규정상으로는 연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 회장은 건전한 경영 승계 문화를 통한 안정적인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지주 회장직에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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