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인건비 경쟁 시대 막 내려…한섬·LF 등 브랜드 파워 주목
로봇이 바꾸는 의류 산업 ‘브랜드로 승부’
(사진)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 /연합뉴스

[정리= 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아디다스는 아시아 지역 위탁 생산량을 줄이고 독일에서 대량생산 라인을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하반기 독일의 공장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에서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설비를 통해 신발을 대규모로 생산할 예정이며 올해 500개의 테스트 물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2018년에는 미국에, 2020년에는 일본에 스피드 팩토리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인 봉제업은 더 저렴한 인력을 찾아 한국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그리고 또다시 아프리카로 옮겨 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디다스는 오히려 본국인 독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의류 OEM 기업은 매출원가의 60%가 원재료비, 20%가 인건비로 구성돼 있다. 그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원재료비는 바이어가 지정해 주는 원단을 사용할 때가 많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부분은 인건비다. OEM 업체들은 ‘봉제 유목민’이라고 불릴 정도로 저렴한 인건비, 풍부한 노동력이 있는 새로운 생산 기지를 찾아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돼 있다.


◆의류 OEM 업체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유

한국은 1960년부터 1990년까지 약 30년간 홍콩·대만과 함께 세계 의류의 생산 기지였다. 이후 한국의 산업 고도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의류 생산 기지는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또다시 중국을 떠나 동남아시아로 이동했고 이동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생산 기지인 동남아시아도 그리고 앞으로 각광받을지도 모르는 아프리카 역시 임금 상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 기술은 늘 한계를 뛰어넘었고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소프트웨어 오토메이션(Softwear Automation)은 사람을 대신해 봉제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100% 기계만으로 옷을 봉제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봉제 공장은 베트남을 떠나 아프리카가 아닌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의류 시장은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세분화됐을 뿐만 아니라 빠르게 새로운 것들을 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라(ZARA)는 2주에 한 번씩 물건의 70%를 교체하며 연간 1만여 종 이상의 옷을 선보인다. 빠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생산·운송 등이 빨라져야 한다. 현재 아시아 생산 기지를 바탕으로 이뤄진 의류 산업의 밸류 체인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로봇이 바꾸는 의류 산업 ‘브랜드로 승부’
◆결국은 ‘브랜드’가 힘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제조는 점점 쉬워지고 3D 프린터의 등장으로 개인이 제조가 가능해지는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 미래에 브랜드 업체는 디자인 도안과 소프트웨어 등을 판매하는 회사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의료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와 콘텐츠, 즉 ‘브랜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골칫거리에서 효자 브랜드로 등극한 디자인유나이티드는 마블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전년 대비 30%에 가까운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 역시 카카오 프렌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첫해(2015년) 준비한 물량의 90%를 판매하는데 성공했고 올해 다양한 상품으로 확대해 출시했다. 봄여름 시즌 매출은 100% 이상 성장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주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든다.

LF의 닥스는 매장 한쪽에 영국식 티카페를 마련했다. 쇼핑에 적극적인 남성 소비자들은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청담동에 오픈한 디올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하우스 오브 디올’ 역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캐릭터도 결국 콘텐츠의 힘이며 소비 공간의 변화 역시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브랜드로 기억될 것인지의 문제다. 국내 대표적 의류 브랜드 업체인 한섬은 브랜드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섬의 매출은 자체 브랜드인 제품이 82%, 해외 직수입 브랜드가 17%를 차지하고 있다. 타임(TIME)·마인(MINE)과 같은 브랜드들은 고가 포지셔닝 전략으로 소비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성복은 15%, 남성복은 30%씩 성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스템(SYSTEM)·에스제이에스제이(SJSJ) 등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새롭게 론칭하는 브랜드들까지 고르게 성장했다.

한섬의 브랜드는 같은 의류 제품 중에서도 가장 고가에 속하며 캐주얼 브랜드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세일을 하지 않는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로열티를 높여주며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고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자체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는 것은 리스크가 높지만 직수입 브랜드보다 마진이 더 높다. 한섬은 매년 신규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론칭하고 있고 올해는 50~60대를 위한 여성복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