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한국마사회장 인터뷰]
“경마 100주년인 2022년엔 ‘파트Ⅰ’ 진입”
직원에게는 ‘경쟁 DNA’ 주입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경마는 영국 여왕도 즐기는 문화·스포츠죠”
(사진)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사람이든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경쟁이 없으면 발전하지 못합니다. 끊임없이 경쟁을 벌여야 실패의 쓴맛도 알 수 있고 성공에 대한 짜릿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은 경기 과천의 마사회 집무실에서 9월 8일 가진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마 산업이 처한 국내외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독과점 산업구조 속의 안일함과 ‘철밥통’ 공기업 마인드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현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직원들에게 경쟁을 강조하며 공기업 최초로 ‘전 직원 성과연봉제’, ‘인사 드래프트 제도’ 등을 도입하며 직원들에게 ‘경쟁 DNA’를 주입했다.

그 결과 마사회는 달라졌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과를 창출해 내기 시작했다. 올해 7월 경마 시행 94년 만에 국내 경마계의 ‘파트Ⅱ’ 승격을 이뤄냈고 9월 10일 세계 명마들이 모여 서로의 빠르기를 겨루는 제1회 ‘코리아 컵’을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회장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세계 선진 경마계와의 경쟁을 통해 100주년을 맞는 2022년까지 최고 등급인 ‘파트Ⅰ’ 승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말 산업과 승마 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가 그리는 미래 국내 말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1회 코리아컵을 개최하는데 의의와 기대 효과는 무엇입니까.

“코리아컵은 90년 이상의 한국 경마 역사상 가장 높은 상금인 17억원을 놓고 세계의 명마가 모이는 명실상부한 ‘경마 올림픽’입니다.

해외의 관심도 뜨거워 영국은 물론 아일랜드·일본·홍콩·프랑스·아랍에미리트연합·싱가포르 등 최고의 경마 강국들이 출전했고 이들 대부분이 경마 국가 분류상 가장 높은 등급인 ‘파트Ⅰ’에 속해 있습니다.

코리아컵 같은 국제 대회 개최는 한국 경마가 시스템·인력·경주마 등 모든 부문에서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9월 30일 ‘위니월드’ 개장도 앞두고 있습니다.

“호주·영국·홍콩 등 경마 강국들은 경마를 단순히 도박이 아니라 문화·스포츠로 여기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주요 경마 대회가 열리는 날이면 남편과 자식을 대동하고 대회장을 방문해 베팅을 즐기곤 합니다.

다양한 행사도 함께 열려 말 그대로 ‘축제(fair)’의 장이 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아직 그런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습니다. 경마를 도박으로만 보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코리아컵’과 같은 국제 대회의 개최와 말 테마파크 ‘위니월드’의 개장은 이런 인식을 혁신적으로 바꿔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국내 경마계가 ‘파트Ⅱ’로 승격됐습니다. 어떠한 의미가 있나요.

“한국은 경마 시행 94년 만인 올해 7월 파트Ⅱ에 진입했습니다. 이는 한국 경마의 변화와 혁신 노력을 국제적으로 공식 인정받으면서 한국 경마 제도와 시스템, 경마 산업의 규모와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경마는 영국 여왕도 즐기는 문화·스포츠죠”
▶2022년까지 ‘파트Ⅰ’ 승격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셨습니다.

“파트Ⅱ에 안주하지 않고 대망의 파트Ⅰ 승격을 향해 도전할 생각입니다. 한국 경마 100주년을 맞이하는 2022년에 ‘코리아월드컵(GⅠ)’ 경주를 개최하고 그와 동시에 파트Ⅰ 승격을 확정지음으로써 경마 시행 1세기 만에 일본과 같은 경마 최고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국제 경주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한국 경주마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민간 생산 및 육성 훈련 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육성 순치 기능을 강화하는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등 기술과 인력 양성에 힘쓸 계획입니다.”

▶최근 경마 문화가 크게 발전하고 있는데 국내 승마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까요.

“국내 승마 산업의 발전은 아직까지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경마와 승마가 말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봤을 때 경마가 차지하는 비율이 90% 이상이라면 승마는 아직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사실 승마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재원은 모두 경마 수익금입니다. 따라서 경마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결과적으로 승마 산업의 동반 성장을 실현하는 데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인식을 전환하는 등 발전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경마만이 아니라 승마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꼭 선결돼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많은 난제가 놓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승마 활성화를 저해하는 현실적 규제와 장애가 되는 제도적 여건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승마 관련 인프라가 확대되고 누구나 승마를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편리한 승마 환경이 구축될 것이라고 봅니다.

단적인 예로, 국가 차원에서 승마장 설치를 장려하지만 말산업육성법에 따른 농어촌형 승마 시설의 설치 등은 사실상 설치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제도 속에서는 승마 관련 정책을 개발·적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이와 같은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합니다.”

▶사실 경마는 하나의 스포츠가 아니라 도박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합니다.

“경마 선진국들은 경마를 레포츠로, 경마장을 사교의 장으로 이해합니다. 렛츠런파크서울(구 서울경마공원)도 단순한 도박장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말(馬) 테마파크로 거듭날 수 있게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놀라운지(Nol Lounge)'를 개장하고 아름다운 조경을 활용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또한 과거 화상 경마장이라고 불리며 부정적 이미지를 양산하던 장외 발매소를 증권회사나 영화관을 롤모델 삼아 지역민이 즐겨 찾고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1인 1좌석 ‘좌석 정원제’를 시행하는 한편 발매 공간 일부를 북카페나 소극장 등 지역 친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승마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증가할 승마 수요에 대비해 도시와의 접근성이 뛰어난 승마장이 많아져야 합니다. 승마장을 늘리는 데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지만 엄격한 설치 인가 기준, 복잡한 인허가를 비롯한 각종 제도적 정비가 선결돼야 합니다.

정부나 국회에서는 이러한 부분의 법적 정비를 통해 승마장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어릴 때부터 말과 승마를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기승자 수준별로 검증된 안전한 말의 공급과 우수한 지도자, 학교 체육으로서의 승마를 확대하고 기승 능력 인증제 시행과 연계한 표준적 시스템 정착을 병행하는 등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경마는 영국 여왕도 즐기는 문화·스포츠죠”
(사진) 현명관 한국마사회장. /서범세 기자

[현명관 회장의 '내 인생의 한순간'] 중학교 졸업 선물 ‘서울 구경’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졸라 처음으로 구경 온 서울. 우연히 알게 된 서울고 진학 시험 일정. ‘과연 서울 학생의 학업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호기심에 본 시험에 합격했다.

서울고에 진학했고 서울대 법학과에 들어갔다. 1965년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감사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 유학이 가고 싶어 1978년 사표를 냈다.

다시 국내에 돌아온 후 삼성에 들어갔고 2005년까지 17년 동안 몸담았다. 이후 제주도지사 선거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3년 다시 한국마사회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 가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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