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법인카드로 쓴 밥값만 한 해 138억원…지역 농·축협은 한진해운 부실 ‘폭탄’
국감 도마에 오른 농협중앙회
(사진)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사옥.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농협중앙회가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월 26일부터 시작된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선 임직원의 고액 연봉과 방만 경영 등 농협중앙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곪아 있던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비리 백화점’. 해마다 국감 철만 되면 농협중앙회의 이름 뒤에 따라 붙는 단골 수식어다. 지난 9월 26일부터 시작된 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방만한 경영, 임직원의 고액 연봉 문제 등 농협중앙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된 문제들이 또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수산위원회는 10월 5일 농협중앙회에 대한 감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농 현장 출장보다 밥값 등 ‘펑펑’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감이 시작되기도 전에 농협중앙회 임직원들의 ‘호화로운’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9월 22일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가 제출한 법인카드 사용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8월 1일부터 지난 7월 31일까지 1년간 법인카드 사용액 638억원 중 21.6%에 달하는 138억원을 밥값으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감 도마에 오른 농협중앙회
김철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법인카드를 통해 지출한 총액은 638억1400만원, 승인 건수는 25만516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음식점 등에서 사용한 금액은 총 137억8400만원으로 전체 법인카드 사용 금액의 21.6%를 차지했다. 승인 건수도 9만507건에 달했는데 1회 사용 시 평균 15만원을 결제한 셈이다.

또 지난 1년 동안 농협중앙회가 골프와 콘도 등 관광 및 레저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지출한 법인카드 지출 현황을 보면 총 14억2100만원(전체 지출 비용의 2.23%)이 쓰였고 승인 건수는 3968건이나 됐다.

법인카드 지출 금액 기준으로 가장 많이 지출한 분야는 용역·서비스 등으로 전체의 43.58%에 달하는 278억 1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음식점 등에서의 지출 금액은 둘째로 많았다.

정작 주요 업무 추진비 분야인 숙박비는 승인 건수 대비 0.35%(885건), 지출액으로는 1.09%(6억9800만원), 주유소는 승인 건수 대비 3.86%(9854건), 지출액으로는 1.78%(11억3400만원), 운송 수단 승인 건수 대비 0.36% (925건), 지출액으로는 0.43%(2억7500만원)에 그쳤다.

이는 결국 농협중앙회의 법인카드가 농협중앙회 직원들의 농촌 및 영농 현장 등 현지 출장 등에 필요한 비용보다 농협중앙회 임직원들과 관련 기관, 거래처 인사들의 밥값 지출로 ‘흥청망청’ 쓰였다는 것을 의미한는 지적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9월 28일 시행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기관이기도 하다. ‘더치페이’를 기본 정신으로 삼고 있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협중앙회 임직원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쓰던 업무 추진비를 대폭 감액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는 업무 추진비라는 미명하에 법인카드로 식대와 골프 등 사치성 관광 및 레저 스포츠 등에 펑펑 지출했다. 업무 추진비 취지와 법인카드 지출 성격에 맞는 영농 현장 등 현지 출장에 필요한 비용보다 접대성 식사와 골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의원이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최고위 임원진이 타고 다니는 7대의 업무용 차량에 드는 연간 경비는 총 6억6862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해 전무이사, 농업경제 대표, 축산경제 대표, 상호금융 대표, 감사위원장, 조합감사위원장 등 최고위급 임원진 7명의 업무용 차량의 연간 렌트비가 1억7688만원, 연간 유지비가 9600만원, 운전사 연간 인건비가 3억9514만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농협중앙회장이 타고 다니는 차량에 들어가는 비용은 렌트비와 주유대금, 운전사 인건비 등을 포함해 연간 9840만원에 이른다.
국감 도마에 오른 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는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NH개발을 통해 업무용 차량을 렌트하고 있다. 또 고급 세단형 업무용 차량은 3년 단위로, 그랜저 이하급 업무용 차량은 4년 6개월 단위로 재계약해 차량을 교체하고 있다.

김 의원은 “농민들은 농가 부채와 밀려드는 값싼 농산물에 시달리고 있는데 농민을 위한 조직이라는 농협중앙회는 회장 등 최고위급 임원진의 업무용 차량 유지비에만 수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지출하고 있다”며 이를 농협중앙회가 혁신해야 할 ‘방만 경영’의 사례로 꼽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공공 기관 법인카드는 클린카드라 사용이 금지된 곳이라든지 과하게 쓰면 내부 감사에 걸리게 돼 있다. 그런 기준들을 충족하면서 쓴 금액이기 때문에 과소비한 것이 아니라 (임직원들의) 활동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업무용 차량 운영비는 대부분이 기름값과 운전사 인건비로 쓰이고 있다. 인건비 등에 드는 고정비용을 빼면 대부분이 기름값인데 이는 달리 보면 회장 등이 조합장과 조합원을 위해 현장을 많이 다니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 유독 차량 교체가 많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렌트할 때 몇 년 운행하면 차량을 교체해야 하는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생긴 오해인 듯하다”고 말했다.

◆전임 회장 거액 퇴직금도 논란

이번 국감에서는 농협중앙회 임직원의 고액 연봉 문제도 거론될 전망이다. 이미 최원병 전 회장의 고액 퇴직금 문제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원병 전 회장이 농협중앙회와 농민신문사로부터 받은 퇴임공로금과 퇴직금의 합계가 11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4월 최 전 회장에게 5억7600만원의 퇴임공로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별도로 농민신문사는 지난 3월 최 전 회장에게 5억4200만원이 퇴직금을 지급했다. 농협중앙회 퇴임공로금과 농민신문사 퇴직금을 합하면 최 전 회장이 퇴직 명목으로 받은 금액은 총 11억1800만원에 달한다.

2005년 7월 농협법 개정으로 농협회장직이 비상임 명예직이 됐고 그 취지에 따라 농협 회장에 대한 퇴직금 제도가 폐지됐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의사회 의결로 퇴임공로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면서 회장이 사실상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신문사의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위 의원은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귀족 회장의 특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특히 본업은 농민신문사 회장, 부업은 농협중앙회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겸직과 이중 급여, 퇴임공로금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한진해운이 법정 관리에 들어선 가운데 96개 지역 농·축협이 한진해운에 투자한 1085억원이 증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른 재무 건전성 악화도 문제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농축산위 소속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 20일 제출한 국감 자료 따르면 전국 지역 농·축협 245개 조합 중 96개 조합이 한진해운에 투자했고 투자액은 총 1085억원에 달했다. 96개 지역 농·축협의 한진해운에 대한 투자 규모는 NH농협은행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저) 850억원보다 235억원이나 더 많았다.

대부분의 지역 농·축협이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통한 예·대출 등의 수익 사업으로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지역 농·축협의 건전성 악화는 물론 조합원 및 고객들의 피해도 확산될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 사태로 일부 지역 농·축협은 자본 건전성 악화에 따른 조합원 및 고객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대비책 마련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전국 245개 지역 농·축협 중 40% 정도가 투자한 한진해운이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서 1085억원이나 되는 투자금이 회수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병원 회장, 농협중앙회 개혁 '앞장'

지난 3월 취임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무엇보다 농협중앙회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14일 취임사를 통해 “농업인이 주인으로 대접받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농협,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농협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취임 후 ‘농협중앙회 개혁, 농축협 균형 발전, 정체성 회복, 국민의 농협’이라는 4대 기조를 내세웠다. 이 가운데 김 회장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농협중앙회 개혁 문제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 취임 이후 기존의 농협중앙회 적폐로 지적된 사항들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김 회장은 중앙회 개혁 차원에서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권위주의 조직 문화를 깨뜨리기 위해 지하 주차장에서 직접 엘리베이터를 이용함으로써 출퇴근 시 직원들의 로비 영접을 중단시키고,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의 구분 운용을 폐지했다”며 “직원들과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격의 없는 밤샘 토론을 진행하는 등 소통 경영 강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 회장은 4대 기조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플랜을 제시했고, 취임 6개월이 지난 지금 부문별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4대 기조의 실현을 통해 농가 생산비를 줄이고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아주는 일에 매진해 농가 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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