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인맥⑭ 한국전력]
밀양 송전탑 건설·한전 부지 매각·나주 본사 이전 성공으로 1등 공기업 ‘우뚝’
‘SOS 경영’으로 ‘어게인 KEPCO’ 이뤄낸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사진)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2014년 7월 한전 주식예탁증서(ADR)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20주년을 기념하며 뉴욕 증시 폐장을 알리는 타종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한전은 9월 29일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에서 220조원대인 삼성전자(1위)의 뒤를 이어 2위(37조원 수준)를 달리고 있다.

전력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원가 감소 효과가 고스란히 수익성으로 반영되면서 매년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 최근 3년간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 시가총액도 2013년 8월 19조원에서 현재 40조원으로 2.1배 늘었다.

하지만 한전은 2013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매년 반복되는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으며 부실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썼던 기업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전은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선정하는 ‘100대 기업’ 평가에서도 쉽게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주요 평가 지표인 시가총액과 매출액을 당기순이익이 받쳐주지 못해서다. 자산 규모 2위, 시가총액 7위의 거대 기업이 100대 기업에도 끼지 못할 만큼 참담한 실적 부진을 이어 온 한전이 반전의 역사를 쓴 것은 2013년 말부터다.

매년 순손실을 기록했던 한전은 조환익 사장이 취임한 다음 해인 2013년 1조51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10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며 순이익 기준으로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시장의 평가도 좋아졌다. 조 사장 취임 당시 2만8650원이던 주가는 최근 5만5000원대(9월 29일 기준)를 오르내린다. 3년여 만에 80% 이상 오른 것이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을 지속하다 보니 외국인의 러브콜이 많았다. 외국인이 대거 이탈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도 한전은 외국인 순매수 규모 2위를 지켰다.

지난 10월 국제 신용 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기존 ‘A+’ 등급에서 1단계 상향된 ‘AA-’ 등급을 부여받아 글로벌 전력회사 중 유일하게 3대 국제 신용 평가사로부터 ‘AA’ 등급을 받기도 했다. 공룡 공기업의 대명사였던 한전을 ‘환골탈태’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경영 효율화와 고강도 자구 노력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조 사장은 지난해 공공 기관 최고경영자(CEO) 평가에서 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우수’ 등급을 받았다. 올해 초 정부에서 공기업 CEO로는 드물게 조 사장의 임기를 1년 연장하기로 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그의 연임은 박정기(1983~1987년), 이종훈(1993~1998년) 전 사장에 이은 셋째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례적으로 한전 노동조합에서도 지지하고 나섰다.

조 사장의 성과는 눈에 보이는 실적 개선이나 전력 수급 위기 해소 등에 그치지 않는다. 논란덩어리였던 밀양 송전탑 건설과 한전 부지 매각, 나주 본사 이전 성공, 해외 사업 강화 등 CEO 취임 후부터 숱한 화젯거리를 몰고 다녔다. 일련의 일을 거치면서 한전은 공기업의 때를 많이 벗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한전은 올해 포브스의 기업 평가에서 글로벌 100대 기업에 진입했다. 2014년 524위에서 2년 만에 427계단을 올라 97위를 기록했다. 세계 전력 시설 분야 순위로는 1위, 아시아 전력 회사로는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사실 조 사장 취임 전만 하더라도 한전은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겪고 있었다. 거대한 적자와 누적된 부채는 기본이고 2011년 발생한 순환 정전으로 ‘전력 공급과 품질은 우리가 세계 최고’라는 한전의 자부심마저 꺾어 놓았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더해 2011년, 2012년 두 차례에 걸친 소액주주들의 수조원 규모의 소송 역시 한전의 위기를 불러왔다. 조직 내부의 직원 간, 노사 간 불신과 패배 의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였다.

조 사장은 유연(Soft)·개방(Open)·신속(Speed)을 모토로 ‘SOS 경영’을 천명했다. 이어 ‘어게인(Again) KEPCO’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사업 조정, 자산 매각 등으로 강력한 경영 효율화 추진과 함께 임금 반납, 예산 절감,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고강도 자구 노력을 추진했다. 이는 조 사장 취임 1년 만에 한전이 영업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또한 조 사장은 해외 사업 강화에도 나섰다. 2015년 준공한 요르단 암만 디젤발전소가 대표적이다. 이 발전소는 요르단 전력 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수익률 또한 두 자릿수에 이를 만큼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암만 디젤발전소의 성공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수출로도 이어졌다.

지난 연말 한전은 요르단전력공사(NEPCO)와 향후 20년간 5억1000만 달러 규모의 풍력발전소 전력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부터 약 1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풍력발전소를 건설하고 2018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때부터 한전은 발전소를 운영하고 요르단전력공사에 전력을 판매해 매년 약 260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소통을 통한 직원들의 마인드 바꾸기다. 조 사장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통상 한 달에 한 번꼴로 전 직원에게 편지를 써 온 것으로 알려졌다.
‘SOS 경영’으로 ‘어게인 KEPCO’ 이뤄낸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사진) 조환익(왼쪽 둘째) 한전 사장이 2014년 1월 윤상직(오른쪽 둘째) 새누리당 국회의원(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한국 최대 플랜트 수출 사업인 UAE 원전 건설 사업 바라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 신사업 분야에 8조3000억 투자

사실 취임 당시만 하더라도 조 사장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전문 경영인이 아닌 공무원 출신의 낙하산 인사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30여년간 공직(행정고시 14회)에 몸담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 관료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솔선수범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은 부정적 우려를 불식시켰다. 지난 4년 10개월 동안 대대적인 경영 혁신으로 한전을 우량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조 사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는다.

미래의 한전과 공공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내다보고 있다. 바로 미래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다. 조 사장은 2020년까지 전기차 충전,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 8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2020년까지 분야별로 ▷신재생에너지 7530억원 ▷스마트 그리드 등 3조9076억원 ▷에너지 효율에 3조6148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전은 올해에만 3조3338억원 규모의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실천 중이다.

한전이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은 이 분야가 막대한 투자비용에 비해 투자 회수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신산업 창출 초기에 공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 조 사장의 지론이다.

조 사장은 2030년에 에너지 신사업이 세상을 바꾸는 ‘에너토피아’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 투자가 대규모로 진행될 분야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스트럭처다. 이 밖에 장기적으로 이동식 발전선, 공중 풍력발전 등 인류의 상상력을 원동력으로 한 에너지 신산업이 현실화할 것으로 조 사장은 보고 있다.

한전은 에너지 신산업 투자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1000억원 수준인 R&D 비용을 2025년까지 청정 화력발전 기술, 이산화탄소(CO2) 포집·저장 기술 및 신재생 발전 분야 등을 중심으로 7000억원 규모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cwy@hankyung.com

[한국전력 신인맥 기사 인덱스]
- ‘SOS 경영’으로 ‘어게인 KEPCO’ 이뤄낸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 김시호(국내)·유향열(해외) 한국전력 부사장 ‘투톱’
- ‘알짜’ 한전 자회사 이끄는 임원 31명…행정학 전공 ‘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