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 금맥, 첨단 농업의 최전선을 가다 ②]
미국 뉴저지 ‘에어로팜’ 수직 농장
[특별기획] 폐공장에서 '녹색 기적'이 자란다
(사진) 지난 4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미셸오바마가 에어로팜 수직농장을 도입한 뉴저지 중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식사를 나누고 있다. /자료제공=에어로팜

[뉴저지(미국)=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식물공장 기술 개발이 본격적으로 상업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10여 년이 흐른 지금, 슈퍼마켓에서도 에어로팜과 같은 식물공장에서 재배한 허브나 케일 등의 제품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학교나 회사 그리고 집과 같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에서 채소를 키우고 언제든지 이를 재료로 깨끗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환경이다. 첨단 기술을 통해 꿈꾸는 ‘미래 농업’의 모습이 어느새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에 자리한 한 중학교. 이 학교의 옥상과 학생 식당 한쪽엔 케일·허브 등 녹색 채소를 재배하는 ‘수직 농장’이 세워져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도시농업 스타트업인 ‘에어로팜’에서 관리하는 수직 농장이다.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학교에 수직 농장을 세움으로써 학생들은 자신들이 먹는 채소가 어떻게 길러지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이 깨끗한 채소를 원하는 때 언제든지 요리해 먹을 수도 있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이를 소비하는 음식 문화까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는 직접 이곳을 방문한 이유이기도 하다.

◆IT로 상추 색깔·맛까지 조정

미국 뉴욕 주의 맨해튼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한 뉴저지의 뉴어크. 뉴어크 지역 중에서도 공장이 밀집해 있는 변두리 지역은 실업률이 높은 낙후된 동네다.

지난 9월 8일 ‘세계 최대의 수직 농장’이라는 에어로팜의 본사를 방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비슷비슷한 건물들 사이 허름한 공장의 문을 열자 눈앞에 예상하지 못한 세상이 펼쳐졌다.

공장 바닥에서부터 끝까지 하얀 선반들이 빽빽하게 쌓여 있다. 그 사이사이 녹색 빛깔이 선명하다. 이곳이 바로 허브나 케일 등 녹색 채소가 자라나는 재배대로 에어로팜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다.

수직 농장은 식물을 재배하는 재배대를 층층이 쌓아 올려 좁은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작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곳에는 7층 높이의 선반이 약 10m 정도 높이로 쌓아 올려 있다.
[특별기획] 폐공장에서 '녹색 기적'이 자란다
(사진) 에어로팜 내부의 수직 농장. 7층 높이의 선반이 천장까지 쌓여 있다. /이정흔 기자

마크 오시마 공동 창업자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공장 내부로 취재진을 안내하기 전에 먼저 하얀색 천 하나를 꺼내 보여준다.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에어로팜에서 직접 개발해 특허 기술로 등록된 천이다. 바로 이 천이 흙을 대신한다.

식물의 뿌리에 영양분을 섞은 스프레이를 분무기처럼 뿌려 식물을 재배하는 ‘분무경재배’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도 필요 없다. 일반 밭에서 자라는 것에 비해 95% 정도 물 사용량이 줄어든다. 햇빛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빛을 사용하고 벌레가 없기 때문에 농약도 전혀 필요가 없다.

에어로팜은 컴퓨터를 통해 LED 빛이나 영양소, 물의 양 등 식물을 재배하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요소들을 매우 세밀하게 조절한다. 공장 한쪽에 놓인 조그마한 컴퓨터 한 대가 중앙관제탑 역할을 도맡고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각 식물의 상태를 수시로 모니터링한다.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식물의 색깔이나 부드러움의 정도, 심지어 맛까지 조정할 수 있다. 영양소 함유도 밭에서 재배되는 것과 비교해 높다.
[특별기획] 폐공장에서 '녹색 기적'이 자란다
(사진) 수직 농장 층간 사이에서 허브와 케일 등의 채소가 자라고 있다. /이정흔 기자

이처럼 좋은 품질의 식품을 생산하면서 땅도, 물도, 흙도 ‘덜 사용하는’ 수직 농장 시스템은 그만큼 생산 비용이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땅에서 재배하는 것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다.

현재 에어로팜 생산 제품의 슈퍼마켓 판매 가격은 일반적인 유기농 제품들과 비슷하다. 뉴욕과 같은 대도시 근처에서 식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유통 비용 역시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이에 비해 생산량은 오히려 일반적으로 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보통 씨앗을 심어 식물을 재배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12일에서 16일 정도다. 일반적인 밭에서 재배하면 45일 정도 걸린다. 실내 재배로 계절이나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1년 내내 총 22~24번 재배할 수 있다.

◆실업률 높은 동네에 '일자리 창출'

적은 비용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많이 생산해 낼 수 있으니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성과가 있다. 폐공장을 활용해 낙후된 지역 경제를 되살려 낸다.

실제로 에어로팜 내부에는 화려한 그래피티가 남아 있었다. 예전 맥주 공장과 청소년들의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 중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도 큰 성과를 얻고 있다.
[특별기획] 폐공장에서 '녹색 기적'이 자란다
(사진) 에어로팜 내부 공장에는 화려한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버려진 공장을 재활용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남겨둔 벽장식이다. /이정흔 기자

2004년 뉴욕 업스테이트에 설립한 에어로팜은 2년 전 이곳 뉴저지의 뉴어크로 본사를 옮겨 왔다. 현재 100여 명의 에어로팜의 직원들 중 3분의 1 정도가 실제로 본사의 15마일 이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다. 이 지역에서만 2년여 만에 대략 30명이 넘는 고용 창출 효과를 일으켰다.


오시마 CMO는 “식물학과 영양학, 생물학, 미생물학은 물론 전자공학, 기계공학 심지어 인공지능(AI)까지 다양한 최첨단 전문분야들이 접목된 결과다”며 “처음 뜻을 모았던 경영진은 그대로지만 그 외의 전문인력들은 점점 더 우수한 인력들이 합류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인터뷰 내내 에어로팜의 전문인력을 수차례 강조했다. 실제로도 일반적인 농장과 달리 에어로팜은 최고과학책임자(CSO)를 두고 있을 만큼 기술을 중시한다. 이처럼 우수한 인재들이 에어로팜과 같은 농업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최첨단 미래 농업이 ‘발전 가능성이 큰 사업’이라는 공감대를 넘어서서 ‘우리가 먹는 음식을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는 명확한 비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게 오시마 CMO의 대답이다.

그는 “이미 학계나 정부의 연구기관에 관련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는 많다”며 “우리가 하는 일은 이와 같은 지식들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운용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식물공장은 전통적인 농업의 관점이 아니라 ‘과학’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현재 에어로팜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 역시 ‘인력 양성과 교육’이다. 농업분야에 아무리 정통한 전문가라 하더라도 ‘최첨단 기술로 새로운 농업의 방식’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능한 많은 기록을 남기고 시행착오를 줄여가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오시마 CMO는 “현재 에어로팜은 미국 내에서도 실업률이 높은 낙후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자 계획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해외 진출을 통해 보다 국제적인 사업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vivajh@hankyung.com

[첨단 농업 기사 인덱스]
(1) 식물 공장 : 일본 편
(2) 식물 공장 : 미국 편
- 폐공장에서 '녹색 기적'이 자란다
- 홀푸드 옥상 위의 ‘고담그린’ 옥상 농장
- 딕슨 데스포미어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첨단 농업은 '기술'보다 '왜'가 더 중요"
(3) 식물성 고기
(4) 스마트 팜 : 유럽 편
(5) 스마트 팜 : 미국 편
(6) 국내의 미래 농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