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부분 임대 각광…셀프 인테리어·점오가구 열풍도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요즘 일본에서는 면적 50㎡(15평) 정도의 ‘콤팩트 맨션’에 이어 면적이 10㎡(3평) 정도인 ‘타이니 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조립식 형태로 거주자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주택의 외형과 실내 공간을 바꿀 수 있는 ‘DIY 주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주방과 같은 공동의 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의 높은 인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업과 소형 주택 관리 전문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성행하는 중이다.
네 집 중 한 집이 ‘혼자 살고 있다’는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중이다. 주택업계는 물론 가구업계에서도 새로운 수요층으로 떠오른 ‘1인 가구’들의 취향을 붙잡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 ‘오피스텔의 변신’ 애견 호텔 서비스도
최근 주택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초소형’이다.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 시장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초소형 오피스텔들의 주거 공간 면적은 대부분이 50㎡ 안팎이다. 최근에는 20㎡(6평) 면적도 등장하는 등 주요 거주 공간의 면적이 점점 더 최소화되는 추세다.
이와 동시에 주거지로서의 기능은 보다 다양화되고 있다. 오피스텔에 피트니스센터와 사우나, 무인 택배실 등 편의시설을 통해 1인 가구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애견 호텔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아파트 시장에서도 전에 없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찬밥 취급을 당하던 ‘부분 임대’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한 지붕 두 가족’이다. 부분적으로 가벽을 설치해 공간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114㎡(35평) 아파트를 84㎡(25평)와 30㎡(10평)로 분리한 뒤 30㎡ 공간을 따로 세놓아 임대 수익을 올리는 식이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어나다 보니 오히려 ‘함께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각자 독립된 방에서 생활하면서도 주방과 거실 등의 공동 생활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형태의 주거 공간을 말한다. 기존의 고시원이나 원룸과 달리 셰어하우스는 ‘함께 살아간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셰어하우스는 일본에서도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주거 형태 중 하나다. 국내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형태의 셰어하우스 관리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빈집을 활용해 셰어하우스를 운영 중인 사회적 기업 두꺼비하우징의 이재원 실장은 “낮은 임대료에 보다 높은 주거 환경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 H&M·자라, 홈데코 브랜드 론칭
기존 1인 가구들에 집은 그저 ‘자취방’에 불과했다. 가정을 꾸리기 전까지 임시로 거쳐 가는 주거 공간을 자신의 취향대로 예쁘게 꾸밀 이유도 없고 정성도 없었다. 하지만 1인 가구가 대세가 된 지금은 다르다. 혼자 살아가는 기간 자체가 길어진데다 자기가 살아가는 주거 공간만큼은 자기 취향대로 꾸미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셀프 인테리어’ 블로그 열풍이다. 이미 방송에서도 ‘집방(인테리어 등을 활용한 집 꾸미기 방송)’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도 여럿 등장하고 있다.
‘5만원 자취방 인테리어’ 등을 블로그에 연재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이쓴 씨는 “요즘은 커피숍만 가더라도 너무나 잘 꾸며 놓은 공간을 많이 볼 수 있다”며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내 공간’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집을 인테리어한다’는 것 자체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로 여겨졌다.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일하는 인테리어 업체에 거금을 주고 맡겨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인테리어가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 받고 있다.
DIY 인테리어에 사용하는 소규모 페인트 업체를 비롯한 인테리어 도구와 소품 시장이 커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H&M·자라와 같은 SPA(생산·유통 일괄형 의류) 패션 브랜드들까지 ‘홈데코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며 이와 같은 열기에 동참했다. 이 둘은 2014년 각각 ‘H&M홈’과 ‘자라홈’을 론칭했다.
가구업계의 변화도 크다. 제이쓴 씨는 “특히 인테리어 중에서도 가구업계는 이케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했다.
주로 조립식 가구와 침구류 등을 취급하는 이케아는 ‘예쁜 집을 꾸미고 싶다’는 1인 가구 소비자들의 잠재된 욕구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국내 가구업계의 물길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케아의 인기에 따라 국내 대기업 가구 업체들도 1인 가구의 ‘취향 저격’을 위한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추세다. 1.5인용 소파나 2.5인용 식탁과 같은 이른바 ‘점오(0.5) 가구’다. 현대 리바트 측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온라인몰에서 판매된 가구를 조사한 결과 ‘점오가구’의 매출이 전체의 35.2%를 차지했다.
중소 가구 업체들도 활황이다. 제품 디자인이 보다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 역시 저렴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중소 업체의 제품에 눈길을 두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맞춤형 가구를 제작하는 ‘가구 공방’도 활기가 넘친다.
제이쓴 씨는 “기존에도 1인 가구를 위한 조립식 가구가 있긴 했지만 크기나 디자인이 획일적이어서 모호한 측면이 있었다”며 “각자의 취향에 따라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와 같은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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