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자발적 임금 삭감, ‘G80 스포츠’·‘그랜저 IG’ 등 신차 승부수
‘비상 경영’ 돌입한 현대차그룹…해법 찾기에 분주
(사진) '제네시스' 브랜드의 럭셔리 스포츠 세단 'G80 스포츠'. /현대차 제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현대차그룹이 위기에 직면했다.” 매년 들리는 얘기다.

해마다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노조 파업’, ‘단기적인 수출 부진’, ‘내수 침체’, ‘차량 결함’ 등 이슈나 사건·사고가 날 때마다 현대차그룹의 ‘위기론’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현대차그룹은 위기를 슬기롭게 해쳐 나왔다.

과연 올해는 어떨까. 최근 논란이 된 ‘차량 결함 사건’과 ‘장기 파업’, ‘최악의 판매 실적’ 등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현대차가 구상하고 있는 위기 탈출 해법과 전략을 알아 봤다.

올해 10월과 11월의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를 보내며 내년 전략을 구상·수립해야 하고 최근 발생한 ‘노조 파업’과 ‘차량 결함 사건’ 등 일련의 이슈에 대한 수습을 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 3분기 발생한 사상 최악의 ‘판매 부진 쇼크’ 대응책과 당장 4분기 실적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 임직원들은 요즘 두 발 편히 뻗고 쉴 틈이 없다. 눈치도 눈치지만 수시로 이뤄지는 전략회의와 각종 분석·전략 수립 작업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야근은 기본이다. 최근에는 지역별 매출 전망과 함께 경쟁사들의 전략 분석 등 세세한 것까지 파악하는 분위기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최근 그룹 내부의 분위기가 예년과 사뭇 다르다”며 “현재 상황이 위기라는 것이 임직원들 사이에 확실하게 인식된 만큼 전사적인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무너진 3분기…‘비상 경영 체제’ 돌입

실제로 최근 들어 2개월 가까이 현대차의 분위기는 무척 가라앉아 있다. 현대차는 최근 올 3분기에 판매 108만4674대, 매출액 22조837억원, 영업이익 1조681억 원, 당기순이익 1조11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 29.0% 감소했다. 순이익과 판매량도 각각 7.2%, 3.3% 줄어들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8%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정확히 분석하면 국제회계기준(IFRS)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이다.

3분기 실적 부진으로 현대차의 올해 경영계획 달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501만 대로 잡았지만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347만7911대를 판매했다.

국내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48만1248대를 팔았고 해외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299만6663대의 판매 실적을 보였다. 1~9월 누계 실적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 늘어난 69조111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3.8% 감소한 4조1723억원에 그쳤다.

기아차의 실적도 저조하다. 기아차는 3분기에 판매 68만4302대, 매출액 12조6988억원, 영업이익 5248억원, 당기순이익 664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3.1%, 영업이익은 22.5%가 각각 감소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누계 기준 기아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7%, 20.8% 증가했지만 3분기 누계로는 증가율이 8.4%, 4.9%로 크게 줄어들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3분기까지 누계 판매량은 566만6911대 수준으로 올해 목표로 삼았던 810만 대 달성은 물론 800만 대 돌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진원지는 신흥시장이다. 현대·기아차는 유럽과 일본 자동차 회사에 비해 신흥시장 비중이 높다. 지난해 브라질·러시아 지역으로 5만9000대를 수출했는데, 2011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4분의 1로 줄어들면서 이 같은 위기에 직면했다.
‘비상 경영’ 돌입한 현대차그룹…해법 찾기에 분주
◆ 4분의 1로 줄어든 수출에 ‘빨간불’

여기에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가 2011년보다 각각 50%와 55%씩 급락하면서 수익성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흥국가는 결코 철수할 수 없는 전략 시장이기 때문에 피를 흘리면서도 시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계속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한때 10.5%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했지만 올 들어 8월까지 8% 선을 겨우 지키고 있다.

신흥국을 제외한 미국·유럽 시장에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본과 유럽 자동차 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유로화와 엔화 가치 하락을 등에 업은 경쟁사들 때문에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생산 모델이 다양하지 못한 현대·기아차의 약점도 최근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환경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소비 심리 악화로 7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0.1%)을, 올해 두드러진 성장을 보인 유럽도 정체(0.6%)가 예상된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은 4.8% 수준에 그치고 국내시장은 2.4% 감소할 전망이다.
‘비상 경영’ 돌입한 현대차그룹…해법 찾기에 분주
(사진) 현대차 '그랜저 IG'의 외부(왼쪽) 및 내부 이미지. /현대차 제공

◆ ‘위기의식’ 팽배…임원이 움직였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선발대는 임원들이다. 현대차그룹 임원 1000여 명이 내년까지 10% 삭감된 임금을 받기로 한 것.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51개 계열사 임원들은 10월 25일 지급된 10월분부터 10% 삭감된 임금을 받았다. 자진해 임금 삭감에 동참한 임원 수는 ‘이사대우’급을 포함해 1000명도 넘는다. 임금 삭감은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안팎의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내년 사업 환경 등도 구조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임원들이 솔선수범 차원에서 먼저 임금을 줄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금융 위기를 겪은 직후인 2009년에도 임원 급여 10% 자진 삭감과 함께 업무용 차량 축소 등 경상 예산 20% 감축 등을 시행한 바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최근 중국 사업 임원진을 전격 교체하고 국내에서는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임원진은 글로벌과 내수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재도약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국 등 신흥시장의 점유율 유지를 위해 저가 차량 모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미래를 위한 투자와 기술 개발은 적극적으로 하면서도 ‘혹독한 경영 환경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데 전략의 초점을 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현대차그룹은 미래 먹거리인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와 현대차의 최상위 고급 세단 ‘그랜저IG’ 등의 신차를 연달아 출시하면서 분위기 바꾼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자동차 회사는 차로 말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신차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발표한 이후 2일부터 사전 계약을 받은 그랜저IG는 이틀 만에 총 1만5973대의 계약을 이끌어 냈다. 이는 최고 기록이던 2009년 쏘나타YF의 1만827대를 넘어서는 것이다. 전국 830여 개 영업소 한 곳당 하루 만에 약 19대 이상의 신형 그랜저가 계약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의 돌풍을 앞세워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그랜저IG와 함께 하반기 시장을 이끌 전략차로 제네시스 신차를 낙점하고 판매에 나섰다. 지난 10월 26일부터 제네시스 브랜드의 대형 럭셔리 스포츠 세단 ‘G80 스포츠(SPORT)’ 판매를 시작한 것.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G80를 내세운 이유는 세계 고급차 시장의 대응력을 높이고 브랜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렉서스를, 독일 폭스바겐이 아우디를 별도로 운영하는 것과 같이 대중 브랜드 현대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등 ‘투 트랙’으로 가겠다는 전략적 선언이다. 향후 10년 뒤 세계시장에서의 현대차 평판은 제네시스 유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04년 제네시스 개발에 착수한 이후 2008년 1세대 제네시스 출시와 지난해 브랜드 출범까지 10년 이상 ‘제네시스 독립’을 위해 담금질했다. 업계에서도 현대차 품질과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고급 이미지도 부각시켰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제네시스다.

현대차는 제네시스가 해외시장에서 판매를 본격화하면 최근 악화되고 있는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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