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신뢰 얻은 제품은 더 인기…홀푸드·현대차·매일유업의 ‘불안 관리 마케팅’
‘불안의 시대’ 거꾸로 보면 기회가 열린다
(사진) 미국의 유기농산물 전문점 '홀푸드' 매장. /홀푸드 홈페이지

[강성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지난 9월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했다. 한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500회가 넘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한국도 더 이상 지진에 대한 안심 국가가 아니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지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많이 불안해하고 경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도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최근의 기사에서는 경주의 관광객이 지난해 동기 대비 47% 줄었고 특히 경주로 수학여행을 예약했던 학교의 90%가 취소했다고 한다. 그 대신 수학여행객이 서울로 몰려 경복궁·덕수궁 같은 고궁과 남산·롯데월드·에버랜드·민속촌 등이 북적인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핵 이슈, 대통령 주변 인물의 국정 농단 이슈, 부동산 투기 재연, 여러 기업에서 터지고 있는 사고, 경쟁력 저하에 따른 산업 구조조정 등등 정치·경제·사회·환경 제반 분야에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사건과 사고들이 빈발하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으로 위축된 분위기와 맞물려 사람들의 불안감을 증폭하고 있다.

불안은 인간의 삶에서 완전히 분리되기는 어렵다. 철학자 알랭 드 보통도 “우리는 불안을 먹고 불안을 낳으며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불안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든 평범한 삶의 조건이고 산다는 것은 하나의 불안을 또 다른 불안으로 바꿔 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불안이 기업의 신뢰도와 연결된다면 기업에 큰 리스크로 작동할 수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 점점 증가하는 불안을 감소시키거나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불안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인 방향성을 모색해 보는 것은 기업 전략의 관점에서 고려해 볼만한 시사점을 던진다.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첫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향성은 소비자들에게 올바르고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기업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원하기 마련이다. 기업은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불안, 기업에는 위기이자 기회

미국의 유기농 농식품 판매 유통업체인 홀푸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매년 1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 성공 비결 가운에 하나가 바로 소비자들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만 제공한다는 뚜렷한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홀푸드는 미국 농무부의 품질 인증과 별도로 회사 자체의 보다 엄격한 품질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은 아예 매장에 나오지 못한다. 만에 하나라도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철저한 품질 보증(Quality Guarantee) 제도를 운영한다.

또한 이렇게 품질 기준을 통과한 제품은 제품의 특성별로 4개의 브랜드 라벨(365 Every Day Value, 365 Organic Everyday Value, Authentic Food Artisans, Whole Kids Organic)을 차별적으로 부착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 식품 및 유기농 제품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인지시킨다. 홀푸드가 이러한 업체임을 증명한 사례 중 하나가 관계 당국의 가이드가 있기도 전에 자체적으로 ‘유전자변형농산물(GMO) 표시제도’를 전면 시행함으로써 미국 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저성장에 의한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경제적인 상황에 대한 불안 심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지갑을 닫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가성비’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높은 품질의 제품을 선호한다든지, 같은 가격이라면 자신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원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소비 패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역시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제품 구매를 꼼꼼하게 한다. 가격뿐만 아니라 어디에서 확보한 어떤 소재를 사용했는지, 어떠한 핵심 기능과 부가 기능이 있는지, 어떤 공정을 통해 생산됐는지 등도 관심을 가지고 살핀다.

저가 상품을 취급하는 대표적 유통업체인 다이소는 생활용품 중심으로 3만여 종이 넘는 제품을 판매한다. 1000~2000원에 불과한 상품들이 대부분이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이러한 상품마저 그냥 구입하지 않는다. 이런 소비자들로 인해 탄생한 것이 바로 ‘다이소 털이범’이다.

이는 1만2000여 명의 다이소 애용자들이 정보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상업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실사용자 위주로 제품 구매 후기 등의 경험이 공유돼 제품의 결함 등 소비자에게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매일유업은 2011년 분유 안전성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이후 아기 전용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6000여 개 목장 중에서 엄선된 70여 곳에서 아기 전용 제품을 만들기 위한 ‘1A’ 등급의 원유를 생산한다. 그리고 이를 완제품 분유로 생산하는 공정 전체를 ‘아기 전용 프로세스’로 따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엄마 눈으로 제품을 꼼꼼히 점검하는 ‘안심평가단’을 운영한다. 아기들의 먹거리에 대해 고민하는 엄마들을 선발해 제품의 원료와 품질, 영양 설계 등을 직접 점검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역시 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행복이라는 개념에 바탕을 둔 사업 모델을 연구하고 있는 미국의 호텔 사업가 칩 콜리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불확실성×무력감’이라고 표현했다. 복잡성이 증가하고 정보나 타인을 믿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통제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이러한 불안감이 확대된다는 개념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사람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를 때 불안감이 더욱 크기 마련이다. 어떻게 될지 안다면 막연한 불안보다 이에 대한 대비가 이뤄진다. 그래서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둘째 방향성은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하는 것이다.
‘불안의 시대’ 거꾸로 보면 기회가 열린다
◆‘불확실성’ 제거를 통해 큰 성공 가능

제품을 구입한 뒤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더 싸게 파는 곳이 있지 않을까 불안한 고객들의 심리를 파악해 독특한 가격 보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있다.

작년에 온라인 여행 예약 서비스 업체 익스피디아가 13억 달러에 인수한 오르비츠(Orbitz)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여행사인 오르비츠는 고객이 자사나 혹은 타사 사이트에서 동일 상품에 대해 더 저렴한 구입가를 발견하면 차액만큼 변상해 주는 제도를 운영한다.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이 2009년 최우수 광고로 선정했고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마케팅의 백미라고 치켜세웠던 마케팅 프로그램이 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실시한 ‘실직자 구매보상제도’다.

이 제도는 리스나 융자를 통해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가 1년 이내에 실직이나 신체장애, 개인 파산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 할부금을 갚는 대신 차를 반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결과적으로 당시 미국 중산층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판매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다른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보석·모피·가구, 심지어 주택업계에서도 유사한 판촉 전략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다.

더군다나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반납된 차량은 불과 300여 대 정도라고 한다. 그야말로 큰돈 들이지 않고 커다란 성과를 올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캐나다의 관광사인 빅토리아는 햇빛 보증 서비스라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서부 지역에는 겨울철에도 비가 자주 내리고 봄에도 비가 내리는 날이 많다. 이 때문에 여행의 최적기인 4~5월에도 이 지역을 기피하는 여행객이 많았다.

그래서 빅토리아는 날씨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는 여행객을 겨냥해 햇빛 보증 서비스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만약 4~5월에 12.5mm 이상의 비가 내리면 2박 이상을 예약한 고객에게 500달러를 보상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안 마케팅’ ‘힐링 비즈니스’ 뜬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의 불안감을 긍정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가 원초적이고 말초적인 마케팅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일상적이면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주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가진 과도한 긴장감이나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주는 것이다. 이는 주로 직설적인 화법, 다소 촌스러움, 부조화나 속칭 B급 감성을 활용한다.

얼마 전 큰 인기를 끌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 걸 그룹 크레용 팝의 ‘빠빠빠’의 이면에는 이러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의 광고도 이러한 맥락에서 유사하다.

SSG는 신세계의 한글 단어의 영문 이니셜이다. 광고의 내용도 특색이 있지만 SSG를 광고에서 ‘쓱’이라고 읽는다. 이는 우리말로 상대방에게 뭔가를 넌지시 건네는 의미다. 다소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재미있고 기억에도 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