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2017 한국·세계 경제 대전망 : ‘트럼프 시대’의 세계경제]
위안화 타깃 ‘제2의 플라자 합의’ 추진 가능성…대규모 감세 나설 듯
[‘트럼프 시대’의 세계경제] ‘환율전쟁·통상 갈등’ 미중 강대강 충돌시대로
(사진) 도널트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 /연합뉴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미국의 선거인단 선출 투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승리했다. 선출된 선거인단은 12월 19일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진행하지만 선거인단은 11월 8일 선거에서 결정된 대로 투표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선은 11월 8일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출된 후보는 2017년 1월 20일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키워드는 ‘성공한 비즈니스맨’, ‘베스트셀러 작가’, ‘미디어 스타’로 요약된다. 미국의 대표적 부호, 총 16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 버라이어티쇼 진행자로서의 트럼프 당선인은 사회 여러 방면에서 활약한 경험이 풍부하다.

◆‘미국이 최우선’…보호무역 기조 뚜렷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은 언제나 예외적 국가였다(America has always been an exceptional nation)”고 지적하며 최근 약해진 미국의 위상을 되찾고 모든 문제에서 미국의 이익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새로운 정책 기조는 보호무역 정책 강화, 감세 정책과 재정지출 확대, 저금리를 우선하는 경기 친화적 통화정책 시행 등으로 요약된다.

먼저 그의 보호무역주의적인 통상 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 부문보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유지해 왔던 트럼프 당선인의 가치관이며 이를 반영한 통상 정책 공약은 광범위하고 공격적이다.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파탄 내고 있는 기존의 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등)의 전면 재검토와 재협상을 선언하고 경제와 무관한 안보 및 안보 목적의 FTA 강력 비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통과 무산을 공언했다.

또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45%의 관세 부과, 자동차 회사들의 멕시코 공장 건설을 막기 위한 멕시코산 자동차에 35% 관세 부과, 미·멕시코 국경 장벽에 대한 멕시코의 건설비용 수용 전까지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 및 비자 발급 수수료 부과 등의 구상을 밝혔다.

아베노믹스를 통한 일본의 엔화 가치 40% 절하를 비난하며 자동차 및 농축산물 시장의 전면 개방도 촉구했다. 또한 독일·일본·한국 등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고 이들 국가의 대규모 대미 무역 흑자를 비난하며 더 많은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출범하게 된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공약은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정책 분야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라는 기본적인 성향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등 미국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그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통상 정책이 트럼프 정부에서 수립될 수 있다.

◆대규모 재정 확대, 단기에 그칠 듯

트럼프 당선인의 재정정책 공약은 대규모 감세,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 공격적인 법인세 인하로 대변된다. 트럼프 후보는 소득세율을 현행 7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고 3단계에 걸친 소득세율과 소득 구간의 전반적인 하향 조정을 통해 대규모 감세를 단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한 최대 35%인 법인세율을 15%로 20%포인트 낮추고 재정지출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차기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100%를 웃돌고 있는 국가 부채비율을 고려할 때 재정 확대가 지속되기보다 비교적 단기에 그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본인을 ‘완화 정책 및 저금리를 추구하는 사람(easy money person, low interest rate person)’이라고 칭하며 고금리가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혀 왔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에 대한 회계감사 필요성과 재닛 옐런 의장의 교체를 천명하면서 Fed에 대한 정치적 개입과 통화정책에 대한 중립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옐런 의장의 임기가 2018년 2월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Fed의 온건한 금리 인상 기조가 단기간 내에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달러화 강세로 미국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저금리 등 지속적인 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에선 옐런 의장의 임기 종료 이후 Fed 의장의 교체와 함께 경기 친화적인 정책 스탠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경제성장을 개선하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공약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소득세 및 법인세 등의 조세 감면과 인프라 투자 확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고용과 소비 및 투자 증가를 유도함으로써 국내 수요의 성장 기여도를 확대하겠다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한 통화 절상 및 내수 확대 요구와 미 달러화 약세, 보호무역주의 등을 통해 미국의 수출 경쟁력 제고 및 수출 물량 확대를 유도함으로써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를 확대하겠다는 방안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7년간 연평균 2.1% 성장했다. 2003~2007년 경기 회복 국면에서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2.9%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금융 위기 이후 경기 회복 국면에서의 경제성장률은 저조하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미국 경제는 단기적으로 3%대의 성장세로 개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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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경기 부양 법안, 실현 가능성 의문

그러나 트럼프 집권기의 미국 경제성장 회복에는 단기로는 공약의 법제화, 장기로는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의 부메랑 영향이라는 암초가 있다.

먼저 감세 및 인프라 지출 확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다. 이 공약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감세 및 경기 부양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재정 적자 및 국가 부채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른 하나는 미 경제성장이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근린 궁핍화 정책에 의해 달성된다면 글로벌 경제 침체의 부메랑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글로벌 교역의 위축을 초래하고 글로벌 경제 침체로 연결된다.

따라서 트럼프 시대의 미국 경제는 집권 초기에 경제성장세를 개선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확대되며 중·장기로는 미국 경제가 침체될 우려도 상존한다.

트럼프 정부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불확실한 영역은 인플레이션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공약만 보면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며 Fed의 통화 긴축 정책 강화와 장·단기 시장금리의 상승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만일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국내 경제 주체의 불안심리 확산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를 초래한다면 오히려 극심한 디플레 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

트럼프 시대에 예상되는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과 중국(G2) 간의 환율 전쟁 발발 가능성이다. 2015년 미국 무역수지는 5397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대중 무역 적자가 3348억 달러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중국이 미국을 돼지저금통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이 외교적 언사로는 부적절하지만 사실임을 의미한다. 이는 트럼프 시대에 양국 간에 무역 분쟁 격화가 불가피함을 예고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통상 압력 수단으로 먼저 위안화의 대규모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1985년 플라자 합의처럼 위안화 가치의 두 배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트럼프 시대의 글로벌 금융시장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극심한 불확실성 국면이 전개된다.

트럼프 시대의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나 G20 정상회담에서는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배제하며 인위적인 환율 절하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상호 협력적 문구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군사 및 정치면에서 일본과 달리 미국에 예속되지 않는 중국 정부가 일본처럼 미국의 통화 절상 압력에 굴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과 중국 간의 통상 분쟁이 악화 일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머징 통화는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융 완화 정책과 약달러 정책은 이머징 통화의 강세 요인이지만 중국과의 통상 마찰 격화 및 환율 전쟁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는 이머징 통화의 약세 요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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