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수출·소비가 경제 회복 견인, EU의 정체성 위기 지속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2017년 글로벌 경제를 살필 때 가장 먼저 시선이 쏠리는 곳은 미국이다. 신행정부가 들어서고 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성장률이 2016년 1.6%에서 2017년 1.8%로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당초에는 2016~2017년 중에도 2% 내외의 잠재 성장 수준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2014년 중반 벤 버냉키 중앙은행(Fed) 전 의장의 금리 인상 가능성 암시 발언이 나온 이후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했다.
미국 경제 회복의 핵심은 수출이다.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반등한 미국 수출은 2017년 중 큰 폭의 플러스로 증가하면서 성장률을 1.8%로 끌어올리고 2018년에도 2%대로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갭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2017년에 제로 수준으로 회복되고 2018년에는 플러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과 함께 미국 경제 회복에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 소비의 회복이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2분기 중 민간 소비 증가율(실질, 전기 대비 연율)이 4.3%를 기록하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실업률 하락, 시간당 임금 상승, 주택 가격 회복 등의 희소식에 가계 자산이 증가, 2007년 4분기 133%였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비율이 2016년 2분기에는 103%까지 하락했다. 학계에서는 이 비율이 100~110% 내에 들어와야 민간 소비가 회복되기 시작한다고 분석한다.
◆ EU, 내분 단속·극우파 동향 ‘주목’
2017년 유럽 경제의 핵심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필두로 한 유럽연합(EU)이 대내외적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다. 일부에서는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EU 체제가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심국과 주변국 간 갈등이 높고 이를 해결할 정치적 리더십이 약화되면서 유럽이 붕괴한다는 논리다.
반면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EU 체제가 견고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독일과 프랑스 등 중심국이 브렉시트를 계기로 주변국을 다독이면서 EU의 결속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재의 EU는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진 상태여서 변화 없이 그대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올해 말부터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지는 이탈리아·프랑스·독일 등의 주요 선거를 통해 EU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가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영국과 EU의 관계 재설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브렉시트는 EU의 경제와 정치적 위상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통합된 유럽이라는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
유럽 2위 경제 대국인 영국의 탈퇴로 EU의 정치·경제적 경쟁력 약화가 예고된 가운데 전례 없던 한 회원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되면서 그 외 EU 회원국들도 상황에 따라 연쇄적으로 탈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회원국들에 대한 내부 단속과 역내 극우파 정치권의 동향이 매우 중요해졌다.
중국 경제는 2017년 몇 가지 개선 신호가 나타날 전망이다. 첫째, 중국의 설비투자가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 몇 년간 회자됐던 대규모 인프라 투자인 일대일로(신실크로드 전략)가 시작되고 있고 아시아 중심의 투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는 아시아 신흥국 인프라 투자를 통해 중국 내의 과잉투자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2016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관련 투자가 30% 이상 증가했다.
둘째, 중국 부동산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1선 도시의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됐지만 2선 도시로 가격 상승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전체 부동산 가격이 ‘U자형’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 자료에서도 중국 주택 경기의 바닥 통과 신호가 강해지고 있다. 중국의 70개 주요 도시 중 전년 동기 대비 주택 가격이 뛴 곳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 정부의 다양한 부양책(통화+재정+부동산)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인프라 투자와 연계되는 모습이다.
◆ 변수는 있지만 기대감 높은 일본 경제 전대미문의 마이너스 금리(-0.1%)까지 내걸며 엄청난 유동성을 뿌렸던 일본 경제는 아직까지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하지만 2017년에는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민간 기관의 예측치를 종합하면 2016년 ±0.7~0.8%, 2017년 ±0.8~0.9%로 정리된다.
최근 전약후강(前弱後强)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갈수록 기대감이 높다. 미약하나마 각종 지표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신호가 보인다. 2016년엔 고용 사정, 개인 소비, 민간투자, 설비투자, 무역수지 등이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되는 추세다. 문제는 해외 변수다. 중국 불황과 유럽 갈등 등 해외 악재는 2017년에도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2017년 동남아시아 경제는 2016년에 이어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 갈 전망이다. IMF 전망에 따르면 내년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5.1%로 전망되며 대부분이 동남아 국가에서 2016년 대비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여전히 잠재적 리스크로 남아있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과 브렉시트 본격화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고부채에 시달리는 일부 국가들은 단기적 금융 불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회복이 관건이다. 2017년 국제 유가는 금년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앞으로도 저유가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여 상당 기간 동남아 지역에 리스크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현재 각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노력으로 2017년 동남아 경제의 전망은 밝지만 대외 여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내년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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