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정병문 김앤장 변호사 "외국 로펌과 경쟁보다 협력관계 구축해야"
[2016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법조계, 미증유의 격랑기…서비스 강화·전문화가 살길”
(약력) 1962년생.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1985년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1987년 사법연수원 16기 수료. 육군법무관. 1990년 부산지방법원 판사. 1992년 대구지방법원 판사. 1994년 수원지방법원 판사. 1997년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 1999년 서울고등법원 판사. 2000년 대법원 조세팀 연구관 및 총괄 연구관. 2004년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2006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현). /사진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조세 전문가’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오늘날 경제 현상이 다변화됨에 따라 거래 구조 역시 매우 정교해졌기 때문에 모든 경제 분야를 다 아는 조세 전문가란 결국 아무것도 모른다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각 분야에서의 거래 구조와 거기에 적용되는 세법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조세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진정한 조세 전문가 150여 명으로 구성돼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조세팀. 지난 11월 16일 이 팀을 이끄는 정병문(54·연수원 16기) 변호사를 만나 조세 분야에 대해 들었다.

▶조세 부문 1위에 선정되셨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1위를 한다는 것은 기분 좋고 자부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만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1위로 선정해 주신 데에는 우리가 선봉이 돼 국내 조세 법률 시장의 발전을 선도하라는 평가단과 고객의 준엄한 요청이 깔려 있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자만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올해 조세 분야는 어떠했나요.

“국세청이 성실신고 안내를 통해 자진 납부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세정을 펴면서 세무조사를 통한 세금 부과 금액이 소폭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국가 간 정보 교환을 통한 조세 피난처 내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조사, 검찰·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유관 기관과의 정보 공유를 통한 탈세 추적 및 역외 탈세 조사 등을 강화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세 포탈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건수가 증가해 조세 형사사건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올해의 두드러진 현상입니다.”

▶내년도 전망은요.

“내년 국내 경제 전망이 대단히 어둡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어려운 국내 경제를 감안해 세정 역시 내국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보다 올해처럼 조세 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탈세 등 역외 탈세와 내국 기업, 대자산가, 고소득 자영업자의 조세 탈루에 대한 조사가 더욱 강화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봅니다.”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고객 정보에 관한 것이어서 공개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대외적으로 알려진 조세 소송 몇 케이스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국제 조세 분야로, 대법원이 해외 지주회사에 대한 조세조약 적용을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프랑스에 최종 모회사를 둔 다국적기업이 영국의 중간 지주회사를 통해 내국 법인에 투자했을 때 한국과 영국 간 조약상 5%의 법인 간 배당 제한 세율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인 사건에서 이 영국 회사를 소득의 실질 귀속자로 인정받아 대법원에서 승소했습니다.

법인세 분야에서도 국내 주요 화학 회사의 분할의 적격성을 부인하고 법인세와 지방세를 부과한 사건에서 서울행정법원에 이어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도 승소, 국내 조세 소송 사상 최대 규모의 납세자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증여세 분야에서는 2015년 결손 법인에 대한 증여와 달리 흑자 법인에 대한 증여 시 증여로 보는 별도 규정이 없는 한 증여세 과세를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증여세완전포괄주의’ 적용을 제한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판결 후에도 과세 관청은 흑자 법인에 대한 주식 증여에 대해 계속 과세를 유지했지만 올해 위법하다는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조세 분야가 선망 받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음식점이나 커피숍에 앉아 있으면 세금을 화제로 삼은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그만큼 세금이 국민 생활의 중요한 일부를 차지하고 있고 세금을 둘러싼 갈등 관계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대단히 역동적입니다.

예컨대, 어떤 과세처분에 분쟁이 붙었다면 과세 당국은 최정예 요원은 물론 변호사까지 동원해 방어하려고 합니다. 온갖 지혜를 짜내 방어하려다 보면 과세 논리가 점점 발전돼 더욱 탄탄해지게 되죠. 이에 맞서 과세가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측 역시 과세 당국이 어떤 논리로 대처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고 그 논리에 앞선 논리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과세처분을 둘러싼 논리적 공방이 경제 현상을 반영해 생물처럼 살아 움직입니다. 법조인들이 조세 분야를 선망한다면 논리를 중시하는 법조인들의 생리에 맞고 이 논리적 공방 과정이 다이내믹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법률시장 개방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계신가요.

“국내 법조계는 미증유의 격랑기를 맞고 있습니다. 매년 2000명에 이르는 변호사가 배출되는 데다 시장 전면 개방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 따라 법조계 역시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 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우리 사무실은 2000년대 초반 이후 계속적인 인력 보강을 통한 대형화를 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대형화만으로는 시장 전면 개방에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이를 십분 인식해 ‘서비스 강화’와 ‘고도의 전문화’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전문성 측면에서도 최고의 인재를 영입, 영·미 로펌들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이와 함께 국내에 진출한 외국 로펌을 경쟁 상대로 인식하기보다 협력적 관계 구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henrykim@hankyung.com

[2016 베스트 로펌 기사 인덱스]
- 김앤장, 7회 연속 종합 1위…전 부문 1위 석권
- “법조계, 미증유의 격랑기… 서비스 강화·전문화가 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