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국정농단'에 비상 걸린 경제 성장엔진 : 실물경제 '빨간불']
대규모 사은행사·세일에도 역부족, 편의점 도시락 냉동 안주만 ‘쑥쑥’
‘우려가 현실로’… 백화점 빅3 매출 ‘급브레이크’
(사진)서울의 한 백화점이 11월 6일 진행한 창립 사은 행사장도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지난 9월 28일 시행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국내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이후 최근까지 백화점 ‘빅3’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형마트의 매출 증가율 또한 주춤하면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 추이는 현재의 소비 경기 흐름을 비교적 정확하게 보여 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백화점, 최순실 사태·김영란법 직격탄

김영란법과 ‘최순실 사태’로 가장 피해를 본 유통업종은 백화점이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 백화점 ‘빅3’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부터 40여 일간 전체 매출 증가율은 평균 4%대로 부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5%대의 증가율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결과다.

백화점 3사는 이 기간 점포별 가을 세일을 비롯해 창립 사은 행사, 정부 주도의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을 진행했지만 얼어붙은 소비 심리는 좀처럼 깨어나지 못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0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전체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4.2%로, 지난해 9.0%에 비해 4.8%포인트 하락했다. 아동(9.1%)·식품(8.0%)·해외시계 및 보석(7.2%) 등의 증가율이 높은 편이었지만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9월 말부터 대규모 쇼핑·관광 축제인 2016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을 진행했다”며 “어려운 상황에 플러스 증가율을 이루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부 주도로 처음 진행된 지난해 ‘코리아 그랜드 세일’ 특수를 넘어서진 못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기간 5.8%의 증가율을 보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 8.1%에 비해 2.3%포인트 하락했다. 주얼리 및 시계(13.6%)·아동(13.4%) 등과 달리 여성(3.2%)·남성(3.3%)·스포츠(4.5%) 등의 품목은 부진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 확장을 통해 젊은 고객 및 가족 단위 쇼핑객이 많이 몰리면서 주얼리나 아동 관련 품목의 매출이 늘었지만 작년 증가율을 넘진 못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이 기간 동안 3.6%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율 6.1%보다 2.5%포인트 하락했다. 부문별로는 해외 패션(7.5%), 영 패션(6.3%), 여성 패션(5.7%) 등 아우터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가 열린 광화문 근처 백화점들의 주말 매출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안다”며 “부쩍 추워진 날씨로 재킷·모피 등 아우터의 매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지난해보다 매출이 다소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려가 현실로’… 백화점 빅3 매출 ‘급브레이크’
(그래픽) 송영 기자

◆롯데마트, 매출 뒷걸음

불안정한 국내외 상황은 신선식품·생활용품 매출 비율이 높은 대형마트에도 영향을 줬다. 특히 김영란법 시행은 대형마트의 매출 흐름을 바꾸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 간 전체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4.4%로, 지난해 4.6%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졌다. 가정간편식(11.2%)·가공식품(7.6%) 등의 매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생활용품(2.0%)의 판매는 다소 부진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피코크 등 가정간편식 부문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매출은 역성장했다. 롯데마트의 10월 매출 증가율은 마이너스 0.1%로, 지난해 2.3%에 비해 2.4%포인트 하락했다. 반찬(35.7%)·가정간편식(12.8%)·주류(11.1%) 등의 매출이 늘었지만 의류·잡화(-4.6%), 수산(-0.4%) 등의 매출은 부진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집에서 식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반찬과 가정간편식·술 등의 매출은 증가했지만 해수면 온도 상승에 따른 대구·삼치 등 제철 생선의 어획량 감소로 수산 매출이 다소 떨어졌다”고 말했다.

잘 나가던 홈쇼핑업계에도 찬 바람이 불고 있다. GS샵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만 해도 탄탄한 매출 성장세를 보였는데, 10월 들어 주춤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주말 집회 때마다 급격한 매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편의점, 저녁 술 약속 줄면서 호재

김영란법 등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통 유통 강자’들이 타격을 입은 것과 달리 편의점은 호재를 맞았다. 특히 편의점 안주와 도시락·주류 등의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CU에 따르면 올해 10월 1일부터 11월 10일까지 냉장 안주류의 매출은 전년 대비 86%로, 지난해 37%보다 49%포인트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29%에서 올해 191%로 무려 162%포인트 늘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의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에 비해 편의점은 보다 편리한 접근성 등으로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 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GS25의 냉장 안주 매출은 25.7%에서 47.9%로 22.2%포인트 증가했다. 도시락 매출도 54.7%에서 171.4%로 116.7%포인트 늘었다.

주류는 맥주 매출이 21.7%에서 36.4%로 14.7%포인트 증가했다. 와인 매출 또한 27.5%에서 32.1%로, 4.6%포인트 늘었다.

세븐일레븐의 냉장 안주 매출은 23.4%에서 29.4%로 6%포인트 증가했다. 도시락 매출은 88.0%에서 145.9%로 57.9%포인트 늘었다. 냉동식품도 1.6%에서 22.2%로 20.6%포인트 성장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고 여기에 혼밥·혼술족 등의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편의점 안주 등 관련 상품의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려가 현실로’… 백화점 빅3 매출 ‘급브레이크’
(그래픽) 송영 기자

한편 김영란법 본격 시행 전인 9월에도 국내 소비는 전월보다 줄었다. 통계청의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매 판매는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5.1%), 가전제품 등 내구재(-6.1%), 의복 등 준내구재(-0.6%) 판매가 줄어 전월 대비 4.5% 감소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올해 소비는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소폭 회복됐지만 자체적인 회복세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인데다 김영란법과 최순실 사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연말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져 민간 소비가 약 1.8%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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