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국정농단'에 비상 걸린 경제 성장엔진 : 저서로 본 '트럼프 시대']
트럼프 “공화·민주 양당제 뿌리부터 흔드는 건 ‘나’ 만이 가능하다”
‘모든 관계는 거래’라고 정의하는 도널드 트럼프
[한경비즈니스= 이홍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금까지 책을 17권이나 펴낸 작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부동산 투자, 금융 재테크, 정치·사회 이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 왔다.

그가 펴낸 여러 가지 책 중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적 이념과 정책을 이해할 수 있는 해설서로는 직접 쓴 ‘불구가 된 미국’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불구가 된 미국’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7월 대선 행보를 시작하면서 낸 책이다.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미국이 직면한 갖가지 이슈에 대한 생각을 펼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출사표로 불린 책이다.

이 책은 표지부터 남다르다. 보통 환히 웃고 있는 표지 사진을 쓰는 여느 정치인들의 책과 달리 그는 책 표지 사진에서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표지 사진에 대해 더 이상 위대하지 않은 미국의 현실이 즐겁지 않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책의 부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다. 책을 통해 기성 정치인과 다른 자신만의 차별점에 대해 강조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수십 년 동안 정치인이 해 온 게임을 그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당을 흔들어 뿌리부터 바꿀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가 바라보는 미국은 선조들이 세운 미국의 위엄을 잃은 허약한 모습이다. 그래서 ‘불구가 됐다’는 표현을 썼다. 그는 미국인에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내가 말한 대로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해답은 지금 워싱턴 D.C.(기존 공화당·민주당 정치인)에서는 찾을 수 없고 오직 나만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교정책에서는 힘을 통한 운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맺은 합의는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한다. 또 이민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불법 이민’은 막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성공 위해선 ‘배짱’이 무엇보다 중요

‘거래의 기술’은 미국에서 1987년 출판된 그의 첫째 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고 성공시켰는지 활동 내역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그의 변칙적인 행동 뒤에 숨은 동기들을 엿볼 수 있다. 대통령 선거운동에 이 책에서 언급한 자신만의 ‘거래 기술’을 활용했다고 스스로 밝힐 정도다.

그는 이 책에서 ‘모든 인간관계는 거래’라고 정의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거래의 기술은 사업에 국한된 게 아니다. 가족·친구·적 등 그가 만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가 당면한 도전 과제와 타파하려는 관념까지 모두 거래의 대상이다.

그는 “거래는 내게 일종의 예술이다. 어떤 사람들은 캔버스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또 훌륭한 시를 쓰지만 나는 그 대신 거래를 한다”고 썼다.

그는 거래에서 성공하기 위한 지침으로 ▷크게 생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언론을 이용하라 ▷희망은 크게 보이게 하고 비용은 적당히 써라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등 11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밖에 ‘트럼프의 부자 되는 법’, ‘보통사람들의 부자되기 90일’ 등도 트럼프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는 책들이다.

먼저 ‘보통사람들의 부자되기 90일’은 ‘트럼프대학’에서 강의한 연사의 원고를 트럼프 당선인이 편집해 낸 책이다. 트럼프대학은 트럼프 당선인이 2004부터 2010년까지 운영한 부동산 투자 학원이다.

그는 또 ‘트럼프의 부자되는 법’에서 “크게 생각하고 크게 살라”면서 “나를 화려한 여자 친구와 함께 전용 비행기로 개인 골프장을 누비며 대리석 마룻바닥에 금으로 장식한 욕실을 갖춘 초호화 아파트에 사는 비즈니스 거물로 묘사하는 만화가 있는데 ‘그건 사실’”이라고 말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담을 중심으로 한 책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가와의 인터뷰 혹은 유명 저자와의 협업으로 책을 내기도 한다.

◆‘메시지’는 누구라도 알아들을 수 있게

‘정상으로 가는 길’은 트럼프 당선인이 성공한 사업가로 인정받는 154명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편지를 보내 ‘당신을 성공으로 이끈 생애 최고 비즈니스 조언은 무엇이냐’고 물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 엮은 책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그의 간결한 화법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는 것이다.

돈 허드슨 당시 펩시콜라 북아메리카지부 사장은 “간결하게 핵심만 찔러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연설을 초등학교 수준의 단어로 매우 쉽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그는 대통령 연설에서 ‘좋은(good)’, ‘나쁜(bad)’, ‘어리석은(stupid)’, ‘위대한(great)’ 같은 기존의 정치인들이 잘 쓰지 않는 간단한 단어를 유독 강조했다.

‘글로벌 시대의 부동산 투자전략’은 트럼프 당선인이 신뢰하는 부동산 사업가 90명의 조언을 받아 챕터별로 하나씩 소개하는 형식으로 꾸몄다.

그는 스테펀 스워너풀이 조언한 ‘이기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챕터를 통해 “성공은 구체적인 사고, 상황 인식, 장애물 측량과 실행의 결단성에서 나온 결과”라며 “절대로 운에 의지하지 말고 거래의 모든 것을 장악해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라”고 조언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공화당 경선 후보 당시부터 이목을 고려하지 않는 기행적인 발언을 내뱉은 것은 “자신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영역에서 싸우겠다”는 치밀한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 ‘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부자 :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말하는 부의 공식’은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와 공동 집필한 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책을 통해 ‘소극적인 투자자는 돈을 투자하지만 적극적인 투자자는 시간을 투자한다’며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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