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트렌드]
최고의 제품·서비스는 ‘4개의 기반’(문화·기획·프로세스·제도)에서 이뤄진다

[한호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한국 경제가 표류하고 있다. 눈앞에 선진국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거친 물살에 떠밀려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 단적인 예로, 2011년 월드 베스트(World Best)였던 조선·철강·건설·평판TV가 경쟁에서 뒤처져 1위 자리를 빼앗겼고 스마트폰과 반도체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물결에 올라탄 미국의 페이스북·구글은 쉴 틈 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중국에선 알리바바·바이두가 뒤쫓고 있다. 그리고 독일과 일본은 로봇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새로운 제조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격랑의 시기를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지금까지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선두 기업이 빠르게 치고 나가며 쫓아올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뜨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라고 해서 쉽게 따라 할 수도 없다. 거대 기업 야후나 노키아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세상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길은 하나뿐이다. 최신·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세계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탐스·고프로처럼 불과 몇 명의 스타트업이 시장을 석권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창조 활동의 첫걸음은 ‘응용’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최신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먼저 ‘창조와 혁신’ 역량을 갖춰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를 제대로 실행하는 한국 기업이 적은 게 문제다. 10년 넘게 영어를 배우고도 영어로 대화를 못하는 사람처럼 많은 한국 기업들이 창조와 혁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창조(創造)는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뜻이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새로운’이다. 기업은 이 ‘새로운’에 ‘유용한’을 덧붙여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고객 또는 시장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업에서의 창조는 주로 연구·개발(R&D)센터와 같은 특정 부서 또는 토머스 에디슨과 같은 특출한 인물을 통해 이뤄졌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창조’는 전문가나 발명가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로 소통이 원활해진 지금, 그룹 지니어스나 오픈 이노베이션처럼 여러 집단과 사람이 참여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기업의 창조 교육은 두 가지에 집중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발상’과 이 아이디어들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수렴’활동이다. 대부분의 창조 기법 역시 이 ‘발상’과 ‘수렴’을 용이하게 하는 툴을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예를 들어 ‘발상’ 단계에서는 브레인 스토밍, 마인드 맵을 쓰게 하고 ‘수렴’ 단계에서는 KJ법이나 보팅 방법을 가르쳐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자인 싱킹’의 영향으로 실제 현장에서 오감과 체험을 활용한 ‘보디 스토밍’, 실행을 중시하는 ‘프로토 타이핑’ 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창조 기법들만으로 새로운 생각을 일으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우유 회사 직원에게 브레인 스토밍 기법을 가르치고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해 보라고 하자. 아마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이디어를 내려면 적어도 반도체를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이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 직원이다.

따라서 기업 창조 활동의 주체는 직원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는 이들이 창조적 아이디어를 잘 떠올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고정관념을 없애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없애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정관념을 없앤다고 창조가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창조를 일으키려면 고정관념을 없애는 것과 함께 고정관념을 뒤엎는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유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드론’이나 이를 이용한 ‘아마존의 배달 시스템’을 모르면 우리의 유통 시스템을 개선할 수 없다.

창조 활동의 첫걸음은 이처럼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자기 업무에 응용하는 데서 발생한다. 즉, 창조의 제1 요소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이고 다음으로 이를 응용할 수 있는 ‘기획력’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기획가였던 스티브 잡스 옆에 실행가였던 스티브 워즈니악이 있었기에 애플의 탁월한 제품들이 출현할 수 있었다.

◆혁신 위해선 ‘시스템’과 ‘리더십’ 갖춰야

다음으로 혁신 차원을 살펴보자. 혁신의 사전적 뜻은 ‘묵은 풍속·관습·조직·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함’이다. 혁신에도 ‘새로움’이 있지만 여기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 단위다. 많은 기업에서 ‘혁신팀’을 두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혁신’과 함께 언급되는 ‘개선 활동’은 혁신의 하위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개선의 사전적 뜻은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 나쁜 것 따위를 고쳐 더 좋게 만드는 것’이다.

혁신의 역사를 보면 이런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다. 처음 개인의 아이디어를 모아 업무 변화를 꾀하던 개선 활동이 점차 태스크포스팀(TFT) 등 조직 단위의 프로젝트 활동으로 변해갔고 곧 전사 차원의 혁신 활동으로 확대됐다.

혁신의 대명사랄 수 있는 도요타의 혁신 활동도 처음에는 ‘3정 5S’ 등 개인 단위 개선 활동이 팀 활동인 품질관리(QC), 품질경영(QM)으로 확대됐고 다시 전사 차원의 TQC, TQM으로 발전했다.

이처럼 혁신은 전사 차원의 경영 활동이다. 일반 경영 활동처럼 경영에 필요한 모든 요소와 인력·자원·비용 등을 필요로 한다. 차이가 있다면 여태까지는 ‘혁신팀’ 등을 제외한 직원들에게는 기본 업무에 부과되는 추가 업무였다는 점이다.

이 ‘추가 업무’라는 점이 혁신을 어렵게 한다. 새로운 것을 추가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고 따라서 이를 추진할 조직과 프로세스를 만들어 변화 관리를 해야 하고 별도의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혁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할 권한을 가진 ‘리더’를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 활동에 자원과 비용을 투입할 수 있고 조직원에게 동기부여가 가능하다.

따라서 창조의 둘째 축은 혁신 ‘리더십’과 ‘시스템’이다. 앞에서 말한 ‘정보력’ 및 ‘실행력’과 함께 ‘리더십’과 ‘시스템’은 창조 혁신 활동에 필수적인 4가지 핵심 요소이고 이 4가지 핵심 요소가 교차하며 4가지 핵심 기반을 만든다.

각 창조 혁신 기반의 주요 특징은 과 같다. 이 기반이 제대로 정착된 회사는 창조 혁신 활동에서 강점을 나타낸다. 각각의 기반을 살펴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조와 혁신
◆임직원의 창조 혁신 역량이 관건

먼저 창조 혁신의 기반은 창조적 조직 문화에 의해 이뤄진다. 창조적 기업은 창조와 혁신 활동이 일상화된, 즉 문화로까지 정착된 회사다. 직원들은 늘 업무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일을 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이 영역에 강점을 갖고 있는 회사가 구글이다. 구글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논쟁, 정보 공유, 그룹 지니어스가 문화로 정착돼 있다. 이 단계에서는 리더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즉 ‘비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향성 없는 혁신 활동은 힘이 집중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창조적 기업은 제안 및 기획에 남다르다. 창조적 기업은 시장의 호응을 받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기획하는 데 능숙한 기업이다. 이들은 지식 경영의 토대를 갖추고 있고 외부 지식을 받아들여 응용하는 데 익숙하고 제휴에도 능하다.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이다. 아이폰은 전화기는 물론 카메라·인터넷·오디오 등 융·복합의 산물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이키 역시 이 영역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융합’이 일상화돼 눈을 뜨면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이기에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영역이다.

셋째, 혁신 프로세스를 갖춘 기업이다. 창조적 기업은 체계적인 혁신 방법론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혁신 활동을 추진하는 회사들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잭 웰치 회장 부임 당시 ‘6시그마’ 방법론을 전 세계로 전파한 GE는 제프리 이멀트 회장 취임 이후 ‘린 6시그마’로 혁신을 추진했고 최근에는 패스트 웍스라는 방법론을 개발해 동시에 400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패스트 웍스’는 우선 빠르게 실행해 보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개선해 나가는 ‘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접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혁신 제도를 갖춰야 한다. 인사 평가 등 각종 제도를 통해 혁신 활동을 지원하고 지속하는 회사들이 여기에 속한다.

대표적인 회사는 3M이다. 모든 직원이 근무시간의 15%를 자신이 생각하는 창조적인 활동에 쓰도록 한 ‘15% 룰’ 외에도 총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하고 칼턴 소사이어티(Carlton Society), 이노베이션 어워드(Innovation Award), 골든 스텝 어워드(Golden Step Award) 등 다양한 시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조직 차원에서 창조혁신 활동을 일으키는 4가지 기반을 살펴봤다. 그런데 이 4가지 기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임직원이 창조 혁신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시스템과 인프라가 좋아도 이를 수행할 개개인의 역량이 부족하면 제대로 된 활동이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이 갖춰야 할 창조 혁신 역량은 동기부여·발상력·판단력·실천력 등이 있고 에서 원 안에 표시해 놓았다. 끝으로 앞으로는 혁신 활동이 기업의 ‘일상 업무’가 돼야 한다. 즉, 끊임없이 혁신 사이클을 돌려야 한다. 혁신 사이클이 멈추는 순간 기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의 평균수명은 1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