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삼성물산·현대글로비스·SK텔레콤·롯데쇼핑 등 눈여겨봐야
‘골든타임’ 놓칠라,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 찾기
(사진)지주사 전환을 공식화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삼성그룹 서초동 사옥./ 연합뉴스

[정리=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역사적으로 봤을 때 어떤 기업이나 나라든 지도자가 바뀌는 승계 과정에서 큰 혼란이 일어나곤 한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은 승계 과정에서 항상 형제들 간의 다툼이 일어나 혼란을 자초했다. 일명 경영권 승계 리스크다.

이런 경영권 승계 리스크는 그룹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후진적 지배구조가 사업적인 리스크로 연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의 사업 구조로는 어차피 정체될 수밖에 없다. 승계 시기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 동력 측면에서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 어느 누구에게 경영권이 승계되든지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룹의 경영권이 1~2세에서 3~4세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지배구조 변환으로 확실한 오너가 되든지 아니면 전문 경영인에게 승계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삼성·현대차, 지주회사 부각

삼성그룹은 지난 11월 29일 지주사 전환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에는 대전제가 있다. 삼성그룹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만큼 획득할 수 있느냐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많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확대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되더라도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 등이 확고한 지배력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통로이기 때문에 유리한 자리에 놓일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로서 브랜드 로열티뿐만 아니라 배당수익 증가 등 최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삼성생명 위주로 금융 계열사를 강화했기 때문에 그다음 수순으로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배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다. 이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으로 금융 계열사의 지분 가치 상승 등이 반영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에 따른 가치 상승도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하게 되면 사업회사는 밸류에이션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여기에 배당성향 등도 높아질 수 있으므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즉, 현대차 그룹의 주요 3사에 대해 계열사들이 1대 주주 자리에 있다. 하지만 주요 3사에 대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5.2%, 현대모비스 7.0%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2.3%, 기아차 1.7%를 보유하고 있다.

더군다나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의 기존 순환 출자 고리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대차는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이 순환 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주회사로 전환된다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등의 인적 분할 이후 각각의 투자 부문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그러면 현대모비스는 더 이상 지배구조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 등이 확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향후 지배구조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되든지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 상승은 반드시 수반되면서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SK·롯데도 ‘변화의 시발점’

SK그룹은 지난 10월 연례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중간지주회사 도입 등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공론화했다. 중간지주회사로 개편되면 자원이 집중되면서 사업 효율성 제고를 통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수·합병(M&A) 등 투자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주로는 SK텔레콤이 꼽힌다. 중간지주회사 도입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SK텔레콤이 인적 분할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시 말해 SK텔레콤을 투자 부문(가칭 SKT홀딩스)과 사업부문(가칭 SKT사업)으로 인적 분할하는 시나리오다. SK의 자회사로 SKT홀딩스가 자리 잡고 SKT홀딩스의 자회사로 SKT사업·SK플래닛·SK하이닉스 등을 거느리게 된다.

현재의 SK텔레콤은 정부 규제를 직접적으로 받는 기간 통신 사업자다. 따라서 M&A 등에 걸림돌이 많다. 하지만 중간지주회사로 SKT홀딩스를 신설하면 국내외 유망 기업의 M&A 및 지분 투자를 보다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 시 SK텔레콤의 인적 분할 이후 밸류에이션의 재평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혜가 예상된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롯데그룹도 지배구조의 변환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들이 매우 복잡한 출자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계열사에 대해 일본 계열사 및 2세들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8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416개에 달하는 순환 출자 고리도 올해 안에 80% 이상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롯데그룹의 지분율을 낮추면서 한국 롯데를 독립적인 구조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지배구조 변환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한국롯데의 확실한 오너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 등을 활용해야 한다. 최근 검찰 수사 등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이들 기업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 가고 있지만 향후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전환이 가시화될수록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 등이 수혜주로 부각되며 주가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