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불황 탈출 게이트'를 찾아라 : 유통업계]
백화점에서 요리 행사 열고…홈쇼핑에선 ‘피규어 전문점’ 내기도
PB제품·간편식 왜 넘치나 했더니
(사진) 롯데백화점 본점 행사장에 전시된 2.5m 크기의 대형 패딩 모형. /롯데백화점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소비지출에 가장 민감한 곳은 유통 업체다.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유통업계가 눈독을 들이는 분야는 ‘솔로족’이다. 올해와 내년 소비 트렌드가 ‘솔로 이코노미’란 점에 착안한 전략이다.

솔로족으로 불리는 1인 가구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요시하면서도 자신에게 쓰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게 특징이다.

대형마트는 가성비 좋은 자체 상표(PB) 상품군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솔로족 등을 위한 프리미엄 가정 간편식도 강화하고 있다. 편의점도 솔로 이코노미에 공을 들인다. 백화점은 겨울 정기 세일에 올인했고 홈쇼핑은 패션 상품의 고급화 전략으로 불황을 뚫고 있다.

◆‘노브랜드’, 1년 만에 매출 100배 껑충

이마트는 지난해 4월 최저가를 지향하는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를 선보였다. 노브랜드 상품은 와이퍼·건전지 등 총 9개 상품이 출시됐다. 노브랜드는 출시 한 달 동안 1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마트는 지난 8월 25일 노브랜드 전문점 1호인 용인보라점을 오픈하면서 상품 수를 800여 가지로 대폭 확대했다. 올해 8월 노브랜드 매출은 출시 첫 달의 100배인 195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버터를 사용한 프랑스산 노브랜드 초콜릿(100g·1180원)과 유명 감자칩의 절반도 안 되는 890원짜리 노브랜드 감자칩 등은 한때 품절 현상을 빚었다.
PB제품·간편식 왜 넘치나 했더니
이마트는 지난 8월 자체 패션 브랜드인 ‘데이즈’를 해외 명품 브랜드 및 국내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패션 전문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11월 초에는 자체 브랜드 ‘러빙 홈 전기면도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제품은 ‘반값 전기면도기(4만9800원)’로 불리며 ‘남심’을 자극 중이다.

이마트는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센텐스’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말 용인 죽전점에 센텐스 단독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스타필드 하남점과 왕십리점·역삼점을 잇따라 오픈했다.

김계숙 이마트 코스메틱개발팀장은 “지난 10월 말을 기준으로 센텐스의 누적 매출은 1억6000만원으로, 목표 대비 150%나 초과 달성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솔로족을 위한 가정 간편식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11월 29일 1인용 치킨인 ‘혼닭(혼자 먹는 닭·5900원)’을 출시했다. 롯데마트는 1인용 도시락, 1인용 샐러드, 1인용 간편 안주 등을 올해 안에 연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전문 특화 매장 도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롯데마트는 요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반영, 지난 5월 주방 용품 전문 특화 매장인 ‘룸바이홈 키친’을 오픈했다. 룸바이홈 키친은 광주 월드컵점을 시작으로 구미점·구로점 등 전국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8월 전문가용 조리 기구인 ‘홈스토랑’을 선보이기도 했다. 홈스토랑은 호텔·레스토랑·카페 전문 컨설턴트가 모여 만든 전문가용 다이닝 브랜드로, 디자인과 코팅 등 다방면에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조리 기구를 벤치마킹한 상품이다.

한지현 롯데마트 홈퍼니싱부문장은 “홈스토랑의 매출이 호조를 보여 지난 9~10월 조리 기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1% 늘었다”며 “고도화·전문화되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문 특화 매장을 지속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자산개발과 롯데마트는 12월 8일 서울 강북권 최초 복합 쇼핑몰인 ‘롯데몰 은평’을 본격 오픈한다.

◆롯데백화점, 가정 간편식 제안전

백화점업계는 올해 마지막 정기 세일인 겨울 세일에 총력을 기울였다.

롯데백화점은 11월 17일부터 12월 4일까지 18일간 올해 마지막 정기 세일을 진행했다.

롯데백화점의 겨울 정기 세일 실적은 11월 17일부터 29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성장하는 데 그쳐 올해 정기 세일 중 가장 저조했다. 특히 세일 2주 차 주말 실적이 4.5% 감소하는 등 2013년 1월 신년 세일 이후 3년 11개월 만에 역신장이 우려된다.

롯데백화점은 이에 따라 세일 마지막 주말 3일간 매출 끌어올리기에 올인했다. 패딩·코트 등 방한 의류 행사를 비롯해 전 상품군에 걸쳐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롯데백화점은 11월 25일 솔로족 등을 겨냥한 ‘글로벌 가정 간편식 제안전’ 행사도 열었다. 롯데백화점이 유명 음식점과 함께 출시한 35종의 가정 간편식을 처음 선보였다.

김나연 롯데백화점 식품부문 수석바이어는 “간편한 조리 과정을 통해 유명 식당과 셰프의 레시피를 재현할 수 있는 프리미엄 가정 간편식이 인기”라며 “내년 4월 잠실점에 가정 간편식 전문 매장을 선보이는 등 매장 수와 메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11월 17일부터 18일간 올해 마지막 정기 세일을 진행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하나를 사면 하나 더 받는 ‘1+1’, 양을 더하고 가격은 뺀 식품·생활용품전 ‘핫픽’, 10만원 미만 실속 외투만 모은 ‘아우터 스페셜’ 등 어메이징 프라이스 코너를 처음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또 패딩 점퍼 등 외투 전 품목을 최대 70% 할인하는 ‘윈터 아우터 페어’를 12월 11일까지 진행한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패션담당 상무는 “올겨울은 예년보다 더 추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12월 방한 외투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여 대규모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12월 중순께 신세계 동대구점을 오픈한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정기 세일을 열었다. 각 점포별로 코트·패딩 등 인기 아우터를 최대 70% 할인한 ‘윈터 스페셜 아이템’ 행사를 진행했다.

현대백화점은 특히 기존 유통 노하우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8월 온라인몰인 더현대닷컴에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한 ‘VR스토어’를 국내 최초로 오픈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캐나다구스·파라점퍼스·노비스·나이키·아디다스 매장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VR 기기를 통해 360도로 살펴볼 수 있는 서비스다.

10월 말엔 독일 필기구·가죽 명품 브랜드인 ‘몽블랑’의 VR 매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희준 현대백화점 e커머스사업부 상무는 “가상현실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듯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정보기술에 대한 관심이 젊은층에서 중장년층으로 확대되면서 VR스토어 이용 고객도 8월 3000명에서 최근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PB제품·간편식 왜 넘치나 했더니
(사진) 더현대닷컴의 VR스토어.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홈쇼핑, ‘패션 고급화’로 2위 도약

홈쇼핑업계는 ‘홈쇼핑 패션 고급화’로 어필하고 있다.

GS샵은 이탈리아 프리미엄 패션 퍼(FUR) 브랜드 ‘퍼세이세이’를 11월 19일 론칭했다. GS샵은 간판 프로그램인 ‘더컬렉션’과 ‘쇼미더트렌드’를 통해 ‘퍼세이세이 풀스킨 밍크폭스머플러(11만9000원)’, ‘퍼세이세이 리얼 폭스라쿤퍼코트(99만원)’를 특가 판매했다.

GS샵은 11월 초부터 안심 택배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집 대신 무인 택배 보관함을 통해 상품을 배송 받는 서비스로, 지하철역 등 접근이 쉬운 장소 226곳에 설치돼 있다. GS샵은 서울 등 14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정선 GS샵 물류SCM 팀장은 “고객마다 원하는 서비스, 원하는 배송 속도, 원하는 배송 형태가 모두 다르다”며 “1인 가구의 증가 등 급변하는 환경에 따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2014년부터 의류의 소재·디자인을 고급화한 프리미엄 패션 강화 전략을 통해 올해 업계 2위로 발돋움했다.

현대홈쇼핑은 올 3분기 누적 기준 취급액 2조5690억원, 매출액 6951억원, 영업이익 9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 8.2%, 25% 신장하는 등 전 부문에서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정구호 디자이너의 ‘J BY’와 한섬의 ‘모덴’, ‘모덴옴므’ 등을 전략 브랜드로 육성 중이다. 특히 ‘J BY’는 올해 론칭 후 2개월 동안 350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홈쇼핑은 서비스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한다. 현대홈쇼핑은 11월 중순 경기 군포시에 있는 현대홈쇼핑 물류센터 내에 504㎡(153평) 규모의 해외 명품 잡화 전용 창고를 구축했다.

장길남 현대홈쇼핑 고객만족사업부 상무는 “고가의 해외 명품 잡화 구매 고객에게 최고 품질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항온항습 창고’를 구축하는 등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고객 만족을 위한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CJ오쇼핑은 대표 패션 프로그램인 ‘셀렙샵’을 패션 브랜드 ‘셀렙샵 에디션(CelebShop edition)’으로 확대해 새롭게 선보였다.

셀렙샵은 정윤기 스타일리스트와 공동 기획하고 고태용·박승건 씨 등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해 탄생한 완성도 높은 패션 상품을 선보여 왔다.

셀렙샵 에디션은 ‘클래식하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패션 브랜드를 추구한다. 11월 25일 론칭 방송에서 ‘캐시미어 핸드메이드 코트(23만9000원)’, ‘울 크롭팬츠(9만9000원)’, ‘퍼 머플러(12만9000원)’ 등 3개 상품을 선보였다.

CJ오쇼핑은 또 업계 최초로 온라인 피규어 전문 숍을 운영 중이다.

CJ오쇼핑의 온라인몰인 CJ몰의 ‘토이즈샵’은 11월 18일부터 홍콩 ‘핫토이즈’의 12인치 피규어 제품을 비롯해 일본 메가하우스·반프레스토·굿스마일 등 대표 피규어 브랜드 제품 100여 종을 판매하고 있다.

김대웅 CJ오쇼핑 e상품개발팀 부장은 “키덜트 문화 확산과 함께 피규어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일부 품목은 판매 15분 만에 품절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에선 ‘혼술족(혼자 술 마시는 사람)’을 겨냥한 편의점 간편 안주 경쟁이 뜨겁다.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의 매출도 고공 행진 중이다.

편의점 CU를 운영 중인 BGF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0월 한 달간 도시락 매출은 전년보다 189.6% 늘었다. GS25와 세븐일레븐도 도시락 매출이 각각 165.4%, 145.5% 증가했다.

CU·GS25·세븐일레븐의 10월 냉장 안주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88.0%, 42.8%, 29.8%씩 성장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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