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LG생건, 잇단 신제품 출시…국내 기술 특허도 늘어
미세먼지 극성…‘안티폴루션’ 뜬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중국발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미세먼지는 과거 봄철에 주로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엔 중국의 석탄 사용량이 늘어나는 겨울철에도 유입량이 증가하는 등 미세먼지가 계절에 상관없이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한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물론 인도·파키스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안티폴루션(anti-pollution)’이 화장품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은 물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 기업도 관련 제품을 출시 중이다.

◆미세먼지, 피부 노화 앞당겨

미세먼지는 다환방향족 탄화수소와 중금속 등의 오염 물질로 뒤덮여 있다. 미세먼지가 피부에 닿으면 모낭을 통해 세포가 있는 곳까지 침투해 콜라겐 등을 파괴한다. 세포 손상은 물론 색소 침착이나 피부 염증을 일으켜 조기 피부 노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국·인도·파키스탄 도시 인구의 99% 이상이 기준치인 ㎥당 10㎍ 이상의 PM(Particulate Matter)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에 주기적으로 노출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은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한 안티폴루션 화장품을 출시 중이다. 이들 기업은 특히 중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 민텔에 따르면 중국인의 30%가 안티폴루션 스킨 케어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매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도 40%나 됐다.

P&G의 스킨 케어 브랜드인 ‘올레이’는 기존 크림에 비타민E와 나이아신아마이드를 첨가해 재조합한 안티폴루션 제품을 선보였다. 올레이는 또 중국에서만 판매하던 ‘액티브 보타니컬 라인’을 서양에서도 팔고 있다. 대기 중 오염 물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서양 소비자의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안티폴루션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화장품 원료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의 화장품 원료 기업인 실랩은 천연 피막을 형성해 유해 물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필름 엑셀’을 개발했다. 스페인의 ‘리포텍’도 유해 물질의 피부 축적을 방지하는 ‘폴루실드’를 상용화했다.
미세먼지 극성…‘안티폴루션’ 뜬다
국내 업체들도 안티폴루션 원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안티폴루션 화장품 관련 국내 특허 출원 건수는 2014년 5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크게 늘었다.

◆초미세먼지까지 보호하는 기능도

아모레퍼시픽은 약 10년 전부터 안티폴루션에 주목했다. 아모레퍼시픽 피부과학연구소에서는 2007년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 피부 노화의 주원인이던 유전자·자외선 외에 다른 요인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몇몇 연구원이 모여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피부 세포에 각종 대기오염 물질을 처리하고 변화를 관찰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피부 세포를 대기오염과 유사한 유해 성분을 지닌 담배 연기에 노출하자 세포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노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 결과 대기오염 물질에 의한 피부 노화 원인은 피부 세포에 있는 아릴하이드로카본리셉터(Ahr)에 있었다. 폴루션 안테나로도 불리는 ‘Ahr’은 각종 오염 물질과 반응해 피부를 노화시키는 신호를 전달한다. 폴루션 안테나가 활성화하면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활성화한 노화 현상에 의해 콜라겐 생성이 저하돼 주름이 생기고 멜라닌이 지나치게 많이 생성돼 피부가 칙칙해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원들은 대기오염 물질에 의한 피부 손상을 완화하는 성분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수년간의 연구 결과 녹차 등 천연물에서 추출한 성분의 효능이 확인됐고 이 기술을 제품에 적용했다.
미세먼지 극성…‘안티폴루션’ 뜬다
(사진) 실험 중인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연구원들. /아모레퍼시픽 제공

2009년 출시한 아이오페 ‘화이트젠 RXC 뉴로 라인(단종)’은 아모레퍼시픽의 안티폴루션 연구 결과가 첫 적용된 미백 케어 제품이었다.

아모레퍼시픽 ‘퓨처 레스폰스 에이지 디펜스 크림’은 안티폴루션 연구가 적용된 최초 안티에이징 크림이다. 이 제품에는 폴루션 안테나를 차단해 노화 완화를 돕는 녹차 다당체와 송이 추출물 성분이 함유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초 마몽드 ‘연꽃 마이크로 클렌징 라인’을 리뉴얼 출시하기도 했다. 이 제품은 기존 연꽃 성분에 양이온 폴리머를 담은 신성분인 ‘로터스 안티-피엠 콤플렉스’를 더해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를 99.2% 제거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또 미세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라네즈 ‘올데이 안티 폴루션 디펜서’를 출시하기도 했다. 미세먼지의 합이 음전하라는 점에 착안한 제품이다. 자석 반사 원리를 활용한 ‘더스트 블록’ 성분을 적용, 공기 중에 섞인 미세먼지가 피부에 붙지 않고 반사되도록 돕는다.

LG생활건강은 지난 8월 마케리마케 ‘안티더스트 클레이 폼 클렌저’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정화 효과를 지닌 대나무 숯과 제주 화산 용암 성분을 함유, PM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를 96.8% 제거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안티더스트 버블 클렌징 마스크’는 바르는 즉시 피부 위로 올라오는 미세 거품이 모공까지 클렌징해 미세먼지 등에 지친 피부를 진정시킨다.

LG생활건강은 지난 4월 CNP차앤박 ‘안티폴루션 비비크림 3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흡착 방지 기능을 통해 미세먼지가 모공에 침투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제품이다.

한편 LG생활건강은 미세먼지가 덜 붙는 섬유 유연제인 ‘꽃담초’와 미세먼지 청소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미스터 홈스타 먼지를 부탁해’를 선보이고 있다.

윤보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대기오염이 악화되면서 지속적 연구·개발을 통해 효능을 입증한 원료를 확보한 기업에는 안티폴루션 화장품 시장이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