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콘텐츠 비즈니스 이야기 6]
허일 웹툰 '특근' 작가 인터뷰
"웹툰과 웹무비 이야기 맞물려…흥미로운 진행"
“웹툰은 그림·스토리·연출 가운데 한 개만 강해도 성공”
(사진) CGV 용산에서 지난 10월 19일 진행된 웹영화 ‘특근’ 언론 시사회에서 허일 작가가 웹툰과 웹무비가 전체 스토리를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길덕 이노션 미디어컨텐츠팀장] 최근 콘텐츠 이용자들은 웹툰·인터넷동영상·TV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런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 하나의 이야기를 여러 장르에 담는 시도들이 있다. 이런 콘텐츠를 트랜스미디어 또는 크로스오버 콘텐츠라고 부른다.

최근 ‘특근’이라는 콘텐츠는 처음 도입부를 웹툰으로 만들고 다음 이야기를 웹무비로 이어 간다. 그 뒤로도 웹툰-웹무비-웹툰 순으로 전개된다. 괴수들을 잡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이야기의 웹무비는 김건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김상중·김강우·주원 씨 등이 출연했다.

웹툰 부분을 맡은 작가는 네이버 웹툰 ‘극지고’로 유명한 허일 작가다. 그는 “일을 선택할 때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한다”며 “웹툰과 웹무비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진행되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워 다른 일을 뒤로 미루고 이 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30대 중반인 그는 대학에서 만화애니메이션학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출판 만화가를 꿈꿨다.

허 작가는 “진로를 고민할 즈음인 1990년대 후반에는 만화책이 도서 대여소에만 팔렸어요.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도 만화를 내면 대여소 숫자만큼만 판매됐어요. 만화 출판 시장이 사장돼 갔죠. 꿈을 접을까 고민하던 중 웹툰 시장이 열리는 것을 보고 다시 도전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허 작가는 웹툰과 출판 만화와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출판 만화는 그림·스토리텔링·연출 등의 모든 능력이 평균 이상 돼야만 데뷔가 가능해요. 종이 책 제작에는 기본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에 팔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반면 웹툰은 어느 한 요소만 강하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그림도 별로이고 스토리 전개도 미숙하지만 개그 능력치가 150점이면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독자들은 포털 웹툰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웹툰의 여러 요소 중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있으면 그 웹툰을 본다고 덧붙였다.

포털의 웹툰 작품 관리자들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해 웹툰을 운영한다. 플랫폼 담당자들은 작가들의 창작 방향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허 작가는 “이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출판은 실패하면 손해가 크지만 웹툰은 인쇄비 등이 들지 않기 때문에 작품의 수와 종류가 많아지고 다양해지도록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허 작가는 웹툰에서는 작가와 독자 사이가 가깝다고 말한다. 웹툰에 달리는 ‘댓글’이라는 즉각적인 피드백 시스템 때문이다.

그는 “독자들이 댓글·쪽지 등으로 작가들에게 바로 자신들의 의견을 보내는데 가끔 너무 직설적이거나 다소 거칠게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며 “웹툰 작가 중에는 공황장애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작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허 작가 자신은 “악플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나름의 재미라고 생각한다”며 “악플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도 말했다.

잠이 부족한 것이 가장 힘들다는 허 작가는 웹툰 시장이 긍정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웹툰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 늘고 있고 유료화 시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새로운 작품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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