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패밀리 레스토랑 심야 영업 축소…편의점에선 95%가 밤샘 영업
‘알바생 실종’에 日 “24시간 영업 포기”
(사진) 일본 맥도날드는 고객 수요가 없는 점포를 중심으로 밤샘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전영수 교수

[한경비즈니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 밤샘 영업이 줄어들고 있다. 원래 야간 영업은 외식업계의 불문율이었다. 편의점과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 등 외식업계에 밤샘 영업 및 연중무휴는 상식에 가까웠다. 높은 지명도와 24시간 영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랬던 게 최근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밤샘 영업을 포기하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불황의 그림자다. 밤새 불을 밝힐 경제적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에너지 낭비와 노동 착취 등의 이유도 제시된다. 일할 아르바이트생의 몸값이 비싸졌고 생활양식이 ‘저녁형’에서 ‘아침형’으로 변화한 것도 원인이다.

◆ 고도성장기 탄생한 밤샘 영업

찬반양론이 뜨겁다. 밤샘 영업으로 가맹 수입이 기대되는 프랜차이즈업계와 아르바이트 일자리의 잠재적 고용 공급 쪽은 반대다. 24시간 영업을 중단하면 금전적 손실이 예상된다. 야간 고객도 편리함이 상실되니 반대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일반 국민은 찬성이 많다. 야간 영업을 중단함으로써 사회 전체에 플러스 기대 효과가 가능해서다.

국민 여론은 폐지에 호의적이다. 야후재팬 의식 조사(24시간 영업 포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보면 81%가 밤샘 영업을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다(2016년 11월 30일 현재).

심야 영업은 과거 고도성장기 때 확산됐다. 풍요로운 생활 속에 야간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24시간 영업 점포의 필요로 연결됐다. 1975년 최초의 심야 영업 편의점(세븐일레븐)이 실험적으로 생긴 후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현재는 일부 점포를 빼면 24시간 영업한다.

폐지 여론이 불기 시작한 것은 불황과 관련이 깊다. 금융 위기(2008년)와 지진 재해(2011년) 이후 소비 여력이 줄고 개인주의가 약해지면서부터다. 절약 선호와 가족 우선 등 생활 지향의 변화 추세가 밤샘 영업의 필요를 줄인 셈이다. 손님이 적거나 없어도 개점비용이 비슷하니 점포로선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고객이 없는데 무리해 밤샘 영업을 할 이유가 없다.

특이한 것은 정부 주도로 조성 중인 폐지 여론이다. 일본 정부는 ‘저녁 없는 삶’이 일본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 일보다 가정을 우선하자는 여론 조성에 열심이다. 즉 최근 거세게 일고 있는 잔업 폐지 움직임이 밤샘 영업의 걸림돌로 떠올랐다. 종업원의 장시간 근로를 축소·폐지하자면 밤샘 시장을 줄이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무리한 잔업이 낮은 출산의 원인이란 분석도 힘을 얻는다.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함으로써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 궁극적으로 출산 환경을 개선하자는 얘기다. 잔업수당 폐지와 주4일 근무제 등 파격적인 제도가 거론되는 이유도 비슷하다. 재택근무와 탄력 근무의 확산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야근 관행=악덕(블랙) 기업’의 이미지를 회피하자는 의도다.

◆ 일손 부족과 비용 부담이 원인

실제로 외식업계 중 적지 않은 수가 심야 영업을 단축하거나 폐지했다. 검토 중인 곳까지 합하면 곧 대세로 정착될 태세다. 패밀리 레스토랑인 ‘로열호스트’는 2017년 1월까지 24시간 영업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223개(2016년 11월) 점포 중 과거에는 절반가량이 24시간 영업했지만 2011년부터 본격적인 영업시간 축소 조치에 들어갔다.

지금은 2곳만 상징적으로 24시간 영업을 유지하는데, 이마저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패밀리 레스토랑 ‘가스트’도 비슷한 모습이다. 2013년 약 3000개 점포 중 620개의 폐점 시간을 평균 2시간 앞당겼다. 심야 손님이 줄어드는데 아침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심야 영업 점포는 440개로 줄어들었다.

햄버거 체인 ‘일본 맥도날드’도 밤샘 영업의 대상 점포를 줄이고 있다. 2014년 밤샘 점포는 1840개에 달했지만 2016년 9월 현재 809개로 축소됐다. 고객 수요가 없는 점포는 원칙적으로 심야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규동 체인인 ‘요시노야’는 전체 점포 중 40%(521개)가 심야 영업을 중단했다. ‘스키야’는 2016년 10월 심야 1인 근무 점포를 아예 없애버렸다. 1254개 점포에서 심야 영업도 포기했다.

다만 편의점은 여전히 밤샘 영업이 많다. 5만6000개(2015년)를 넘긴 편의점 중 대략 95%의 점포가 심야 영업을 하고 있다. 편의점 중 대형 시설 내부에 출점한 곳은 밤샘 영업을 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독자 출점 업체는 밤샘 영업이 보통이다. 편의점은 지진 재해 극복 과정에서 확인됐듯이 사회의 주요 인프라로 기능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점주는 좀 다르다. 일손 부족과 비용 부담 때문에 밤샘 영업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쪽이 많다. 점포마다 다르지만 심야 시간(밤 11시~새벽 5시) 매출은 전체의 5% 전후다.

정상 근무보다 25% 비싼 인건비에 방범을 이유로 2명을 배치해야 하는 등 필요 경비를 제하면 적자일 확률이 높다. 게다가 일손 부족이 만성적이다. 출산 연기·포기 때문에 청년 인구가 줄어든 게 컸다.

인건비도 올랐다. 매출액에서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 일손이 달리는데 밤샘 영업 등 무리한 근무 강요가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구인 정보를 내도 응답이 없다. 결과는 시급 인상이다. 구인 광고의 시급이 높을수록 응모자는 늘어난다.

역으로 비용 압박은 구체적이다. 반면 시급 인상은 점장 재량을 벗어나니 고민거리다. 모집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외국인 아르바이트가 대표적이다. 전략을 바꿔 고령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기업도 증가세다. 단시간 근무를 원하는 전업주부에겐 고용 시간까지 바꿔 준다.

문제는 앞으로다. 출산율이 나빠지면서 노동 공급이 계속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출산율이 극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뾰족한 수가 없다. 이민, 여성·고령 근로 활용 등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구 기관에 따르면 현재 아르바이트 부족 인원은 248만 명인데 2025년이면 583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파솔종합연구소).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발표된다.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등 기술 혁신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노동 공급을 벌충하는 차원이다. 점포를 무인화하거나 서비스를 기계화하는 전략도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