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커리어 업그레이드]
‘단순한 남과 다름’보다 ‘자신만의 가치’를 높이는 데 힘써야
생각 없는 차별화는 필요가 없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사람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아무리 배꼽을 잡고 눈물을 닦으며 들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도 두 번 들으면 재미가 없다. 같은 수법도 두 번 연거푸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애를 쓴다.

저마다 차별적인 것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작가도 출판사도 개그맨도 새로운 이야기 소재를 찾기 위해 밤잠을 설친다.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개발자들도 아이디어와 정보를 얻기 위해 세계 곳곳의 전시회와 상가를 헤맨다.

신문사가 독자들에게 서비스하는 뉴스 역시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초보 기자 시절 외부에서 신문사로 기사를 보내 놓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데스크의 승인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가끔 “이거 얼마 전에 다 나온 얘기야”라는 데스크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면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기운이 쭉 빠졌다. 새로운 이야기라고 공들여 취재하고 기사를 썼는데 남들이 이미 다뤘던 것이라니 얼마나 창피하고 무안했는지 모른다.

사람들이 새것을 찾아 나서고 기업들이 차별적 제품과 서비스에 목을 매는 것은 어려운 만큼 그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차별적인 것이 나와 고객의 마음을 사는 순간 이른바 ‘대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자들이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희소가치가 사라질 때까지 한동안 인기를 누릴 수 있다. 차별적 상품과 서비스 하나가 변방의 기업을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서게 만드는 것을 우리는 종종 목격해 왔다.

◆눈에 띄는 최선의 방법 ‘보랏빛 소’ 키우기

경력 관리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은 후보자들의 경력기술서만 보면 신물이 난다. 지원자들의 커리어가 너무 천편일률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고등학교 때 대학 입시를 목적으로 공부에만 매달렸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취업을 위해 학점을 챙기고 영어 실력을 키우고 각종 자격증을 따는 데 시간을 다 보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지원서를 살펴보면 표현만 조금씩 달랐지 지식·기술·경험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커리어가 비슷비슷하다 보니 이름을 가리면 누구의 지원서인지 구별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현상은 직장 생활을 몇 년씩 한 30대 직장인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이들은 대개 회사의 인사 정책에 따라 전문성을 제대로 쌓지 못한 채 여기저기를 옮겨 다녔다. 이 때문에 어떤 곳에서 얼마나 오래 직장 생활을 했느냐는 점을 제외하면 지식과 기술에서 차이가 없다.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신경을 쓴 사람들도 특색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의 강점을 벤치마킹하고 모방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서로 많이 닮아 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직할 때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신의 직장 경력에 걸맞은 지식과 기술이 부족해 이직이 쉽지 않은 것이다.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다.

설령 받아준다고 해도 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업무 지식과 기술이 부족해 연봉과 직무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기업은 경력이 비슷한 사람을 또 뽑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다른 분야로 뽑자니 해당 경력이 약해 역시 뽑기 어렵다.

‘보랏빛 소가 온다’의 저자 세스 고딘은 마케팅에서 차별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보랏빛 소(purple cow)라는 개념을 생각해 낸 것은 가족과 함께 프랑스를 여행할 때였다. 그는 수백 마리의 소 떼가 초원에서 풀을 뜯는 풍경을 보고 감탄했다.

그런데 이 그림 같은 장면도 20분 이상 계속되니 지루해졌다. 그는 이때 저 수많은 소들 가운데 보라색 소가 한 마리 있었다면 얼마나 돋보였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는 매 순간 세계 곳곳에서 수십만 개의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들을 알리려면 더 화려한 영상과 더 강력한 카피만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광고를 잘 만들어도 광고 홍수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붙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보랏빛 소처럼 전혀 다른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세스 고딘은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하고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별화는 단순한 ‘차이’를 넘어야

커리어 차별화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 국내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친 미국계 한국인은 커리어를 차별화하기 위해 색다른 선택을 했다.

그는 MBA 과정에 입학하기 전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매니저로 7년간 근무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대학의 MBA 과정을 지원해 UCLA와 USC에 합격했지만 커리어를 차별화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한국 대학을 선택했다.

세계 금융계에서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에서 MBA 과정을 마친 사람들은 많지만 한국이나 아시아에서 MBA를 하는 이는 흔하지 않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인 제 관점에서 미국의 모든 것이 최고를 뜻하지는 않는다”면서 “차별적 MBA 교육을 받는 것이 더욱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는 1년간 사내 교육을 거친 뒤 ‘지역 관리자(district manager)’로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재입사했다. MBA 과정 입학 전보다 승진도 했고 연봉도 2배 올랐다.

기업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자신만의 차별적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눈에 봐도 차별적인 커리어의 소유자가 돼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채용 담당자나 사업 책임자들을 들뜨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노력해 차별적 커리어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조조정의 태풍은 먼 나라의 얘기가 된다. 이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오히려 희소성을 토대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 나간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역할을 확장하면서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가끔 헤드헌팅 회사에 들어오는 경력기술서에서 상당히 독특한 경력을 보게 된다. 이들은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독특한 지식과 기술을 확보했다. 어떤 사람은 많이 쓰이지 않는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고 독특한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들의 경력기술서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할 정도로 차별적이다. 그런데 답답한 것은 이들이 차이를 만드는 데만 집중하는 바람에 실질적인 가치를 높이는 데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아는 어떤 중견기업의 대리는 국내 대학의 사학과를 졸업한 뒤 3년 정도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그는 직장에서 잠시 러시아 관련 업무를 담당했는데 러시아에 흥미를 느껴 러시아 쪽으로 커리어 방향을 설정했다.

그는 러시아어를 배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모스크바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러시아어 공부를 하던 그는 이왕 공부를 할 바에야 석사학위를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해 러시아대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그는 지금 친척이 운영하는 식품 회사에서 국내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취업을 시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아닌 데다 기본적으로 러시아 비즈니스 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6~7년간의 긴 경력 공백에 나이까지 많아 기업들의 선호도가 상당히 낮았다. 직장 경력도 있고 러시아대 대학원의 석사학위 소지자였지만 자신의 강점을 살리지 못한 것이다.

차별화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차별화의 궁극적 목적은 가치를 높이는 것이지 차이를 만드는 게 아니다. 따라서 그 두드러지는 차이가 성과 창출에 기여하고 사람들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았을 때 진정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모리카와 아키라는 ‘심플을 생각한다’라는 저서에서 기업들이 차별화를 생각할 때 고객은 빼고 상품과 경쟁 기업에만 관심을 쏟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다 보니 차별화를 추구할수록 고객들이 원하는 것에서 멀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은 ‘차이’가 아니라 ‘가치’를 원하며 자신에게 가치가 없으면 아무리 차이가 눈에 띄어도 돌아봐 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원하는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쌓아라

직장인들은 항상 자신의 차별화가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어도 그 능력을 발휘할 곳이 없다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자신의 특별한 강점이 어떤 곳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는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내가 활약할 곳을 항상 관찰하고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시장을 읽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안목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장 전체를 조망하면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눈을 가지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시장과 교류하면서 관련 분야의 지식과 기술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한 번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판단하고 예측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커리어 차별화는 한 가지 특별한 일을 했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많은 시도와 노력을 통해 조금씩 방향이 잡히고 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멀리 내다보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물론 직장에 다니면서 전문성을 구축하고 커리어를 차별화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기업은 조직적 필요에 따라 직원을 배치하기 때문에 자신의 희망대로 직책과 직무를 맡기가 어렵다. 특히 순환보직을 원칙으로 하는 기업에선 전문성을 키워 커리어 차별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회사는 개인의 지향성이나 특장을 가급적 존중한다. 어떤 직원이 꾸준히 특정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아 가면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그런 직원의 의지를 살리고 장점을 취하게 된다.

따라서 직장인들이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자식과 기술을 익히고 경험을 쌓으면 회사 안에서도 차별적 커리어는 얼마든지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신경을 쓴 사람들도 특색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의 강점을 벤치마킹하고 모방하는 데 치중하다 보니 서로 많이 닮아 있다.

항상 자신의 차별화가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어도 그 능력을 발휘할 곳이 없다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