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에 쏠린 눈…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초대 회장 지낸 대한건설협회
[한경비즈니스= 김병화 기자] ‘건설업계 맏형’ 대한건설협회가 27대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끈 달아올랐다. 24대 협회장 선거 이후 9년 만의 경선 구도다.
현재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대표이사와 유주현 신한건설 대표이사가 주자로 나선 상황이다. 결전의 날은 12월 29일. 당선자는 2017년 3월 1일부터 3년 단임으로 협회를 이끈다.
대한건설협회는 1947년 출범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초대 회장을 지냈고 7300여 개 건설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건설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협회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업계의 현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 작업도 국토교통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수행한다. 협회장은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사장, 건설기술교육원 이사장 등을 겸한다. 협회가 건설 관련 협회·단체들의 맏형으로 불리는 이유다.
협회에 따르면 12월 19일 차기 회장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권 대표와 유 대표가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권 대표는 원활한 대외 교섭력을, 유 대표는 풍부한 협회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 권 대표, 회사 급성장…대외 교섭 원활 (사진)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대표. /아이에스동서 제공
권 대표는 1989년 경남 창원에서 일신건설산업을 설립하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 2008년 동서산업을 인수해 ‘아이에스동서’로 사명을 변경하고 건자재와 건설부문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10년 삼홍테크(비데), 2011년 한국렌탈(건설장비·사무기기 임대), 2014년 중앙레미콘 등을 흡수하며 사업 영역 다각화에도 성공했다.
아이에스동서는 현재 21개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연매출은 2조원대,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43위다. 아이에스동서의 성장은 권 대표의 폭넓은 대외 네트워크로 이어진다. 협회가 업계를 대표하며 제대로 된 창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협회장 회사의 규모를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권 대표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 소규모 생활형 SOC 사업 발굴로 건설 물량 창출 ▷대형 공사에 중소 건설 업체의 일감을 확보하기 위한 공동도급제 확대 ▷공사비를 손해 보지 않도록 발주처의 부당한 공사비 삭감 행위 등 퇴출 ▷민간건설·주택경기 활성화, 주택 금융 규제 합리적 개선 ▷건설협회 문호 대폭 개방, 중소건설업육성위원회 기능 강화 ▷‘일하는 협회’ 만들기 등 6대 핵심 과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먼저 SOC 예산 확대를 통해 건설 업체들의 만성적인 일감 부족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을 통해 중소 건설 업체들의 참여가 용이한 소규모·생활밀착형 SOC 사업을 발굴하도록 하고 건설공제조합의 이익금을 우량 SOC 사업에 투자해 건설 물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지역 중소 건설 업체가 시공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대형 공사에 중소 건설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공동도급제를 확대하고 종합 심사 낙찰제 배점 항목 중 공동 수급체 구성 및 상생 협력 점수도 상향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권 대표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친동생이다. 권 회장은 대한건설협회 23·24대 회장(2005년 2월~2011년 2월)을 지냈다. 권 대표가 차기 회장에 당선되면 형제가 나란히 협회장을 역임하는 기록도 세운다.
◆ 유 대표, 20년 협회 활동…속사정 밝아 (사진) 유주현 신한건설 대표. /신한건설 제공
유 대표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683위인 신한건설을 이끌고 있다. 회사 규모만 놓고 보면 아이에스동서보다 작다. 하지만 협회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는 중소 회원사를 대변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 대표는 20여 년간 꾸준히 이어 온 협회 활동 경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는 1993년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간사를 시작으로 1997년부터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경기도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만큼 협회 내부 사정에 밝아 협회를 수월하게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유 대표는 ▷새로운 건설 시장 발굴 ▷중소 건설업계 애로 사항 해결 ▷낙찰률 상향 등을 통한 적정 공사비 확보 ▷원로회의 신설 등 회원사 협회 참여 확대 ▷공제조합 신용평가제도 개선 등 건설 유관 단체 운영 개선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새로운 건설 시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전국의 노후 인프라 내진 미비 시설 현황을 조사하고 재시설 및 보강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종합 업체 간 하도급을 허용하고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를 폐지해 중소 건설업계의 활로를 찾을 계획이다.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공사의 낙찰 하한율을 끌어올리고 기술 개발비와 산재율의 입찰가점제 폐지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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