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신규 가입자 수 7월 이후 절반 수준…금융투자협회 공시 오류도 한몫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국민 만능 통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시작은 화려했다. 지난 3월 14일 출시한지 보름만인 3월 31일 기준으로 12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초창기의 뜨거운 홍보전과 달리 ISA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시스템인 ISA다모아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기준 ISA의 월별 평균 가입자수는 3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출시 반년 만에 ‘실패한 금융상품’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는 꾸준히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29일 출시 이후 지난 11월까지 개설된 계좌수는 24만9000계좌. 누적 판매액은 총 9655억원으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ISA와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비과세 혜택을 앞세우며 ‘절세형’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던 금융상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시 9개월이 지난 현재, 두 상품의 온도차는 너무나 크다. 이처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 두 상품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 ISA, 7월 이후 가입자 곤두박질
“ISA는 그냥 말장난 같아요. 손님들에게 권할 이유가 별로 없어요.”
명동에 있는 K은행 영업 창구에서 ISA 가입상담을 청하자 투자상담을 맡고 있는 직원이 상품설명과 함께 은근슬쩍 건넨 한 마디다. ‘손님들에게 권할 이유가 없다’는 그의 설명이 ISA가 외면 받고 있는 이유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시스템 ISA다모아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을 기준으로 출시 이후 지금까지 ISA의 총 가입자 수는 약 240만명, 총 투자금액은 3조1400억원 가량이다. 그러나 속사정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상당히 다르다. 월별 가입자수와 투자금액을 살펴보면 초창기의 ‘ISA 거품’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꺼져가는 중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은행권의 경우 첫 달인 3월에만 110만명을 넘어서던 신규 가입자는 둘째 달인 4월 49만명으로 그 숫자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 7월을 기준으로 2만7000명, 10월에는 3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증권과 보험은 지난 7월 이후 오히려 신규 가입자보다 해지자의 숫자가 더 많은 상황이다.
ISA의 신규가입금액 추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총 3조1400억원의 투자금액 중 은행권이 2조4000억원가량으로 80% 가까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증권이 7000억원, 보험은 23억원 수준이다.
이중 은행의 신규 가입금액 추이만 보더라도 지난 4월 48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신규 투자금액을 기록했지만, 지난 7월 기점으로 신규 투자금액은 3분의 1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10월엔 1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7월을 기점으로 ISA의 신규 가입자와 가입금액이 드라마틱한 하강곡선을 그린 데는 이유가 있다. 일임형 ISA의 수익률이 첫 공시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일임형 ISA의 첫 3개월 수익률을 공시한 결과 대부분이 0~1% 수준에 머물렀다.
10월 31일 기준 일임형 ISA의 3개월 수익률은 평균 -0.13%를 기록했다. ‘국민 재산 증식 프로젝트’라는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성적표였다.
이마저도 ‘수익률 공시 오류’ 논란이 불거지며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크게 잃었다. 지난 8월 ISA다모아를 통해 공시된 일임형 ISA 전체 150개 모델포트폴리오(MP) 중 47개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금융투자협회는 외부 검증기관을 선정해 ISA 수익률을 점검해 왔지만, 지난 11월 6개 일임형 ISA MP의 수익률을 정정한다고 발표하며 비슷한 논란에 시달렸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ISA의 경쟁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지표마저 믿기 힘들어진 것이다.
◆ 비과세 해외펀드, ‘절세 혜택’ 통했다.
반면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 12월 14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11월 판매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29일 출시 이후 누적 판매액 9655억원 중 증권은 5198억원, 은행은 4340억원이다. 보험은 117억원으로 나타났다.
증권이 은행보다 누적판매액에서 앞서고 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다. 또 계좌 수에서는 은행이 증권을 앞섰다. 총 24만9000계좌 중 은행이 15만4000계좌, 증권이 9만3000계좌였으며, 보험은 2000계좌로 나타났다.
계좌당 납입액은 증권이 557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보험은 554만원, 은행은 281만원으로 나타났다. ISA의 경우 계좌당 평균 납입금액이 131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그만큼 허수가 아닌 ‘실속 있는 투자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투자 국가는 중국이 1819억원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 1654억원, 글로벌 1290억원, 미국 277억원 순이다. 출시일 이후 수익률은 -1%에서 20%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출시 이후 설정규모 상위 10개 펀드 중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환헤지)’로 20.66%였으며, ‘KB중국본토A주’도 16.79%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판매규모 상위 10개 펀드에 5040억이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전체 판매비중의 절반 이상인 52%를 차지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는 신규 가입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며 “다만 삼성이나 미래에셋 등이 해외펀드에 워낙 특화돼 있다 보니, 기존 해외펀드 가입자들을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로 많이 옮겨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투자자금이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로 상당부분 흘러들어왔다는 설명이다. 해외 주식형펀드에 투자를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절세 혜택’까지 얻을 수 있다는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의 장점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물론 절세혜택은 ISA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지만, 같은 금액을 비슷한 구성의 상품에 투자했다고 가정할 경우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가 좀 더 유리한 게 사실이다. ISA의 의무 가입기간 때문이다. ISA 가입자는 5년간 의무 가입기간을 갖는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3500만원 이하 사업자의 경우 3년으로 이 기간이 줄어든다. 3~5년간의 의무 가입기간이 지나고 만기 때 ‘누적 운용 수익률’을 기준으로 비과세 혜택을 부과한다.
이애 비해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는 1인당 투자금액 3000만원까지 최대 10년간 주식의 매매차익, 평가차익과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ISA와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언제든 환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 의무 가입 기간에 발목잡힌 ISA
문제는 ISA와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모두 ‘운용의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 투자 상품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의 금액을 ISA와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에 각각 투자했다고 하자.
1년 뒤 두 상품을 통해 각각 3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얻었다. 이때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는 환매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은 물론 환차익$주식평가차익$매매차익 등에 대한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ISA의 경우 의무 가입기간을 채운 3~5년 뒤에 환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1년이 지난 상태에서 환매했을 경우에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일반 펀드 상품에 가입한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4년을 더 기다리는 것도 답은 아니다. ISA는 ‘누적 수익’을 기준으로 절세 혜택을 부과하는 만큼 3~5년간 안정적으로 잘 운용해오더라도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높은 투자 손실을 입을 경우 그만큼 누적 수익이 줄어들고, 절세 혜택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운용을 잘하는 금융사라 하더라도 5년 내내 높은 수익률을 내기는 어렵다”며 “투자자들이 ISA를 통해 공격적인 상품에 투자하는 데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의 투자 문화 건전화를 위해 내놓은 상품이라고 하지만 ‘투자상품’으로서의 매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ISA 내에서 위험도가 높은 상품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보전하지 못했을 경우, 투자자는 절세혜택을 받기는커녕 투자상품의 운용수수료와 판매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특히 신탁형 ISA 상품들과 비교해 일임형 ISA의 경우 이 수수료는 더욱 높은 편이다.
국내 증시와 채권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며 ISA 상품의 대부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수수료를 통해 금융사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이런 위험은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라고 피해갈 수는 없다. 수수료도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의 경우 손실이 나더라도 환차익 등에서 절세 혜택을 통해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명동에 있는 U증권사 투자상담 직원은 “ISA는 해외주식형펀드 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폭이 넓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자금을 묶어둘 여유가 있다면 안정적인 투자 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는 국가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미국, 중국 증시가 고점에 다다랐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좀 더 지켜본 뒤 투자하길 권하는 경우가 많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의도에 있는 S증권사 투자상담 직원은 “최근에는 투자자들도 국내 주식형펀드 외에 다양한 투자 상품을 찾고 있다”며 “어차피 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을 해외펀드에 넣을 거라면 해외 주식형펀드가 ‘절세를 위한 필수 가입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 인덱스]
-참패한 'ISA' VS 승승장구 '비과세 해외펀드'
-황영기 회장의 ‘ISA 시즌 2’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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