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폰도 비싸네?”...가성비 공식 깨는 ‘칩플레이션’
‘가성비폰’으로 여겨졌던 중국산 스마트폰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핵심 반도체 가격이 뛰면서 이른바 '칩플레이션'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와 재일재경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자사 플래그십 ‘메이트 80 프로’ 시리즈의 출고가를 1000위안씩 인상했다. 12GB(램)·256GB(저장용량) 모델은 5999위안(약 122만1500원)에서 6999위안(약 142만5000원)으로 올랐다. 화웨이는 ‘메이트 80’ 시리즈 전반에 걸쳐서도 800위안(약 16만3000원) 안팎을 인상했다.

샤오미도 가격 인상 행렬에 합류했다. ‘샤오미 17’과 ‘17 프로’는 각각 300위안(약 6만1000원), ‘17 프로 맥스’는 500위안(약 10만1000원) 올랐다. 아너도 주요 모델 가격을 300~500위안씩 인상했다.

그동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은 약 400달러였지만 샤오미는 170달러에 그쳤다. 신제품 출시나 프로모션에 맞춰 일부 제품의 가격을 조정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주요 업체들이 제품군 전반의 가격을 올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는 ‘칩플레이션’이 꼽힌다. 올초부터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졌고,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장도 급격히 진행됐다. 이에 따라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부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JP모건은 글로벌 D램 가격이 2024년 초부터 올해 말까지 40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격 상승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AP는 여러 핵심 반도체 기능을 하나의 칩에 집적한 시스템 반도체(SoC)로, 스마트폰 부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15~25%로 높은 편이다. 샤오미·아너·오포·비보 등에 AP를 공급하는 퀄컴은 이달 1일 출하분부터 주요 칩셋 공급 가격을 10% 인상했다.

마지화 ICT 업계 분석가는 “이번 가격 인상은 메모리와 프로세서 등 핵심 부품의 원가 상승을 제조사가 더 이상 흡수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라며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반도체 생산 능력이 AI 서버에 집중되고 있어 가전 및 IT 기기용 반도체 공급 여건이 빠듯해졌다”고 진단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