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 = 차완용 기자 I 사진 현대자동차그룹·한국GM·BMW코리아] 2016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차량은 무엇일까.
아직 12월 판매량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1위 자리를 놓고 현대자동차의 국민 준중형차 ‘아반떼’와 국민 트럭 ‘포터’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포터의 인기는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포터가 많이 팔린다는 것은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올해 경기가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를 대변해 주는 ‘서민 경기 지표’다.
◆ 11월까지는 ‘포터’가 미세한 선두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누적 판매 대수 1, 2위는 각각 포터(8만6977대)와 아반떼(8만6005대)가 차지했다.
포터가 아반떼보다 972대(1.1%) 더 팔리긴 했지만 모두 한 달 판매 대수가 8000대에 육박하는 고공 행진을 이어 가 올해 베스트셀링카는 연간 판매 실적 결산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에나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다만, 최근 추세로 보면 포터가 아반떼보다 유리한 국면이다. 포터는 지난 11월 전달보다 32.6% 급증한 8862대가 팔린 반면 아반떼는 한 달 전보다 2.4% 감소한 7752대에 그쳤다.
지난 11월 포터 판매량이 규모면에서 1000대 이상 많고 아반떼와 대조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게 특징이다. 10월에는 아반떼가 포터보다 1200대 이상 더 팔려 누적 판매량에서도 앞섰던 것과 정반대 양상이다.
특히 포터는 불황기에 판매가 늘어나는 서민용 소형 트럭이라는 점에서 연간으로는 10만 대 가까이 팔렸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포터는 지난해 판매 대수 9만9743대로 역대 최고치인 1994년 9만9521대를 21년 만에 갈아치웠다. 올해도 퇴직자와 자영업자가 늘고 있어 포터가 작년 수준의 꾸준한 판매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아반떼 역시 비교적 가격대가 저렴한 준중형 세단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올 한 해 서민들의 경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보여준다. 현재까지 판매 추세라면 아반떼나 포터가 연간 판매 1위 자리를 차지더라도 올해 연말까지 10만 대 이상 판매된 히트 모델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단일 차종이 10만 대 판매 달성에 실패한 것은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업계는 경기 침체와 현대·기아차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에는 쏘나타와 아반떼 2개 차종이 10만 대 클럽에 올랐다. 쏘나타는 2000~2015년 13번, 아반떼는 2007~2015년 6번이나 10만 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0만 대 판매 기록이 끊긴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소비 절벽 현상과 장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모델 노후화, 대어급 신차 부재 등 자동차 시장에 여러 악재가 맞물린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3위 현대차 쏘나타, 4위 기아차 쏘렌토, 5위 한국GM 스파크, 6위 현대차 싼타페.
◆ 혼전의 ‘톱 10’… 쏘나타, 톱 3도 위태
지난해 10만 대 클럽으로 베스트셀링카 영예를 안았던 현대차의 쏘나타는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 7만4946대로 3위로 밀려났다.
누적 판매 2위 아반떼와 1만1000대 이상 벌어져 사실상 올해 베스트셀링카 1위 후보군에선 멀어졌다. 르노삼성 SM6 등 강력한 경쟁 차종의 등장으로 쏘나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감소했다. 지난해에 이어 톱 3를 유지해 자존심을 지켜낼지가 관심사다.
국민 중형차로 불렸던 쏘나타는 기아차 쏘렌토(11월 누적 판매량 7만3423대)와 1500대 차이에 불과하다. 3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역시 12월 판매량 등에 따라 얼마든지 좁아질 수 있는 규모여서 쏘나타는 3위 수성마저 안심할 수 없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7위 기아차 모닝, 8위 카니발, 9위 봉고트럭, 10위 현대차 그랜저.
5위 자리는 한국GM의 스파크가 차지할 전망이다. 경차 1위 자리를 놓고 모닝과 스파크가 혈투를 벌인 결과 스파크는 7만956대, 모닝은 6만6925대(7위)가 판매돼 4000여 대 차이로 스파크가 앞섰다. 이 순위가 12월 판매량까지 이어진다면 한국GM은 2008년 GM대우 시절 마티즈 이후 8년 만에 경차 부문 판매량 1위를 차지하게 된다.
6위는 싼타페가 6만8399대를 판매하며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쏘렌토와 함께 시장을 선도했다. 8위는 6만146대를 판매한 기아차의 카니발이 차지했다.
9위부터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전 상황이다. 기아차 봉고트럭과 현대차 그랜저(5만1486대), 쌍용차 티볼리(5만1322대), 현대차 투싼(5만1232대), 르노삼성 SM6(5만904대) 등이 적게는 160대에서 많게는 580대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 벤츠, 수입차 사상 첫 1위 등극
수입차 시장에선 벤츠가 수년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BMW를 앞서고 있다. 벤츠는 지난 11월까지 5만718대를 판매해 연 5만 대 판매 시대를 열었다.
전년 대비 판매 증가율이 20.6%에 달한다. 벤츠의 판매 증가는 7년 만에 완전 변경된 E클래스가 이끌었다. 주력 모델인 E300이 5457대 팔렸고 E220d도 4965대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링카 상위권에 올랐다.
BMW는 지난 11월까지 4만2625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소폭(0.1%) 감소했다. 벤츠와의 격차가 8093대나 벌어져 한 달 만에 뒤집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BMW는 지난 7년간 수성한 연간 1위 자리에서 올해는 내려오게 됐다. 2003년 국내 법인을 설립한 벤츠가 연간 1위에 등극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나마 BMW는 520d가 베스트셀링카에 복귀한 것이 위안거리다. 520d는 지난 11월까지 7356대가 팔려 판매 대수 2위인 벤츠 E300을 1900대 정도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달리고 있다.
렉서스의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 ES300h는 3위로, 작년보다 4계단 올라섰다. ES300h는 지난 11월까지 5257대가 팔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을 넘어섰다.
지난해 베스트셀링카였던 폭스바겐 티구안은 지난 8월 판매 정지를 당하면서 올해 판매량(4301대)이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특히 판매 가능한 2개 차종 재고가 소진된 폭스바겐은 10월 판매량이 30대까지 감소한 데 이어 지난 11월에는 0대라는 굴욕적 기록을 남겼다.
(사진) 수입차부문 단일 차종 판매 1위를 차지한 BMW 520d(7세대 뉴5 시리즈).
◆ 1년 만에 꺾인 내수…180만 대 판매 어려워
한편 올해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180만 대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183만 대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던 자동차 내수 판매량이 올해는 경기 침체 여파로 3년 만에 꺾일 것으로 보인다.
연간 판매 대수 10만 대를 넘어서는 베스트셀링카도 올해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래저래 자동차 내수 시장이 경기 침체의 한파를 맞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와 산업연구원(KIET)은 올해 자동차 내수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1.7% 감소한 180만3000대로 예상했다. 하지만 올 들어 11월까지 내수 판매량이 163만여 대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180만 대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월평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10만여 대, 수입차 업체 판매량은 2만여 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완성차 업체들의 내수 판매량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많다. 142만3720대로 1.4%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11~12월에는 신형 아반떼, 제네시스 EQ900, 스포티지 등 인기 모델이 줄줄이 출시되면서 강력한 신차 효과를 냈던 특수 상황이었다. 올해는 신형 그랜저 외에는 뚜렷한 반전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던 수입차 판매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등으로 올해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올해 수입차 시장은 전년보다 8.5% 증가한 25만500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올해 1~11월 신규 등록 수입차는 20만516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1만9534대)보다 오히려 6.5% 줄었다.
최근 5년 동안 자동차 내수 판매 실적을 보면 2011년 157만7000대에서 2012년 154만1000대, 2013년 154만 대로 주춤한 후 2014년 166만1000대, 2015년 183만3000대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탔다. 결국 올해 자동차 내수 판매가 1년 만에 줄어드는 셈이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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