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개혁’ 외쳤지만 ‘무탈’하게 임기만 채워도 ‘성공’ 평가
이양호 신임 회장, ‘마사회장 수난사’ 끊어낼까
(사진) 이양호 한국마사회장.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는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매년 안정적인 실적을 낸다. 따라서 한국 공기업 중 가장 알짜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기업 이미지로만 보면 공기업 중 최악으로 꼽힌다. 방만 경영과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시달려 왔다. 또한 역대 마사회장들 역시 계속해 논란을 야기하며 마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워 왔다.

최근 신임 마사회장에 오른 이양호 전 농업진흥청장이 마사회 혁신에 성공할지보다 수난사를 끊어낼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8조원 시장’ 독점하니 누구든 경영 가능

마사회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유하는지는 부채비율만 봐도 알 수 있다. 수많은 공기업이 자기자본을 웃도는 부채에 허덕이지만 마사회는 다르다.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마사회의 부채비율은 약 4.63%(2015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는 마사회의 ‘국내 유일의 경마 시행체’라는 기관 특수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경마 시장 규모는 약 8조원으로 세계 7위인데 마사회가 모든 경마 산업을 독점하는 구조다.

다만, 이런 부분이 마사회를 이른바 ‘비리 복마전’으로 전락시켰다는 관측이 나온다. 독점적인 지위에서 나오는 매출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누가 수장이 되더라도 수월하게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사회 회장이 정권마다 정치인이나 관료가 ‘낙하산’으로 내려오거나 정권 최측근이 선임되는 악습이 되풀이돼 온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권 실세들이 온 때문에 그동안 감사 기관 등도 마사회를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오간 게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사회장은 온갖 잡음과 말썽이 그칠 줄 몰랐던 자리다. 수난사의 연속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최근 10년간 마사회장직을 역임했던 인물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크게 ‘관피아(관료)’와 ‘정피아(정치인)’출신으로 나뉜다. 이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구설에 올랐다.

이우재 전 회장(31대)은 국회의원 출신 ‘정피아’로 2005년 취임했다. 그는 재임 기간 중인 2007년 교통사고 사망 사건에 연루된 바 있는데, 뺑소니 의혹이 제기되면서 마사회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김광원 전 회장(32대)도 국회의원을 거쳐 마사회장에 임명됐다. 그는 임기 중 화상 경마장 건설과 관련한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전력이 있다.

장태평 전 회장(33대)은 ‘관피아’로 분류된다. 상부 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출신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지면서 취임 당시 낙하산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다만, 마사회 내부에서는 장관 출신 인사가 회장으로 오자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장 전 회장은 재임 중 허가 없이 비영리 겸직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야기했다. 마사회장은 농식품부 산하기관인 만큼 임명 제청권자인 농식품부 장관으로부터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절차를 어긴 것이다.

◆‘기업인 1호’도 결국 연임 실패

현명관 전 회장(34대)은 ‘기업인 1호’ 출신으로 마사회에 입성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낙하산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마사회의 ‘비리 복마전’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결국 연임에 실패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양호 신임 회장, ‘마사회장 수난사’ 끊어낼까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그간 이어져 온 마사회장의 인사 관행도 바뀔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혹시’는 ‘역시’로 결론 났다. 지난해 12월 신임 마사회장에 이양호 전 농진청장이 임명됐다.

그는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과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또다시 관피아 인사가 내려왔다.

이 회장은 “마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역대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마사회의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

하지만 마사회 개혁에 대한 성공 여부보다 이 회장이 그간 이어졌던 마사회장 수난사를 끊어낼 수 있을지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공직 사회에서는 마사회가 조직을 개혁하기에 앞서 우선 수장부터 무탈하게 임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즉, 구설에 오르지 않고 무사히 임기를 마치는 회장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마사회 개혁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최순실 사태에도 전임 마사회장이 또다시 연루되면서 마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관계자는 “마사회는 우선 최순실 사태로 불거진 부정적인 인식을 추스르고 신임 회장이 또다시 비리와 같은 의혹에 연루되지 않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전 회장들에 비해 정권과의 유착 정도가 낮아 수난사를 끊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연 그가 ‘마사회장은 독이 든 성배’라는 오명을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nyou@hankyung.com